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9. 20:07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우주 저 너머 새로운 지구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과 도전!
『50억년 동안의 고독』은 외계 지적 생명체와 태양계외행성 탐색 분야의 선구자적인 천문학자와 행성과학자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그들과의 밀착 인터뷰를 통하여 지구와 닮은 별을 찾으려는 노력, 즉 ‘태양계외행성 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한다. 천문학자와 행성과학자들이 성취한 대발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과학자들을 우리 태양계 너머 사람이 살 수 있을 최초의 행성들에 대한 역사적인 탐색으로 이끌었던 중대한 순간들을 포착해 보여준다.
또한 마음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서, 항성들 사이에서 생명체를 찾는 특별한 사람들의 노력 속에도 눈부신 성공와 어두운 실패, 그리고 격렬한 갈등과 치열한 경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부족한 자금 지원, 정부와 국가의 몰이해, 그리고 꼭 필요한 프로젝트들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무한히 깊은 우주에서 생명의 의미를 찾아낼 때까지 이들 행성 사냥꾼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전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지구와 흡사한 행성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단순히 과학적인 연구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 문명에 내재한 영원한 희망과 공포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성찰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저자 : 리 빌링스
저자 리 빌링스Lee Billings는 과학기술의 교차와 융합에 대한 글을 쓰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네이처Nature〉,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파퓰러 메카닉스Popular Mechanics〉,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뉴욕에 산다.
역자 : 김승욱
역자 김승욱은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스토너》, 《푸줏간 소년》, 《살인자들의 섬》, 《사형집행인의 딸》, 《신은 위대하지 않다》, 《침대 위의 신》, 《신 없는 사회》 등이 있다.
들어가는 말
1장 우리 은하에 문명이 존재할까?
2장 드레이크의 난초
3장 부서진 제국
4장 행성의 가치
5장 골드러시 이후
6장 큰 그림
7장 평형을 벗어나서
8장 빛의 일탈
9장 빛을 없애는 방법
10장 불모의 땅을 향해서
감사의 말
이 책의 첫번째 주인공은 전파안테나로 외계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일을 해온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NASA의 외계지적생명체탐사 계획(SETI)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드레이크는 특히 우리 은하에서 탐지할 수 있는 문명의 숫자를 보여주는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유명하다. 드레이크는 이 수식을 1961년 11월1일 그린뱅크회의에서 구체화했는데, 이 회의에는 노벨상 수상자 3명을 포함, 당시 20대였던 칼 세이건 등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50억년 동안의 고독/리 빌링스 지음, 김승옥 옮김/어마마마 |
드레이크 방정식은 항성의 평균 형성 속도와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항성의 비율, 1개의 항성계당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행성의 수 등 인수들을 곱해 문명 행성을 찾아내는 공식. 그러나 드레이크는 발전된 기술 문명의 평균수명이 이를 결정한다고 본다. 수많은 행성이 지구와 같은 조건이 생겨날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할 때 기술문명이 어느 기간동안 유지되느냐가 문명의 존재를 결정하는 관건이라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이 동의한 기술문명의 수명은 1천~1억년. 즉 1천~1억개의 문명이 있다는 계산이다. 만약 1천 개의 문명이라면 우리 은하의 항성 1억 개마다 하나의 문명이 존재하고, 1억 개의 문명이 존재한다면 1천 개의 항성에 1개의 문명이 존재하게 된다. 드레이크는 약 1만년을 기술문명의 수명으로 추정했다. 말하자면 1천만 개의 별만 살펴보면 외계문명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외계문명에 대한 참석자들의 견해도 흥미롭다. 과학자 모리슨은 핵무기 등이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어쩌면 모든 사회가 비슷한 궤적을 밟아나가면서 스스로를 멸망시킬 능력을 얻는 시기 즈음에 우주에 존재를 알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반면 세이건은 긍정적이다. 행성의 환경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닐 기술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저자는 이어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인 태양계외계행성 사냥 연구경쟁에 얽힌 스토리를 들려준다. 초정밀 분광계를 활용해 새로운 행성 발견에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스위스 팀의 각축이 흥미롭다. 특히 2011년 전후 항성 GJ 667C 주위의 공전궤도를 도는 슈퍼지구 GJ 667Cc를 발견한 공로를 놓고 벌인 양 팀의 논쟁이 눈길을 끈다.
지구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산출해 볼 수 있는 방정식을 고안한 천체물리학자 그렉 래플린의 얘기도 들어있다. 그에 따르면 금성의 가치는 1500조 달러. 태양과 비슷한 알파 켄타우루스의 두 항성 중 생명가능성이 점쳐지는 지구 크기의 행성의 가치는 65억달러, 우리 지구의 가치는 5000조 달러에 이른다. 이 금액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을 합한 값의 100배에 달하는 값이다. 지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냐는 반론이 있지만 지구는 언젠가 적색거성이 된 태양에 의해 타버리게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본다.
래플린은 해왕성 궤도 바깥 카이퍼벨트에 있는 대형 혜성이나 소행성을 이용해 수억년에 걸쳐 목성의 궤도 에너지와 각운동량을 일부 지구로 옮겨서 지구 궤도를 수정하면 태양의 화마를 피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지구과학교수 짐 캐스팅은 행성의 대기 중 메탄과 산소의 불균형 상태로 외계 행성의 생명 흔적을 찾는다. 지구 대기의 역사를 연구한 그는 지구 생명체의 수명을 1억년~10억년으로 추정한다, 인간의 노력여하에 따라 수명은 10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성 사냥꾼들이 보여주는 지구는 우주 탐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독한 행성으로 남아있다. 칼 세이건은 “지구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생명을 품고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적어도 가까운 시일안에는 우리가 옮겨 갈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 지구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다.”고 말한다.
암울해 보일 수 있는 전망이지만 유일한 지적생명체인 인류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기 위한 공동의 희망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책 제목인 50억년은 지구 상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5억년이 인간에게 남아있는 시간이다. 인간은 지구와 생명을 다하거나 태양계 밖에서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meelee@heraldcorp
50억년 동안의 고독
ㆍ리 빌링스 지음·김승욱 옮김
ㆍ어마마마 | 392쪽 | 1만8000원
고독과 우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알베르 카뮈는 “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블레이즈 파스칼은 “이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려움으로 몰아넣는다”고까지 밝혔다. 우주는 인류와 자연의 수수께끼를 풀 근원적 시·공간이지만 스스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필연적인 침묵과 고독 속에서 사람들은 깊은 종교적 경외감을 느낀다.
<50억년 동안의 고독>은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리 빌링스가 천문학자와 행성과학자들을 밀착 인터뷰해 지구와 닮은 별을 찾으려는 그들의 필생 노력을 조명한다.
제목은 지구상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기간을 가리킨다. 약 45억년 전 지구가 생겨난 직후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했고, 현재의 복잡·다양한 다세포 생물권이 단순한 미생물의 세계를 향해 역행을 시작할 때까지 5억년가량 남았다고 본다. 인간의 머리로 가늠하기 힘든 시간 동안 외계생명체와 새로운 지구를 찾기 위한 인류의 장엄한 탐사를 책은 짚어낸다.
여정은 평생을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계획(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SETI)에 투신한 81살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의 한탄에서 시작한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을 사용하며 태양계 외행성 탐색의 선구자인 드레이크는 자신이 일생을 바친 분야가 젊은이들에게는 인기가 없다고 냉혹하게 자평한다. 그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돈이 없으니까. 우리를 찾아와서 이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이 분야에도 일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일이 별로 이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전파를 쏘아올린 그의 업적을 되짚어 가며 저자는 그의 외로운 싸움에 인류의 미래가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외계생명체 탐사가 언제나 학자들 사이에서 독려됐던 계획은 아니다. 1960년 고등 외계생명체가 태양계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가정하에 이 신호를 포착하려는 오즈마 계획이 발표되자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깊은 균열이 생겼다. 이 계획으로 은하계의 다른 문명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 학자들도 있었다. 천문학자 오토 스트루브 박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인류가 더 이상 우주에서 고독한 익명의 존재라고 볼 수 없다. 천문학이 전환점에 이르렀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혼란스러운 확장 상태에 들어섰다”며 이 계획을 옹호했다. 하지만 과학 사상 최악의 사이비 과학이라고 비판하는 학자들도 나왔다.
책에는 드레이크 외에 지구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산출할 수 있는 방정식을 고안한 그레그 로플린을 비롯해 지구 탄생과 역사를 연구한 마이크 아서, 행성 생명체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토대를 밝힌 연구를 한 짐 캐스팅 등의 연구 일화도 풍성하다.
저자는 이 책이 “무엇보다도 인류의 불확실한 유산에 대한 명상”이라고 규정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브 와인버그는 “우주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인생을 웃음거리보다 좀 더 나은 수준으로 높여주는 몇 안되는 일”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인간의 삶에 약간은 비극적인 우아함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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