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6. 20:56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겨레고전문학선집을 펴내며
(전략)
북녘에서는 오래 전부터 우리 고전에 깊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왔고 연구와 출판도 활발히 해 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조선고전문학전집>은 북녘이 이뤄놓은 학문 연궁하 출판의 큰 성과입니다. <조선고전문학선집>은 가요, 가사, 한시, 패설, 소설, 기행문, 민간극, 개인 문집들을 100권으로 묶어 내어, 고전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일반 대중 모두 보게 한 뜻깊은 책들입니다. 한문으로 된 원문을 현대문으로 옮기거나 옛글을 오늘의 것으로 바꾼 성과도 놀랍고 작품을 고른 눈도 참 좋습니다.
보리 출판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문예 출판사가 펴낸 <조선고전문학선집>을 <겨레고전문학선집>이란 이름으로 다시 펴내면서, 북녘 학자와 편집인의 뜻을 존중하여 크게 고치지 않고 그대로 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다만 남과 북의 표기법이 얼마쯤 차이가 있어 남녘사람들이 읽기 쉽게 조금씩 손질했습니다.
(후략)
2004년 11월 15일
보리출판사 대표 정낙묵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소설가인 박지원의 시문집인 <연암집>에서 박지원 문학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글 90여 편을 뽑아 엮은 책. 정확하고 날카로운 진보주의자이면서 따뜻하고 소박하게 살다 간 연암 박지원은 자신을 일러 '껄껄 선생'이라고칭했다. 그런 '껄껄 선생' 박지원의 '총석정 해돋이'를 비롯한 시 13수, '양반전'을 비롯한 단편 소설 10편, '북학의' 등 문집 서문, 서자 등용하자는 상소, 노비를 없애자는 논문, 벗들에게 쓴 편지글이 들어 있는 이 책은 박지원의 여러 가지 문학론과 사회 개혁 사상을 엿 볼 수 있다. 옛것을 흉내내지 말고 현재의 시를 써야 한다는 새로운 문학론, 부자들의 토지 소유를 제안해야 한다는 주장, 굶주린 백성에게 자기 녹봉을 헐어 먹이는 모습의 시대를 앞서간 어진 박지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저자 박지원 저서(총 35권)
조선 후기의 문호이자 실학자로, 자는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이다. 그밖에 공작관·무릉도인武陵道人·박유관주인薄遊館主人·성해星海·좌소산인左蘇山人 등의 호를 사용하였다. 『열하일기』를 저술하여 당시 중국의 정세를 살피고, 그 선진 문명을 소개하는 한편, 조선에 대한 심도 있는 내부 비판을 시도하였다. 1786년 음직으로 처음 선공감 감역이라는 벼슬을 지냈으며, 이후 여러 말단 벼슬을 거쳐 1792년 안의 현감에 임명되었고, 1797년 면천 군수가 되었다. 1800년 양양 부사에 승진, 이듬해 벼슬에서 물러났다. 홍대용과 함께 조선의 주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 위에서 이용후생의 실학을 모색했으며, 창조적이고 성찰적인 글쓰기를 통해 당시 조선의 사대부들이 갖고 있던 미망과 편견, 허위의식과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새로운 사유와 미의식의 지평을 몸소 열어 나갔다. 문집으로 『연암집』이 전한다.박지원은 18세기 지성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자, 문체반정의 핵심에 자리하게 된 『열하일기』를 통해 불후의 문장가로 조선의 역사에 남은 인물이다. 박지원은 노론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과거를 통한 입신양명이라는 코스에서 벗어나 이덕무, 홍대용, 이서구, 백동수 등과 어울려 수학하였다. 1780년에 삼종형 박명원의 자제군관 자격으로 청나라에 다녀와서 『열하일기』라는 저서를 남겼다. 그는 69세에 “깨끗이 목욕시켜 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운명을 달리했다.
내 하는 이 말을 조용히 들으라
총석정 해돋이
좌소산인에게
비가 잠깐 걷을 대 길을 가다가
백로 하나 버들 뿌리 밟고 서고
백로 하나 물 가운데 들어섰네
산허리는 시퍼렇고 온 하늘이 새까만데
무수한 백로들이 공중에서 번뜩이네
더벅머리 소를 타고 시냇물 비껴 건널 제
시내 건너 저편에서 무지개 날아오르네
농가
할아범 새를 보러 밭둑에 앉았건만
개꼬리 같은 조엔 참새가 달려 있네
맏아들 둘째 아들 들일로 다 나가고
온종일 농가에는 삽짝문 닫혀 있네
소리개 병아리를 채려다 못 채 가니
박꽃 핀 울 밑에서 뭇 닭이 야단치네
새댁네 함지 이고 꼿꼿이 내 건널 제
누렁개 발가숭이 앞뒤로 쫓아가네
해인사
(전략)
가마 멘 중들 덕에 험한 길 지나오나
몇 걸음 못 옮겨서 번갈아 드는 중들
못이 박힌 어깨엔 가엾어라 오목한 홈
훌떡 벗은 이마는 깨질세라 쪽박처럼
허리를 받치는 건 숨 하도 찬 탓이요
등어리 내밴 땀은 그대로 젖어 있구나
묻노니 너희들은 무슨 재미 있어
첩첩한 산속에서 고생살이 하는가?
종이 떠 공납하는 잡역도 고달프다
남은 힘 다하여 짚신 삼아 섬기나니
오히려 무서운 건 지나는 손님네들
으례 끌려나와 고역을 하는구나
이런 걸 알고 나니 안쓰러운 마음 들어
모른 체 앉았기가 차마도 어렵구나
미투리 바꿔 신고 지팡이 얻어 짚고
넘어지건 쓰러지건 비탈길을 따라 걷자
노장 중 마증나와 풀길에 서 있는데
쓴 건과 입은 옷이 세속과 다른 차림
먼 길에 잘 왔다 은근히 위로하며
절 대신 손바닥 맞붙여 합장하네
(후략)
새벽에 길을 가다가
극한
산길을 가다가
압록강을 건너서 용만성을 바라보고
구련성에서 노속하면서
통원보에서 비에 막혀 묵으면서
요동벌의 새벽길
요동의 이 벌판을 언제나 다 지날꼬
열흘을 와도와도 산 하나 안 보이네
새벽별 말머리를 스치어 날아가고
아침해 밭 사이서 돋아 올라오네
연암에서 돌아간 형님을 생각하고
양반이 한 푼도 못 되는구려
방경각외전 머리말
벗이 오륜의 맨 끄트머리에 있는 것은 멀거나 낮아서가 아니다.
마치 오행의 土가 四時 어디에나 연관이 되어 있어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자간의 친함과, 군신간의 의리와, 부부간의 구별과, 장유간의 차례도,
모두 신의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시행될 것인가?
윤리가 윤리로서 시행되지 않는다면 벗이 바로잡아 주기 때문에 맨 뒤에서 통괄하게 된다.
말거간전
너 좀 들어보아라.
대체 가난한 것들은 바라는 속이 많기 때문에 의리를 사모하는 마음이 끝이 없는 것이다.
아득한 하늘을 쳐다보면서 낟알이 비처럼 퍼붓기를 기다리고,
남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목고개를 석 자쯤이나 뽑아 올리는 것이다.
재산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인색하다는 지목도 싫어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남들이 자기에게 바라지를 않게 되는 것이다.
대체 천한 것들은 애초에 아낄 것이 없기 때문에 충성스러워서 어려운 노릇도 사양치 않고 덤벼들게 된다.
옷을 입은 채로 물을 건너는 사람이 있다면 헌 옷을 입은 것이 분명하다.
수레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신 위에 덧신을 껴신고도 오히려 흙이 묻을까 조심을 하는데,
신바닥도 이렇게 아끼거든 하물며 제 몸이겠느냐?
그렇기 때문에 충성이라거니 의리라거니 그런 것은 가난하고 천한 것들이 할 노릇이지
부자나 귀인들에게는 말을 건네 볼 것도 못 된다.
아첨을 하는 데도 방법이 있다.
몸을 가다듬고 얼굴을 꾸미고, 말은 얌전히 하고, 명예와 잇속에 담백하고,
벗을 사귀는 데도 별로 뜻을 두지 않아서 제대로 곱게 뵈는 것이 가장 윗길의 아첨이다.
그 다음에는 입바른 말을 툭툭 던져 진실함을 표시하며,
그 틈을 잘 이용해서 자기의 의사를 통하는 것이 중길의 아첨이다.
신발이 닳고 자리가 떨어지도록 쫒아다니면서 남의 입술이나 쳐다보고 얼굴 빛이나 살펴보고
말마다 "옳습니다", 일마다 "훌륭합니다",하는 것은 가장 아랫길의 아첨이다.
예덕 선생전
민 노인전
양반전
김 신선전
광문자전
우상전
허생전
범의 꾸중
열녀 함양 박씨전
옛것을 배우랴 새것을 만들랴
중국에서 마음 맞는 벗을 사귀다
옛것을 배우랴 새것을 만들랴
어떻게 영숙의 길을 만류하겠는가
생활이 유익해야 덕이 바로 선다
보름날 해인사에서 기다릴 것이니
글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이다
의인과 소인배
역관 보기 부끄러워
멀리 보이는 산에는 나무가 보이지 않고
말똥구리의 말똥덩이
파란 앵무새에게 말하노니
선비의 작은 예절
뒷동산 까마귀는 무슨 빛깔인고
사흘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북학의
책을 빌려 주지 않는 사람들아
무관의 시는 현재의 시다
아침 나절에 도를 듣는다면
옛 사람을 모방해서야
내 책으로 장항아리를 덮겠구나
먹던 장도 그릇을 바꾸면 새 맛
몇백 번 싸워 승리한 글
밤길의 등불 같은 채
나를 비워 남을 들이네
제 몸을 해치는 것은 제 몸속에 있으니
백척오동각을 지어놓고
연암의 제비가 중국에서 공작새를 보았다
아침 연꽃, 새벽 댓잎
제 몸 혼자 즐기기에도 오히려 부족하다
곽공을 제사 지내며
다섯 아전의 큰 의리
천년 전의 최치원을 기리며
홍학재를 지은 뜻
바위에 이름을 새긴들
여름밤에 벗을 찾아서 놀다
사흘째 끼니를 거르고
나만을 위하기는[爲我] 양자만 못지않고, 남을 위하기는[兼愛] 묵자만 못지않고,
꼼짝 않고 앉았기는 노자만 못지않고, 속이 탁 트이기는 장자만 못지않고,
도를 깨닫기 위해서 생각을 전일하게 하기는 석가만 못지않고,
공손치 않기는 유하혜만 못지않고, 술을 마시기는 유령만 못지않고,
남에게 밥을 얻어먹기는 한신만 못지않고, 잠을 잘 자기는 진단만 못지않고,
거문고를 타기는 자상만 못지않고, 책을 저술하기는 양웅만 못지않고,
제 스스로 옛날이 유명한 사람만 못지않다고 자부하기는 제갈량만 못지않으니,
내가 거의 성인인 게로구나!
단지 꾸준한 것이 조교보다 떨어지고, 염치를 차리는 것이 오릉중자에 미치지 못하니,
그게 부끄럽다. 그게 부끄러워!
겨울 눈 속 대나무
나를 비워 남을 들이네
내가 하나 더 있어서
늘그막에 휴식하는 즐거움
자고 나니 내가 없구나
나무가 고요할 때야 바람이 어디 있느냐
말머리에서 무지개를 잡으니
벗들과 술에 취해서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
이름을 걸고 칼날 위에 서다
부자들의 토지를 나누어 주어라
서자는 부끄러운 자식입니까
천하 사람의 근심을 앞질러 근심하시오
화폐가 흔한가 귀한가
김귀삼의 살인 사건
장수원의 강간 미수사건
굶주린 백성이 살 길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
혼자 억측하지 마십시오
머무르고 떠나는 일
돼지 치는 이도 내 벗이라
나더러 오랑캐라 하니
<열하일기>에 아직도 시비라니
웃음의 말
아이가 나비를 잡으려 하나
약하게 단단할지언정
이름을 숨기지 말고
도로 네 눈을 감아라
개미와 코끼리
평생 객기를 못 다스리더니
돼지 치는 이도 내 벗이라
출세한 벗에게 이르노니
나의 벗 홍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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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연보
박지원 작품에 대하여 - 김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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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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