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4. 11:27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눈물은 왜 짠가
함 민 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 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전략)
어쩌면 이런 시인 아들을 두고서 ‘얼른 취직해서 어머니 모시고 효도할 일이지 무슨 싸구려 감상인가’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딴은 이런 비난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의 사명은 보통 사람들과는 좀 다른 방향을 향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시인도 생계를 꾸려야만 합니다. 하지만 생계라는 일상에 자신을 묻어버리지 않고, 비탈진 언덕에서 비스듬하게 매달려 일상을 지켜보는 사람이 시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관찰이 있기에 우리는 가난하고 귀가 먼 어머니의 자식사랑과, 서툰 속임수와, 보고도 못 본 척 속아 넘어가 주는 식당주인과, 깍두기 한 접시에 담긴 뜻과, 그리고 눈물이 짠 이유까지도 알게 되는 것이겠지요.
(중략)
모두가 제 살기 바빠서 팔을 걷어붙이고 앞으로 달음박질쳐 나가는 요즈음, 누군가는 이 시인처럼 뒤로 물러서기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치열한 몸부림에 인심과 인정은 힘없이 스러져가고 있습니다. 그런 인심과 인정을 다독이고 일으켜 세우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겠지요. 시인이 그와 같은 사람이요, 수행자도 그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 가난을 자처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제 어머니에게 효도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번민하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그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의 걸음은 비틀거릴 테고, 그런 만큼 그 입에서 나온 말과 손끝에서 빚어낸 글은 처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략)
글. 이어령
과연 꿋꿋한 수행자의 자세로 또는 사명감으로 시를 씁니까?
저는 ‘노출증’이라고 봅니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顯示욕구 같은 것인데,
노출증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큰 존재적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이나 미술을 사명감으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답니까? 솔직하세욧!
글쎄요? 돈 욕심은 부수적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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