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순) 좁쌀 한 알

2015. 10. 17. 09:48책 · 펌글 · 자료/ 인물

 

 

 

 

 

1

 

"거지에게는 행인이, 자네에게는 손님 고객이 하느님이라네."


자네 집에 밥 잡수러 오신 분들이 자네의 하느님이여.

그런 줄 알고 진짜 하느님이 오신 것처럼 요리를 해서 대접해야 혀.

장사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은 일절 할 필요가 없어.

하느님처럼 섬기면 하느님들이 알아서 다 먹여주신다 이 말이야.


학교선생에게는 학생이 하느님이고,

공무원에게는 지역주민이 하느님이고 대통령에게는 국민이 하느님이고,

신부나 목사에게는 신도가 하느님이다.


"니가 여기서 손님을 하늘같이 섬기며 쟁반을 3년만 나르다 보면 큰사람이 될 것이다.

아주 큰 도인이 될 것이다."

 

 

 

2

 

사회를 변혁시키려면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적에만 변해요.

무시하고 적대시하면 상대는 더욱 강하게 나와요.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르다는 것을 적대 관계로만 보지 말아야 해요.

내 것이 옳다고 하는 매우 이데올로기적인 틀을 갖고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만 판을 짜려고 해서는 세상의 큰 변화를 이루기 어렵지요.

 

 "도둑을 만나면 도둑이 돼서 얘기를 나눠야 해. 도둑은 절대 샌님 말은 안 듣는다.

뭐냐 하면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도둑이다 싶으면 그때부터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이 말이야.

그때 없는 사람 것 훔치지 말고 있는 사람 것 털어서 나눠쓰면 좋지 않겠냐고......"


 

3

 

무릇 내가 난초를 그리고, 대나무를 그리고, 돌을 그리는 것은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함이지,

천하의 편안하고 형통한 사람들에게 바치고자 함이 아니다. 


使人生爲藝 (인생이 곧 예술이 되게 하라)


"저건 잘 쓸려는 생각이 전혀 없이 쓴 글씨야."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이 들면 바로 붓을 꺾어야 돼."

 

 

 

4

 

[줄탁통시]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껍질을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새끼가 나오는 것을 돕기 위해 바깥에서 쪼는 것을 '탁'이라 하지.
그 둘이 맞아야 돼.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야. 앞에서 끌려고 하지 마. 힘만 들고 안 돼.

사람들에게 밀려가도록 해야 돼. 그래야 힘도 안 들고 일이 되게 돼 있어(←줄탁동시)

 

[開門流下] : 밑바닥 놈들과 어울려야 개인도 집단도 오류가 없다.


[向我位] :  "나를 향해 상을 차린다"

제사상을 차릴 때 조상이 후손과 마주앉는 모양으로 상을 차리는 게 상식이다. 그것을 해월은 내쪽으로 바꿨다. 그것은 조상은 저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뜻이었다.

 

5

 

여럿이 모였다면 깃발이 있을 것 아냐. 어떻게 가겠다는.

그 깃발 아래 모였으니 깃발을 중심으로 해야 할 테지만 깃발을 너무 앞세울 때는

함께 가는 사람 가운데 늦게 일어난다거나 일을 게으르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무라기가 쉽지.

미워하는 마음이 일기 쉽다는 거야.
그럴 때는 말이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어깨동무를 해서 일으켜세워 같이 가는 마음이 중요해.
그렇게 하다 보면 일이 이뤄질 것 아냐? 크든 작든 공이 생긴단 말이야.

그때 그건 내가 잘해서 그렇게 됐다 하지 말고

같이 가는 사람들 공이다. 이렇게 남에게 넘기라는 거지.

 

 

 

 

 

 

 

 

 좁쌀 한알 최성현 지음 / 출판사 도솔 | 2004.05.20

 

 한국 생명운동의 대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서거 10주기 기념 일화/서화집. 장일순이라는 이름으로 동시대를 살다간 한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슴 뛰는 대답을 제공하는 책이다. '원주에 살다간 예수'라 불려질 정도로 파격적이었던 이웃 사랑, 해탈한 인간의 한국적이며 현대적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숱한 일화들과, 수많은 작품을 남긴 재야 서화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주요 글씨,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발문-김지하
사람들이 말하는 장일순
생애-활짝 열고 뭇생명들과 하나가 되어
제 1장 자네가 바로 하느님이여
제 2장 나라는 것은 찌꺼기일세
제 3장 어머니는 끝이 없네
제 4장 물 속을 천 리를 걸어라
제 5장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면 거기에 다 있데요
제 6장 풀 한 포기
제 7장 군고구마 팝니다
작품 해설-유홍준
후기-최성현

 

 








2020년 1월 10일에 다시 읽습니다.





“지하(之河), 자네는 쉬운 일은 못해.

그러니 사군자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난초부터 하는 게 좋은데,

蘭 중에 제일 어려운 게 표연란(飄然蘭)이야. 바람에 흩날리는 난초지.

청나라 때 난초의 명인 정판교가 '표연일엽(飄然一葉) 최난묘(最難描)'라 했어.

이때 한 잎은 長葉, 가장 긴 이파리를 뜻하는데, 난초는 이 긴 이파리부터 치는 거야.

이것이 바람에 흔들리게 하려면 삼절(三折)을 써야 해.

가느랗다가 굵었다가 다시 가느랗게 세 번 꺾는 걸 말하지.”




1.

- 장일순은 1928년 10월 16일(陰9월3일) 원주시 평원동 406번지에서 장복흥 김복희의 6남매 중 차남으로, 위로 형과 누나가 한 명씩이고 아래로 남동생이 셋이다.

- 장일순은 네 살부터 열네 살까지 할아버지와 관동지방의 이름난 서예가 차강 박기정의 지도 아래 하루에 신문지 한 장이 새까맣게 되도록 붓글씨를 썼다.

- 원주초등학교를 졸업하던 1940년에 원동교회에서 영세를 받았다. (세례명은 요한)

- 배재 중· 고 졸업후 서울공업전문대 입학했으나 1년을 못 다니고 제적당한다. 원주에 귀향하여 짧은 기간 동안에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수운 최제우와 해월 최시형을 만난다.

-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1946년 서울대 미학과 입학했다. 대학 4학년 때 6.25전쟁으로 군속으로 입대하여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통역관으로 있다가 1952년 고향으로 돌아온 뒤로는 원주를 떠나지 않았다.



1958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였으나 낙선.

1960년 사회대중당 후보로 입후보하였으나 낙선. 서른셋 때의 일이었다.

1952년부터 성육고등공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학교를 인수하여 1953년 교장에 취임하였다.

1954년에는 고등학교 과정까지 포함한 대성중고등학교를 세웠다.



3

1957년 경기여고와 서울대 사범대학을 나온 이인숙과 결혼하여 동한, 동호, 동천 세 아들을 두었다.



4

어머니 영전에 올립니다.

저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6월 14일 누님이 면회 오셔서 알려주심으로 알았습니다.

어머님이 천당에 가시었다는 소식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남매는 면회장에서 한참 울었습니다.

대상까지 나가도록 모르고 있었으니!




5

- "지하(김영일)가 나를 선생님처럼 따르기 시작한 건 걔가 아마 고3때부터지. 만지면 자국이 날까 겁이 날만큼 여리고 고운 아이였어."



6

- 5.16 군사쿠테타 이틀 뒤에 장일순은 "우리가 비록 약소국이기는 하나 미국과 소련과 같은 외세의 영향과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중립화 평화통일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빌미가 되어 8년형을 선고 받고 서대문형무소와 춘천 형무소에서 3년간 복역했다. 서른넷에서 서른일곱까지의 일이었다.


- 출소한 뒤에는 대성중고등학교 이사장으로 복귀했으나 6개월 만에 '한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직위를 박탈당했다. 이인숙의 말에 따르면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오른다고 말하던 사람이 감옥에 갔다 오고는 물결을 따라 흐를 줄 알게 됐다."고 한다.


- 그의 나이 서른여덟 1965년에 천주교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부임해온 지학순을 만나 평생 동지가 된다.


- 1968년부터 시작된 신용협동조합운동에 애정을 갖고 원주카톨릭센터에 협동조합 강좌를 열고 농어촌과 광산촌을 살리기 위한 협동조합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 1970년대 초반에 결성된 <민통련>과 <정의구현사제단>의 숨은 주역이었고 산파였다.  '원주캠프'에는 지학순과 장일순을 앞뒤로 하여 김영주, 김지하, 박재일, 정인재, 이경국, 김상범, 김헌일, 홍고광, 박양혁 등이 있었다.



8

1983년 10월 29일 농산물 도농직거래 조직인 '한살림'을 창립했다.



9

"모든 종교의 말씀은 똑같아요. 어차피 삶의 영역은 우주적인데 왜 담을 쌓습니까? 그것은 종교의 제 모습이 아닙니다. 담을 내려야 합니다."



10

1991년 위암 판정. 1994년 5월 22일 67세에 삶을 마감했다.

1993년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란 책을 목사 이현주의 대담 ·정리로 나왔다.

장일순은 호를 湖岩에서 1960년대에는 靑江으로, 1970년대에는 無爲堂으로, 1980년대에는 一粟子로 바꿔 사용했다.



11

세상에서 보통 '인물'이라고 하면, 기운 세고, 머리 좋고, 권세 있는 사람인데, 알고 보면 그런 인간들 때문에 세상이 허덕여왔습니다.



12

'깊은 골 난초는 사람이 없다 하여 그 향기를 그치지 않는다.'



13


 


김지하의 코믹달마


할!

할할할이로다

사자의 뇌 찢어지니

금강이 짤리우고

천 개의 강물 만 개의 물에

달빛만 교교한데

큰 도끼가 한 벌거지를 자르니

할 중의 할이로다

이 무슨 까닭이뇨?


- 계해년 여름. 지하가 먹장난하다





14

암으로 입원하셨을 때 제가 생각 없이 '투병'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자,

"투병이라니? 뭐하고 싸운단 말인가? 암세포는 내 세포가 아닌가? 잘 모시고 의논하면서 가야지." '



15

애덕(愛德)

구라(



16

"이 세상 사는 동안에는 네 형이 내 손자였지만 저승에는 먼저 갔으니 거기서는 내 어른이다."



17

교황이 한국에 왔다고 난리인데 자네는 왜 그분 만나러 서울 가지 않나?

- 예수님은 그렇게 떠들썩하게 오지 않으실 걸세.



18

티베트에는 '통렌'이라는 전통적인 수행법이 있다.

'통'은 내보낸다는 뜻이고 '렌'은 들이마신다는 뜻이다.

숨이 들이쉴 때는 세상의 온갖 무겁고 더러운 것을 자기 몸으로 받아들이고,

내쉴 때는 반대로 가볍고 환하고 깨끗한 것을 세상에 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야 한다는 게 이 수행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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