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5. 10:04ㆍ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세계문화의 겉과 속』은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나라별로 비교하되 한국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동안 지은이는 '한국의 특수성' 연구에 천착해왔는데,
한국만의 특수한 문화를 세계의 여러 문화들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시야와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게 이 책의 취지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은 어떤 문화를 낳았는지,
그 문화의 이면에는 어떤 심리와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는지를 예리하게 탐색하고 있다.
문화는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훨씬 더 많으며 더구나 묘한 것은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감춰진 바를 가장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문화를 연구하면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외국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말이다.
한국인은 늘 밖만 쳐다본다. 미국으로 갔다가 프랑스로 달려가고 네덜란드로 갔다가 스웨덴을 거쳐 핀란드도 기웃거린다.
웬 모델을 그리도 많이 수입하는지 어지러울 정도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나라엔 눈길도 주지 않고 대놓고 얕잡아 본다.
한국인이 자주 무시하는 한국의 특수성 가운데 하나는 세계 최고인 대외무역의존도이다.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2011년 기준으로 96.9퍼센트다.(국민총소득 기준으로는 약 110 퍼센트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의 대외의존도가 20퍼센트 안팎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대외지향성은 숙명적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 떨어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자동으로 0.4퍼센트 하락하게끔 되어 있다.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나 분쟁,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즉각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친미주의를 보수적이고 주체성 없는 생각으로 단정하는 지식인이 많지만, 그러기엔 한국인의 처지가 너무 절박하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다름 아니다.
- 머리말 중에서
1
한국인은 회식 자리에서건 노래방에서건 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악착같이 노래를 시키는 묘한 버릇이 있다.
더욱 묘한 건 그렇게 애써 억지로 노래를 시켜놓고선 막상 노래를 부르면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과 잡담을 하거나 딴청을 피우기 일색이다.
이것은 한국인 특유의 '의례성'이다. ('의식과 예절을 갖추는 뜻'에서의 의례성이지 '의례' 자체는 아니다.)
이를 한국인의 형식주의, 표리부동, 겉치레를 의미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언론이 '비판의 의례화'를 관행으로 삼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까?
비판은 하되, 그 비판의 실천 가능성과 효용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속편한 자세 말이다.
2
한국의 개인주의는 개인 존중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면 출세해라"라는 식의 자구(自求)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국의 불행한 근현대사가 "세상엔 도둑놈과 강도 천지며 믿을 건 나와 가족밖에 없다"는 걸
국민들에게 풍부한 시청각 자료로써 교육시켜온 결과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은 바로 이러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방식에 크게 의존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체제 하에선 집단주의마저도 상징적이거나 도구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도 엄밀한 의미에서 가족으로서의 개인이다.
일본인은 집단에 소속되는 순간 집단의 목표와 규범에 맞는 행동을 마치 자신의 특성적 행동처럼 행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은 집단 자체보다 집단 구성원 간의 우리 의식과 '우리의' 생각이 행동의 준거가 된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집단주의는 몸에 프로그래밍된 것인 반면,
한국인의 집단주의는 '눈치'와 '실리'를 따진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적 요소가 많은 것은 아닐까?
3
중산층 스포츠인 럭비는 원래 경쟁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층계급 스포츠인 축구는 늘 매우 경쟁적이었다.
부루주아는 일에서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스포츠에선 정반대를 원한 반면,
노동계급은 집단 작업환경에서 개인을 내세울 수 없었기 때문에 스포츠는 더욱 경쟁성을 띄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치 패러독스,자신에게 결여된 그 무엇을 보상받고 싶어 그 어떤 일을 왕성하게 하는 보상심리리고 할 수 있다.
평소 삶에 녹아 있는 가치와 정반대되는 가치를 의도적인 활동으로 충족시키도자 하는 역설이다.
미국인은 공동체 정신에 굶주려 있지만 한국인은 시큰둥해 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에게 '당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꼽으라면 대부분 가족과 지역사회라고 대답한다.
4
한국인들은 'different' 와 'wrong'의 차이는 귀신같이 아는데,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에 대해선 잘 모른다.
'다르다'는 말을 써야 할 때 악착같이 '틀리다'라고 말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나하고 다른 것을 단순히 '다르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틀리다'라고 단죄해버리는 습성이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닐까?
자기하고 조금만 다르면 그 상대방을 틀린 놈으로 치부하는 사회, 불구대천의 원수로 대하는 사회,
그런 태도를 솔선수범해(?) 실천하고 부추기기까지 하는 정치, 언론, ……,
객관적 기준과 권위가 부재하다보니 다들 자기가 기준이 돼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불편한 진실 말이다.
'다르다'를 '틀렸다'라고 하지 말고 '재미있다'라고 말하는 발상의 전환과 훈련이 필요하다.
5
"월드컵 경기가 끝난뒤 시청 앞은 수십만 명이 모였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없었다"며,
"한민족이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던 6월10일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얼마 뒤 이 신문은 "경기가 끝난 뒤 응원단의 뒤풀이가 진행되는 종로 신촌 강남역 등 서울 시내를 비롯한
전국의 도심 곳곳은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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