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9. 10:48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겸연쩍은 일이 될지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아내에게 헌정키로 했다.
다른 저자들의 서문을 보면, 책의 내용에 대해 코멘트도 해주고 교정을 봐주기도 하는 아내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정말 부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내 아내는 내가 쓴 책에 대해서 교정은 고사하고 단 한번도 코멘트를 해주지 않았다.
나는 아내의 철저한 무관심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
아내의 그 무자비한 외면을 참고 견디면서 나는 마키아벨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도 메디치 가문의 철저한 무관심과 무자비한 외면을 받으며『군주론』을 썼다.
메디치와 같이 매정했던 나의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친다.
마키아벨리가『군주론』을 메디치 가문에 헌정했던 것처럼.
2012년 12월
신촌에서 저자 김상근
ㅋㅋㅋㅋㅋ
이 양반도 맘에 드는디?
흔히 마키아벨리 하면『군주론』을 떠올리지만,
그 외에도 『로마사 논고』,『전쟁의 기술』,『피렌체사』등의 대작과 수많은 단편과 편지를 남겼던 인물이다.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에서 외교를 담당하던 제2서기장으로 있을 때,
미켈란젤로가 피렌체에서 <다비드>를 조각하고 있었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체사레 보르자 밑에서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미켈란젤로, 다 빈치와 같은 시대에, 같은 도시에서 살았던 인물이다.
그런데 너무도 놀랍고 괘씸한 것은,
마키아벨리가 그 많은 문장 속에서 단 한번도 피렌체 예술이나 르네상스 예술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토록 찬란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그것도 미켈란젤로, 다 빈치와 같은 시대에, 같은 도시에 살았던 그가
르네상스 예술에 대해서 이렇게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내가 마키아벨리를 연구하게 된 첫번째 동기다.
(위 책 서문 중에서)
내 이름은 마키아벨리,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당연히 사람들의 말을 더욱 믿지 않지.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날 제일 존경한다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책에 대한 비난을 퍼붓지.
그러니 혼자 있을 때는 몰래 내 책을 읽는다네.
내 책을 몰래 읽은 자는 교황을 차지하고,
내 책을 던져버린 자는 경쟁자들이 몰래 탄 독약을 성배처럼 들게 되지.
-「몰타의 유대인」 (1589년)
1589년의 작품 속에 최초로 등장한 마키아벨리는 장차 그의 이름이 안고 가야 할 불운의 숙명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키아벨리의 책은 원래 철저히 약자의 입장에서 약자를 위해서 집필됐는데,
이 책의 가공할 만한 가치를 알아본 그 시대의 강자들이 다른 사람들이 읽지 못하도록 ‘악의 교사’로 몰아간 것이다.
강자들의 눈에 비친 마키아벨리의 책은 불온하기 짝이 없었다. 마키아벨리의 지혜와 통찰력이 두려웠던 것이다.
몰타의 유대인에 묘사된 것처럼, 권력을 가진 강자들은 마키아벨리의 책을 혼자서만 몰래 읽고 싶어 했다.
이렇게 마키아벨리를 읽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의 놀라운 통찰력을 독점하기 위해,
마키아벨리를 사악함의 대명사로 몰아간 것이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스스로 '마키아벨리의 친구;임을 자처하는 일본 작가 시오미 나나미에 대한 평가다.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마키아벨리 하면 대부분 시오노 나나미의 이 책을 흔히 참고한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기초적인 사료 분석이 미숙함으로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그녀의 글은 역사가 아니라 수필에 가깝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는 정확한 글이 아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이탈리아)에 대해서만 모든 지면을 할애하고,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생략해버린다.
일반적인 사료에 자신의 사생활과 느낌의 단편들을 개입시켜 독자들의 글 읽는 재미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마디로 사오노 나나미는 '루저를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ㅋㅋㅋㅋㅋ
대중의 습성은 얼이 빠진 짐승처럼, 사나운 본성을 가지고 숲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우리 속에 갇혀서 노예처럼 사육되고 있다가 뜻밖에 자유로워져서 들판에 방목되면
멋잇감이 어디 있는지, 보금자리인 동굴이 어디에 있는지 그저 어리둥절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누군가가 다시 잡으려고 오면 즉시 그 먹잇감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다.
타인의 명령 아래 사는 데 익숙해진 대중이 바로 그와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이다.
대중은 종종 지배자의 결점을 비난하는 데 대담하고 노골적인 언사를 사용하지만,
이윽고 형벌이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순식간에 동료들끼리 서로 믿을 수가 없게 되어 서둘러 그 지시를 따르게 된다.
대중은 왜 늘 소수의 지배자에게 당하고 사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울보이기 때문이며, 쉽게 분노하면서 이성을 잃기 때문이다.
지배를 하는 사람은 이성을 가진 반면, 지배를 받는 사람은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책 저자의 관심사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두꺼운 책은 아니고요, 300페이지로 얄팍합니다.
『군주론』의 세세한 내용에 대해서 쓴 책이 아닙니다.
약소 도시국가인 피렌체와 마키아벨리의 삶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피렌체의 역사적인 건물이나 미술작품 사진도 많이 넣었네요.
피렌체 여행을 하면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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