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2015. 3. 23. 17:51책 · 펌글 · 자료/문학

 

 

 

‘이별의 노래’는 그의 나이 마흔에 처자식을 거느린 가장으로 여대생을 사랑하고 이별하는 감정을 노래한 시다.

유부남인 자신을 사랑하는 여대생을 사랑하다가 현실의 냉정한 벽을 넘지 못하고 눈물 흘리며 이별을 해야 했던

시인의 슬픔이 깊게 녹아있는 시다.

 

목월의 이런 사랑은 6,25 전쟁이 끝나고 시작된다. 대상은 여대생이었다.

국문과 학생이었던 그녀는 목월을 뜨겁게 사랑했다.

목월이 친구를 불러내어 그를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되나요”라는 확신을 가지고 목월에게 다가왔다.

1954년 그들 둘은 결국 제주도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이들의 동거는 길지 않았다. 이것을 알고 목월의 부인 유익순 여사는 제주도에 그들이 동거하는 곳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한복 한 벌씩과 생활비로 쓸 금일봉을 전달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이후 이들의 동거는 끝이 났다. 어느새 제주도에도 가을이 와 있었다.

 

가슴 아린 사랑과 이별의 슬픔이 있었기에 목월은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 냈으리라.

이런 사랑에 우리가 “불륜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으리라. 

이때 그녀와 헤어지면서 쓴 시가 가곡으로 널리 애창되고 있는 유명한 ‘이별의노래’다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검색을 해보면 거의 이와 대동소이한 내용들입니다.

김경식 시인이라는 분이 썼다는군요.

최하림의『시인을 찾아서』에도 바로 이 러브스토리가 나오는데, 

그런데 내용이 좀 다릅니다. (비슷하니까 생략하고)

두 사람이 나중에 한 번 만나더군요. 그 대목만 옮겨보겠습니다.

 

 

낭떠러지와 같은 시간 위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참을 수 없는 인내와 고뇌의 낮과 밤을 보냈다.

이때의 심정을 시인은 30년 뒤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적었다.

"인연이라는 것은 진실로 신비스러운 눈을 가진 운명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전에 예기치 않았던 기회가 슬며시 와서는 사랑의 실마리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영원히 헤어지지

못하게 이어 놓는가 하면 또한 전혀 헤아릴 수 없는 일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벌어지게 하고

영원히 다른 길을 걷게도 만드는 것이다."

 

눈이 몹시 내리던 날 그는 그녀의 집을 방문하였다.

'백발이 되면, 죽기 전에 한 번쯤  만나 보고 하직하려니.' 그는 오래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눈이 쌓여 무거워진 우산을 털며 그는 비탈진 골목길을 접어들었다.

실로 30년 만이었다.

벨을 누르자 가정부가 나왔고 응접실로 안내하였다.

 

"오신다는 기별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개숙여 인사하였다.

 

"몸이 불편하시다기에‥‥‥."

 

"고맙습니다. 부인도 안녕하신지요."

 

"네."

 

침묵이 흘렀다. 긴 침묵이었다.

참기 어려운 듯 "담배 피우세요." 말하였고, 시인은 담배와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어느새 나갔던지 그녀가 찻잔을 들고 왔다.

붉은 홍차가 적당히 들어 있는 잔이었다.

 

"차 드세요." 그녀가 말했고, 그는 받아 말없이 마셨다.

 

잠시 후

"그럼." 하고 박목월이 일어섰다.

 

그녀가 놀라는 눈빛이었으나 "또 뵙겠습니다." 하고는

현관문을 열고, 우산을 쓰고, 골목을 돌아 나왔다.

 

그 '다시'가 영원한 하직이 되리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영원한 하직이 되었다.

 

 

산천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 들고 홀로 울리라.

아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이별의 노래 3절이 눈 오는 거리로 울려퍼지는 듯했다.

 

 

 

 

 

 

 

출처 : 그 어느날 오후
글쓴이 : 알래스카 Ⅱ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