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아, 집에서 손님 한번 치루는 게 그렇게도 힘들드냐?

2015. 2. 28. 21:03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Chopin / Complete Nocturnes

Angela Hewitt, piano

 

 

 

 

지난 설(舊正)에 이모부를 모시고 사는 이종동생에게 내가 전화를 했어. 모여서 술 한잔 하자고.

이모부께 세배도 가야하니 예전처럼 한번 모여서 놀자 그랬지. “늬 형에게도 내가 전화하마.”

그런데 이 녀석 하는 말이 다짜고짜로 식당에서 먹자는 게야.

뭬이??? 식당에서?????

“야, 이 녀석아, 집에 음식도 많이 있고, 명색이 설명절인데 뭔 뚱딴지 같이 '식당'이야?”

그러면서 퍼뜩 생각나기를, ‘아, 차례를 이젠 맏이네서 지내니깐 음식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야! 야! 신경 쓸 것 없다. 그냥 늬 집 옥상에서 삼겹살이나 궈 먹고 윷이나 놀면 돼!”    헌데,

어라??? 그럼에도 한사코 식당 타령이네???? 

나 이거야 원  답답해 죽겠드만. 죽어라 막무가내로 우기는데야 뭐…… 아무것도 아닌 일이잖아?

손님이자 형인 내가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면 별 것도 아닌 걸‥ 그러고 말 일이지.

‥‥ 가만 듣다보니 괘씸한 생각이 들더군.

혹시, 이 녀석이? 다른 날도 아니고 설 세배 간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다 봉을 씌우려는 겐가?

셈이야 당연히 내가 치룰 거고‥ 지금까지 백 번 천 번을 다 그래왔으니까.

 

에라이~ 화딱지가 나서 관두자 그랬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하니까 말이야,

내게 봉을 씌우려는 것보다도 집안 사정이, 제 처(妻)가 극력 반대할 게 너무도 뻔해서인가 싶더라고.

맞아, 이녀석이 그토록 기겁을 하는 것은,, 마누라 서슬이, 그 뒷감당이 무서워서 인 게 분명해. 

이상하다‥ 제수씨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뭔 불신·불만이 나 모르게 쌓인 게 글케 많은가.....????

지리산 두메산골 촌색시가 남편을 깔아뭉갤만큼, 이녀석이 뭔 큰 죄를 짓고 사나?

 

그런데 다시 또 생각해보니 이 동생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더라고.

지난번에 내 생일잔치(?) 할 때 말이야, 할까 말까를 가지고 미리 몇 사람에게 넌지시 운을 떼봤는데,

다들 그러더군. 회를 먹어도 좋고 고기를 먹어도 다 좋은데, 집에설랑은 하덜덜덜 말라고.

이유는 그거지, 형수님, 와이프 고생시키지 말라는.

아니, 언제부터 늬들이 늬 형수 ·내 마누라 걱정을 그리 끔찍히 했디야?

물론 다른 의도가 없는 거야 알지, 내 걱정을 해서이지. 내가 당할 마누라의 후폭풍.

그 어림을 하면서 앉아 먹자니 좌불안석이겠다 그거고.

 

헐~

 

나, 며칠 있다가 ‘만두국잔치’ 또 할 겨. ㅎㅎㅎㅎ

돌아가신 울 어머니 “얼큰 돼지고기 고명 만두국”이 아주 일품이었거든. 먹어본 사람들 다 추억하지.

그런데 ‘그 어머니 만두국’을, 생전 잡숴보지도, 구경도 못해본 작은어머니가‥아 글쎄, 고대로 재현한당께?

형수님도 못하는 걸 작은어머니가 한다니깐 형이 통 믿질 못해.   “먹어봐, 먹어보면 알아.”

원래는 어제 날짜로 할 생각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뭐 땜에 뭣 땜에 못 온다더군. 그러면서

남겨뒀다 싸달래. 꼭 남겨둬 달래. ^__^))

우리집 만두국을 먹어본지 30년도 넘었을텐데, 그 맛을 기억하고 있더라니깐?   해서~

미뤘어. 다음 주 토요일이나 일요일로. 다 올 수 있도록.

만두는 벌써 잔뜩 빚어놨지, 200개쯤 될 거야. ~ 싸줄 수도 있지 뭐 ~

집사람도 작은어머니도, 누가 우리 집 와서 맛있게 먹고 가는 걸 좋아하지, 귀찮아 하진 않는다네.

한 살 한 살 나이 먹어가는데, 이제 슬슬 사람 불러들일 때도 됐지, 안그래? 

내가 작은어머닐 솜씨 좋다고 칭찬해드리면 엄청 좋아하시지. 그게 요령이야.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