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8. 08:29ㆍ책 · 펌글 · 자료/문학
저자 윤성근은 서울 정릉. 작가 박경리가 살던 집 근처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을 따라 강원도 태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다시 정릉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녔다. 어릴 때부터 헌책방 주인이 되는 것을 꿈꿨지만 대학에선 컴퓨터를 전공했고 오랫동안 IT회사에서 일했다. 서른 즈음에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사와 헌책방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2007년에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열어 지금까지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활자중독이다 싶을 정도로 책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책 읽기 기준은 까다롭지 않아서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첫 문장과 깔끔한 마지막 문장을 발견하면 그것도 절반의 성공이라 믿는다. 헌책방 일을 하는 틈틈이 여러 곳에 글을 쓰고 강연도 다닌다. 지은 책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심야책방》,《침대 밑의 책》,《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책이 좀 많습니다》가 있다.
프롤로그 _ 첫 문장보다 앞에 쓰는 글
이 모든 걸 악마가 가져갔으면! _《변신》, 프란츠 카프카
나는 이불 속에서 좀 울었나 보다 _《날개》, 이상
그런데 올해가 고양이 해던가? _《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고통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_《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삶에서 기대할 게 무엇이 더 있는가 _《눈먼 부엉이》, 사데크 헤다야트
글자들이 춤을 춘다. 나는 누구일까? _《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그는 자유 속으로 걸어 나갔다 _《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우연히 말려들게 된 이상한 사건 _《뉴욕 3부작》, 폴 오스터
그러나 나는 시인이 아니다. 대단히 성실한 기록자일 뿐이다 _《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가엾은 유랑자여! 이 피곤한 방랑을 영원히 계속할 건가요? _《모비 딕》, 허먼 멜빌
가서 내가 되살아났다, 라고 하더라고 전하게 _《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선하다는 건 자신의 자아와 조화를 이루는 거지 _《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어떤 것도 우연에 내맡기지 않는 정확함으로 _《인생 사용법》, 조르주 페렉
실망과 울적함이여, 안녕 _《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끝낼 수 없다 _《분신》,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사랑의 원인이 될 만큼 강한 관념의 연상 _《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셀 프루스트
홀로 철저한 고독 속에서 _《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어제의 하늘은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_《구토》, 장 폴 사르트르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기 마련이야 _《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저 간교한 암호의 풀이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_《죽음의 한 연구》, 박상륭
나는 아무런 속셈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나라오 _《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우리는 모두 사랑의 고통을 면제받았다 _《말테의 수기》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우리는 아직 거리의 끝에 와 있지 않다 _《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
- 1, 사랑하는그대에게 2, 그저 바라볼수만 있어도 3, 새보다 자유로워라 4, 그대의 허상
- 5, 그리운 얼굴 6, 들꽃
1
앞서 얘기했듯이 소설 속 주인공이 약간은 중2병 같은 분위기를 풍겨야 재밌다. 그런데 《날개》의 주인공이 딱 그런 캐릭터다. 중2병의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적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는 대단한 사람이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지만 사회가 나를 억압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둘째, 무모할 정도로 자의식이 강하다. 셋째,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남들이 쉽게 내뱉지 못할 멋진 말을 자주 하고 본인도 그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넷째, 이게 중요한 건데, 어느 곳에 가든지 구석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걸 은근히 즐긴다. 종합해 보면 허세를 좀 부린다는 얘기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거야말로 우리나라 문학 역사상 가장 멋진 첫문장이다.
2
요즘 일본 청년들 사이에선 100년 전에 나온 문학작품을 다시 찾아 읽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같은 작가의 작품이 여기에 속한다.
3
헤밍웨이가 파리에 머물면서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던 시절, 여느 때처럼 카페에 앉아 있는 그에게 한 사람이 이런 흥미로운 제의를 했다. "당신이 미국 최고의 소설가라고 들었소. 그러면 겨루기 내기를 한번 합시다. 열 단어 이내로 된 짧은 소설을 하나 써서 사람을 눈물짓게 만들 수 있다면 당신이 이긴 거요." 헤밍웨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렇게 썼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안 신었음.)
'완벽'이란 모든 걸 다 갖췄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 달성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덜어낼 것이 없는 상태라는 말이 있듯이, 헤밍웨이의 독보적인 간결한 문체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오늘날까지도 연구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퇴물 판정을 받은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는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완벽한 문체, 완벽한 소설이었다. 1952년에 출간됐고 그 다음 해에 퓰리처상을 받았다. 1954년에는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된다.
4
전신분석이나 심리학 쪽에서 쓰이는 용어 중에는 문학작품에서 그 이름을 가져온 것이 많다. 상대방을 구속하거나 폭력을 가하면서 성적인 쾌락을 즐기는 '사디즘'이라는 용어는 프랑스 소설가 '사드'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그 반대로 가학적인 행위를 당해야 성적으로 만족하는 욕구를 '마조히즘'이라고 한다. 마조히즘은 오스트리아 작가 '자허마조흐'에서 왔다. 그리고 남성이 미성숙한 여자 아이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을 '롤리타 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러시아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1955년에 쓴 소설 제목 《롤리타에》서 비롯된 말이다.
《롤리타》가 오래전부터 '야한 소설'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책을 읽어본 누구에게 물어봐도 이 소설을 '외설적'이라든지 '저질' '부도덕'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은 이는 없을 것이다. "롤·리·타"로 시작해서 "나의 롤리타"로 끝나지만 그 중심엔 언제나 험버트와 또 다른 험버트의 끝나지 않는 싸움이 있을 뿐이다.
내가 왜 이 책을 옮기다 말았을까? 좋은 책 같은데?.....> 다시 빌려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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