최영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2019. 10. 8. 19:45詩.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올해 4월 ‘이미라는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여기서 새 시집을 냈거든요.
제 시집 ‘이미 뜨거운 것들’에 ‘이미’라는 시가 있어요. 거기서 착안해 회사명을 지었죠.
시집은 원래 지난해 나와야 했지만 소송 여파로 내지 못했어요.

출판사에 출간 의사를 물었지만 답이 없었어요.
‘이제 한국 문학 출판사에서 내 시집 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구나’ 깨달았죠.
이왕 이렇게 된 거 직접 해보자며 사업자 등록을 마쳤습니다.
자나 깨나 제작비와 싸우며 제작부터 주문, 영업, 홍보까지 도맡아 하고 있어요.
작가일 땐 모르던 세상과 부딪히며 ‘고생 좀’ 했지요.” 

요즘 같은 전례 없는 출판 불황에도 시집은 출간 2주 만에 4쇄(8천 부)를 찍었으니,
시인의 말처럼 “이 정도면 준수한 성적”일 듯싶다.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은 생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일에 대한 시인의 통찰을 담고 있다.
시집을 4부로 나눠 꾸렸다. ───  1 · 3부는 일상을 다룬 시, / 2부는 풍자시,  / 4부는 연애시와 이것저것 섞였다.
시집 표지에는 강가에 매어둔 작은 배를 바라보는 사내가 그려져 있다.
표지 그림과 같이 풍랑에 뒤집히다가도 화창한 날을 기다리는 어부의 심정으로 그의 시를 음미했다.
시집은 밥을 지으며 인생을 반추하는 시 ‘밥을 지으며’로 시작한다. 


밥물은 대강 부어요/ 쌀 위에 국자가 잠길락말락/… (중략) …//
되는대로/ 대강, 대충 살아왔어요/ 대충 사는 것도 힘들었어요/ 전쟁만큼 힘들었어요//
목숨을 걸고 뭘 하진 않았어요/ (왜 그래야지요?)/
서른다섯이 지나/ 제 계산이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답니다!

시인이 말하는 ‘서른다섯이 지나 계산이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무슨 뜻일까.
이 구절에 특별한 사연이 담긴 건 아닌지 궁금했다. 

“‘밥을 지으며’는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더라는 것을 깨닫고 쓴 시입니다.
이제와 돌아보니 물건 구매부터 작품 활동, 남녀 관계까지 인생의 대소사가 어디 제 뜻대로 됐던 게 있던가 싶어요.
그래서 대충 살기로 했으나, 대충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인 것 같아요.” 

머리로 읽었던 문장을 가슴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 의미가 폭발적 힘을 발하며 다가온다.
시인이 말하던 ‘엉망인 세상을 내 손으로 정리할 순 없지만/ 수건은 내 맘대로 접을 수 있지’ 글귀가 그 순간 떠오른 건 그래서였을 것이다.



어머니 통해 알게 된 삶의 이면, 아름답고 찬란해

“‘수건을 접으며’는 ‘밥을 지으며’와 대구를 이루는 시예요.
지극히 일상적인 삶에 존재하는 사랑과 슬픔, 행복과 절망, 분노와 연민의 날들이 녹아들어 있죠.
환자가 머무르는 요양병원에도 웃음이 피어나더군요.” 

시인은 치매 앓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몇 해 전 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모신 뒤 그가 집에서 직접 싼 도시락을 점심시간 맞춰 가져다 드린다.
밥을 먹이고, 몸을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부모 간병은 육아와 다르지 않다.
아기의 마음과 노인 몸을 지닌 채 시간을 거꾸로 달려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그의 심정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다.
초로의 중년 시인이 어머니 대변을 받아내는 대목에선 형용하기 어려운 먹먹함이 밀려온다.
시인은 ‘내가 모르는 똥은 더럽다’면서도 ‘내가 아는 똥은 더럽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어미의 몸을 돌아다니며 세상에 나온 푸르스름한 덩어리를’ 직접 손으로 받으며 ‘젊었을 적에는 모르던 기쁨’을 알아간다. 

“눈앞에 놓인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힘들고, 벅차고, 피곤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와 돌아보니 그 모든 순간이 나름대로 의미 있었고, 아름다웠고, 찬란했더군요.
요양병원을 드나들며 이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하던 소소한 일상 속 행위들이 다르게 다가와요.
음식 먹는 것도, 숨 쉬는 것도, 눈으로 보는 것도,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것도 모두 감사해요.” 

날것의 자신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 시인은 사랑 앞에서도 솔직하다.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가 바로 ‘연애’다.
시인에게 사랑은 ‘너는 내가 해독하지 못한 상형문자’이지만
‘이해하지 못하나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사랑의 말은 유치할수록 좋다/ 유치할수록 진실에 가깝다’고 말한다.
때때로 고통스럽고 아플 때도 있지만 사랑은 시인의 삶을 충만하게 만든다. 

“사랑만큼 좋은 게 있던가요?
안타깝게도 제 생애 ‘연애운’이 없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안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안 좋아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거예요.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진짜 연애’를 하게 된 거죠.
나이 쉰이 지나 선물처럼 나타난 그가 저의 오랜 갈증을 채워주었지요.”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어느 것 하나 그에게서 나오지 않은 시가 없다.
다행히 시집 반응이 좋다. 특히 젊은층의 반응이 뜨겁다.
시인의 시가 성평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들에게 말로 설명하지 못할 감정을 안겨다주는 모양이다. 

“저는 그저 하고 싶은 말을 시에 썼을 뿐인데, 그것이 사람들이 듣고 싶었던 얘기가 아닐까 해요.
이 시대가 요구하는 메시지였던 셈이죠.
얼마 전 출간 기념 사인회에 중년 여성 독자가 중학생 딸을 데리고 왔는데, 딸아이에게
‘너는 오늘을 기억하게 될 거야’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어떤 감정이 북받쳐 올라 가슴이 뜨거웠어요.
누군가에게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것. 무척 고마운 일입니다.” 

여섯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소설, 에세이까지 펴낸 ‘중견 작가’이지만
대중에겐 아직도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가 더 익숙하다.
최근 몇 년간 외부 활동이 뜸했는데, 오랜 은둔 생활을 해야 했던 저간의 사정이 있는 듯해 조심스러웠다.
진한 애틋함이 번진 듯한 시인의 눈빛 뒤에는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은 듯 보였다. 

“1990년대 한국 문단은 남성 중심 권력관계가 강하게 작동하던 시기였죠. 지금도 다르지 않고요.
남성 문인들이 젊고 ‘가방 끈’ 긴 저를 향해 ‘뭘 이렇게 잘난 체하느냐’며 거북스러워했죠.
그들에게 저는 결코 나긋나긋한 여성 작가가 아니었던 거죠.” 

30대 시인은 어느 날 문단 행사가 있어 술자리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40대 남성 문인들이 다른 테이블에 앉은 40대 여성 문인들을 향해
‘집에 가서 애나 보지, 왜 나왔느냐’ ‘아줌마들이 왜 여기서 물을 흐리느냐’며 타박했다.
한 공간에 있던 시인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문단에서도 성추행, 성희롱 문제가 만연해 있었다.
그는 당시 황당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6년 만에 새 시집 펴낸 최영미 시인



그러다 2017년 시인은 문예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노시인의 성폭력 사실을 담은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한국 문단 미투 운동(#metoo)의 중심에 섰다.
이후 노시인으로부터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올해 2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의 심경은 SNS를 통해 종종 알 수 있었을 뿐이다.
30대 초반 겪은 상처를 5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풍자시를 통해 세상에 알렸으니, 그간 그가 짊어졌을 상처의 무게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괴물’을 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미투 고백 이후 “기업의 강의 요청이 끊겼다”고 했다. 

“지난해 3월 한 공기업에서 예정되어 있던 시 관련 강의가 갑자기 취소됐어요.
소송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에는 개강 며칠 앞두고 대학 국문과 시 창작 수업이 취소된 적도 있습니다.
학교의 이런 결정은 저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어요.
최영미는 자신의 안과 밖에서 진행된 변화를,
밥과 사랑과 세상을 더욱 원숙해진 언어와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시집에 실린 시들은 단 한 편도 감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풍자라는 문학적 장치를 이용해 비틀어 묘파한다.
‘괴물’과 전쟁을 치를 때조차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며 전투태세를 정비한다.
누가 이 지리멸렬한 인생에 이토록 솔직하고 담백한 시를 더할 수 있을까. 

시인은 우리도 일상의 소소한 것을 주목하면 ‘작은 시’를 남길 수 있다고 말한다. 

“살면서 겪게 되는 숱한 삶의 면면을 종이에 쭉 적어보세요.
그다음 핵심만 남겨두고 글을 가지치기하세요.
어느 순간 ‘작은 시’가 탄생할 겁니다.” 

다음 계획을 묻자 “당분간 출판사 일에 전념하려 한다”면서도
“‘괴물’과의 전쟁에서 마침표를 찍을 때 마음껏 기뻐하고 싶다”고 했다. 

문득 시집에 실린 시 ‘바위로 계란 깨기’ 한 구절이 떠오른다.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게 아니라 / 바위로 계란을 깨뜨린 거지’라는 구절은
아마도 시인을 응원하는 독자들의 가장 절실한 마음이 아닐까.



기획 정혜연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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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는 것들   2019.6.26.






“길이 보이지 않아도
나는 다만 이 햇살 아래
오래 서 있고 싶다”

시인 최영미가 6년 만에 신작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출간했다.

새롭고 뜨거운 언어로 문단을 넘어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첫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이후

20여 년이 지나 최영미 시인은 또다시 변화의 중심에 섰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안과 밖에서 진행된 변화를,

밥과 사랑과 세상을 더욱 원숙해진 언어와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해냈다.




 저자 : 최영미 : 서울에서 태어나 1992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 명시를 해설한『내가 사랑하는 시』『시를 읽는 오후』가 있다. 『돼지들에게』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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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꽃들이 먼저 알아


밥을 지으며 / 꽃들이 먼저 알아 / 마지막 여름 장미 / 헛되이 벽을 때린 손바닥 /

오래된 / 내버려둬 / 마법의 시간 / 문명의 시작 / 수건을 접으며

 

2부. 지리멸렬한 고통


예정에 없던 음주 / 등단 소감 / 괴물 / Mendelssohn violin concerto E minor /

지리멸렬한 고통 / 거룩한 문학 / 바위로 계란 깨기 / 독이 묻은 종이 /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 여성의 이름으로 / 2019년 새해 소망



3부. 다시 오지 않는


봄날 / 꽃샘추위 / 너를 보내며 / 죽음은 연습할 수 없다 / 시골 장례식 /

깊은 곳을 본 사람 / 지하철 유감 /비틀 쥬스 / 간병일기 / 주소록을 정리하며 /

행복, 치매 환자의 / 옆 침대 /뭘 해도 그 생각 / 낙원



4부. 심심한 날


짧은 생각 / 런던의 동쪽 / 소설, 후기 / 꿈의 창문 / 데이비드 호크니 /

50대 / 원고 청탁 / 카페 가는 길 / 사업자등록 / 연휴의 끝 / 쓰는 인류 /

오사카 성 / 여행 / 1월의 공원



시인의 말


발문: 다시 대낮의 햇살 아래- 최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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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아름다움이 썩는 냄새를 맡은 적 있니?
향기가 진할수록 서러운 거야
-「오래된」부분



위로받고 싶을 때만
누군가를 찾아가,
위로하는 척했다
-「예정에 없던 음주」전문



내가 아는 똥은 더럽지 않다
― 「간병일기」부분



누구를 가슴속에서 완전히 지우고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기술을 아는 우리는
-「쓰는 인류」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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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쉬운 듯 심오하고, 애잔하면서 통쾌한 언어!
슬픔과 아이러니가 천둥 번개처럼 지나가는 생의 찬가

최영미 시인의 6번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표현들,

지금 이곳에서의 삶을 직시하는 신선한 리얼리즘이 빛을 발한다.



내 앞에 앉은 일곱 남녀 가운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이 스마트한 문명을 용서해줄 수 있다


- 「지하철 유감」부분



어머니를 간병하는 지리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시「수건을 접으며」는

평범한 언어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시인의 능력을 보여준다.



엉망인 세상을 내 손으로 정리할 순 없지만
수건은 내 맘대로 접을 수 있지
[……]
내 손을 거치면 어떤 모양의 옷이든
작은 사각형이 되지요

세상과 맞설
투쟁의지를 불태우며 수건을 접는다
매일 아침 깨끗한 속옷을 입을 수 있다면
누구든 상대해주마


- 「수건을 접으며」부분



찌르고 어루만지며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번 시집에는「괴물」을 비롯해 미투와 관련된 시가 5편 정도 포함되었다.


내가 아끼는 원목가구를 더럽힌다는 게 분했지만,
서랍장 위에 원고와 피고 5를 내려놓고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


-「독이 묻은 종이」부분



보석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너희들은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거라


-「여성의 이름으로」부분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찰이 풍자로, 세련된 농담으로 혹은 서정으로 변주되는

다채로운 세계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
2006년 이수문학상 심사위원이던 유종호교수는 “최영미 시집은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르며

다시 한번 시대의 양심으로서 시인의 존재이유를 구현한다”라고 수상이유를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최영미의 시에서 관습과 예의를 따지는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위험스런 모험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스타일은 바로 그녀의 독립성이다”


- 제임스 킴브렐 (James Kimbrell)



한편 시인은 생활의 기쁨과 슬픔이 녹아든 서정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의 시는 단 한번도 감상만으로 끝난 적이 없다.

유치해지지 못해
충분히 유치해지지 못해
너를 잡지 못했지


-「마법의 시간」부분



그의 모던한 시풍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한국 전통시의 운율을 현대에 되살린 노래 같은 시어들은 김소월을 연상시킨다.

사랑을 떠나보내고 시인은 노래를 얻었다.

“가슴을 두드렸던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았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되살...릴 길 없는 시간들을 되살리려는 노력에서 문자 예술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어느 봄날, 봉긋 올라온 목련송이를 보며 추억이 피어나고 노래가 나를 찾아왔다.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동안은 시를 영영 잃지 않을 게다.”


- 「시인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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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먼저 알아


당신이 날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지 않을 거야

나비가 날아든다는 난초 화분을 집 안에 들여놓고
우리의 사랑처럼 싱싱한 잎을 보며 그가 말했다
가끔 물만 주면 돼.
물, 에 힘을 주며 그는 푸른 웃음을 뿌렸다
밤마다 나의 깊은 곳에 물을 뿌리고픈 남자와
물이 말라가는 여자의 불편한 동거
꽃가루 날리는 봄과 여름을 보내고
첫눈이 오기 전에 나는 그를 버렸다
아니, 화분을 버렸다

소설을 쓴답시고 정원을 배회하며
화분에 물 주기를 잊어버렸다
꽃들이 더 잘 알아.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 난초 화분 옆에서
시들시들 떨어진 꽃잎을 주우며 그가 말했다
얘네들이 더 잘 알아.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날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시들지 않을 거야

먼저 버린 건, 당신 아니었나?









아름다움이 썩는 냄새를 맡은 적이 있니?
향기가 진할수록 서러운 거야

7. 오래된 일기
지겨운 이 땅을 떠나지 못했다
답답한 문학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
징그러운 내 가족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

─  詩「오래된」중에서










마법의 시간



사랑의 말은 유치할수록 좋다

유치할수록 진실에 가깝다

기다려찌

어서와찌

만져줘찌

뜨거워찌

행복해찌


유치해지지 못해

충분히 유치해지지 못해

너를 잡지 못했지

너밖에 없찌,

그 말을못해 너를 보내고

바디버터를 덕지덕지 바른다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마법의 시간으로 돌아가고파


망고와 파파야 즙을 머리에 바르고

올리브오일로 마사지하고

싱그러운 페퍼민트와 장미꽃 향으로

중년의 냄새를 덮고

어미의 병실에서 묻은 기저귀 냄새도 지우고

기다려찌

너밖에 없찌

 












같은 여자는 없는데
'여자'라 부르며
추상화시키는 능력

-  최영미,「문명의 시작」 중에서









수건을 접으며



엉망인 세상을 내 손으로 정리할 순 없지만

수건은 내 맘대로 접을 수 있지

수납장과 서랍의 질서를 나는 사랑하지


일요일 오후에 빨래 걷기를 잊지 않으면

인생이 순항할 듯,

일주일을 견딜 속옷을 접는다


내 손을 거치면 어떤 모양의 옷이든 작은 사각형이 되지요


세상과 맞설

투쟁의지를 불태우며 수건을 접는다

매일 아침 깨끗한 속옷을 입을 수 있다면

누구든 상대해주마

빨래 접기가 귀찮아지면


미련 없이 떠나야겠지

내게 더러움만 보여준 땅.

흐린 하늘, 최루탄과 미세먼지에 유린당한 눈.

너무 맑은 날에는 눈물이 났지


한 번뿐이었던 화창한 봄날,

그에게 배운 대로 세로로 수건을 말아

수납장에 세워둔다 포개진 기억들.

벌써 이십 년 전인데

너는 내게 영원히 젊은 남자

(엄마에게 그를 보여주진 않았지)


그와 헤어진 뒤, 하얀색만 입었지

내 헐렁한 팬티를 그는 싫어했지

할머니 같다고 놀렸지

나는 흰색

엄마는 누런색

건조대에서 흰색을 골라내느라

누런 수건을, 어머니를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미안해 엄마.


엄마는 이제 수건을 접지 않는다

혼자 머리를 감지도 못한다

내가 당신을 씻겨줄 토요일만 기다리는 엄마

토요일이 너무 빨리 다가온다고 투덜대는 나


어머니의 누렇게 바랜 내의를

비닐봉지에 넣기 전에 냄새를 맡는다

아무도 해치지 않고

사나운 고기를 싸는 상추 잎처럼

순하게 살아온 당신

날이 갈수록 작아지는 엄마

드럼세탁기도 없애지 못한 죽음의 냄새


엄마 수건과 내 수건이 섞이는 게 싫어,

위생관념이 철저했던 어미가 물려준 결벽증 때문에

어미의 세균을 1회용 비닐에 밀봉하고

돌아서, 터지는 소리


시리아를 공습한 미사일의 섬광처럼

어둠을 찢으며

가슴이 갈라지며

오래 벼르던 언어가 폭발한다


엉망진창인 세상을 정리할 순 없지만

쉼표와 마침표의 질서를 나는 사랑하지











위로 받고 싶을 때만
누군가를 찾아가,
위로하는 척했다

- 「예정에 없던 음주」 全文










등단 소감

내가 정말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멀쩡한 종이를 더럽혀야 하는데

내가 정말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신문 월평 스크랩하며

비평가 한마디에 죽고 사는

내가 정말 썩을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아무것도 안 해도 뭔가 하는 중인

건달 면허증을 땄단 말인가

내가 정말 여,여류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고,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


* 이 시는 등단 직후인 1993년에 민족문학작가회의(現한국작가회의) 회보에 기고한 '등단 소감'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시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시짐에 넣지 못하다가, 2000년에 에세이집 『우연히 내 읽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사회평론. 초판본)를 출간하며 출처를 밝히고 원문을 수록했다.










괴 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




얼마 전에 현직에 있는 서지현 검사가 오래 전에 자신이 당한 검찰 조직 내의 성추행을 고발하면서 사회 여러 분야에서 ‘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 와중에 2017년 12월에 발행된 <황해문화>에 발표된 시인 최영미의 시 <괴물>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서 검사와 최 시인 모두 JTBC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이 당한 성희롱 혹은 성추행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특히 최 시인은 그의 시 <괴물>에서 시인 자신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젊은 여성 시인은 물론 출판사의 여성 편집자 등에게 성추행을 일삼는, 시를 읽으면 누구인지 금방 알만한 원로 시인을 고발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었다.
시를 보자.
문단 초년생이던, 시 속 화자인 여성시인에게 K시인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충고를 했단다. 이유인즉 그는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K시인의 충고를 깜박 잊은 시인이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그만 ‘Me too’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Me too, ‘나도 당했다’는 말이다. 허리를 휘감거나 상체를 팔로 안았을지 모른다. 그러니 그날 입고 간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시인은 이런 일을 여러 차례 당했거나 목격한 모양이다. 그러니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라고. 그리고는 마포의 음식점을 도망치듯 나와 버린다. 문단에는 데뷔 연도에 따른 서열이 존재하는데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았으니 예의가 없다는 핀잔을 들을 것이다. 아니면 그 원로 시인이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였는지는 모르지만, 실은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던 정의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En은 누구인가. 그는 ‘100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다. 문단에서는 En을 가리켜 ‘수도꼭지’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시를 쏟아내기에 그렇다.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라는 것을 문단에서는 알고 있다. 문제는 그의 시 몇 편이 전 국민에게 회자되고 좋은 시라고 찬사를 받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거물이다. 그러니 En이 없는 자리에서는 En을 비판하던 ‘소설가 박 선생도’ ‘입을 다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En의 이름은 ‘노털상 후보로’ 몇 해를 두고 계속 거론이 된다. 문단의 원로이고 시집을 100 권이나 출간한 문단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 그에게는 정치권력도 언론도 머리를 조아린다. 그와 함께 사진 한 장 찍어 자신을 알리려는 정치, 문학 권력에 줄을 서는 멍청한 것들이 많고 많다. 행여 그에게 반발이라도 할라치면 당사자의 작품은 문예지에 실리지 못하고 언론에서도 평가해주지 않는다. 출간조차 힘들다. 바로 문단 권력의 횡포이다. 게다가 그 문단 권력은 문단만이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En의 시보다는 인간 En을 잘 아는 시인으로서는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 이 나라를 떠나야지 /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노털상 - 노벨상을 가리킨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 것이다. 그러니 시인은 En의 실체를 알고 있기에 ‘저런 인간이 노벨상을?’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같은 땅에 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여시인은 생각한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 불쌍한 대중들.’이라고. 똥 같은 사람이 쓴 시를 좋은 시라 찬사를 보내는 허접한 비평가와 우매한 독자들이 불쌍해 보일 뿐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남아 있다.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 괴물을 잡아야 하나’하는 걱정이다. 우매한 대중들에 의해 찬사를 받으며 ‘노털상’ 후보로 거론되는 문단의 거물 En의 실체를 어떻게 알려야 할지 걱정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괴물’로 지목된 시인은 ‘30년 전 후배들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뉘우친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정말 ‘후배들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한낱 숫컷의 욕정으로 문단의 서열 혹은 권력을 이용하여 술자리에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시인을 옆자리에 앉히고는 손을 잡고 허리를 감싸 안았고, 그를 따르는 비평가와 문학기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것은 아닐까.


최 시인도 ‘우선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내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그는 상습범이다.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폭로하면서 ‘93년 전후로 문단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다.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지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라고 설명했단다.


그런데 이런 글도 시가 될까. 시 맞다. 이런 글도 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시로 썼다. 그저 평범한 일기장이나 고발문인 것처럼 읽히지만, 제목 ‘괴물’이 우선 풍자적이고 내용 또한 풍자로 가득 차 있다. ‘풍자 = 고발’이다. 실크 정장이 구겨지고 검정색 조끼에 얼룩이 묻는 것은 순수에 때가 묻는 것이다. 은유다. 게다가 마지막 두 행은 이 시가 ‘고발문학’ 혹은 풍자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시를 읽다가 문득, 나는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하기야 문단 권력 중심에서 놀아본 적도 없고, 친분이 있는 몇몇 유명 문인들과 소통하고 지내는, 그저 변두리 문학인이니 희롱이나 추행을 할 후배 여성문인이나 제자들이 없었고 당연히 추행이나 희롱을 할 기회조차 없었으니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도 그리고 문단권력이 만들어낸 성추행과 성희롱. 시 한 편을 통해서라도 나를 포함한 모든 남성문인들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최영미 시인 - 참 멋진 시로 더 멋진 고발을 했다. 박수로 응원한다.


이병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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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려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의 기억을 훔치려
그의 번호를 검색했다
세련된 커피를 맡으며
누군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사랑과 혁명을 꿈꾸던
그해 여름의 소나타

너, 나 누군지 알겠니?
그는 아이가 있다고 했다
나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멘델스존과 베토벤을 들으며
음악이 끝나기 전에,
나는 떠날 것이다

- 최영미,「Mendelssohn violin concerto E minor」중에서 뒷 부분







지리멸렬한 고통


내게 칼을 겨눈 그들은
내 영혼의 한 터럭도 건들이지 못했어
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리멸렬한 고통이 제일 참기 힘들지







거룩한 문학

그가 아무리 자유와 평등을 외쳐도
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잣밟는다면
그의 자유는 공허한 말잔치
그가 아누리 인류를 노래해도
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비하한다면
그의 휴머니즘은 가짜다
휴머니즘을 포장해 팔아먹는 문학은 이제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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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를 친 게 아니라
바위로 계란을 깨뜨린 거지

우상을 숭배하는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썩은 계란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피라미드를
흔든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었지


- 「바위로 계란 깨기중에서






2019년 새해 소망


엄마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고
치과 의자에 누워 고문당하지 않고
같은 친구에게 두 번 배신당하지 않기

재판이 끝날 때까지 노트북이 고장나지 않기를.
(중략)

내 노트북만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는다면
한 해 더 살아주만. 2019년아 ─










죽음은 연습할 수 없다
- 그해 여름의 문자메시지


아버지 위독하시대
아버지 운명하셧다
영정사진 갖고 병원 장레식장으로 와
아버지 주민등록 주소 좀 알려줘 빨리

엄마랑 통화했어
아버지 세례명 요한
천주교 식으로 장례 치르지 말래

안치료 20만
입관료 20만
음식값 기본 50만
상복 대여비 2만
수의 38만
관 25만
운구비 40만(기사 팁 포함)
화장비 10만
유골함 3만

꽃값은?
계산은 나중에 하자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버지의 피 묻은 틀니틀,
가져가려는 자식이 없어
무슨 전염병 만지듯
흰 장갑 낀 손으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80이 되도록 젊은이들처럼 단단하던,
당신의 자랑이던 몸이 뜨거운 재가 되기까지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상속포기 서류를 법원에 접수하고
하우스 와인을 한 잔 마신 뒤에
성가신 여름이 끝났다





내 앞에 앉은 일곱 남녀 가운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이 스마트한 문명을 용서해줄 수 있다

- 지하철 유감 중에서




주소록을 정리하며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벽처럼 멀어진 사람들
당신의 번호는 스마트폰이 기억하지
희미해진 당신의 얼굴도 카톡방에 들어있겠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내 눈빛도
언제는 불러오게 저장되어 있겠지
당신, 이라고 불렀던 사람이 내게도 있었지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낭떨어지에 매달려,
요양병원에 누워 오줌 줄을 꽂고
내가 붙들 번호는?
있을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 밑에서 낙엽을 줍던 소녀에게
슬픔도 고독도 핑크빛이었던 열다섯 살에게
가장 먼 미래는 서른 살이었다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던 서른을 넘기고
오십이 지나 뻣뻣해진 손가락으로 쓴다
어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내일 같아
달력을 보지 않는 새벽,

-  최영미 詩「낙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