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5. 15:39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제2의 시간…스티브 테일러 지음·정나리아 옮김 |용오름 | 277쪽 | 1만3000원
50대가 되면 더 빠르게 느껴진다.
물론 시간의 물리적 흐름은 언제나 일정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는 느낌은 강해진다.
유년기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할머니집에 갈 때마다 “아직도 멀었느냐?”고 걸핏하면 묻는다.
예컨대 당신이 20대였을 때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고향에 가면서 느꼈던 지루함은 30대가 되면서 점차 줄어든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후딱 지나가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감각적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빨리 흐르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 길게 늘어난다.
위급한 상황에 처했거나 환각상태에 있을 때, 혹은 완전히 몰입한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에게도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심지어는 완전히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왜 그럴까.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 집중한다.
저자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인식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요인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그것을 “제2의 시간”이라고 명명하면서
“개개인이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는 요인들은 외부 요소가 아닌 내면에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저자가 개념짓는 “제2의 시간”은 심리학적 시간이다.
책에 따르자면 그것은 다섯가지 법칙으로 작동한다.
① 나이가 들수록 빨리 흐른다.
② 새로운 경험과 환경에 놓이면 천천히 흐른다.
③ 몰입하면 빨리 흐른다.
④ 몰입하지 못하면 천천히 흐른다.
⑤ ‘의식하는 정신’ 또는 평소의 자아가 사라지면 시간은 천천히 흐르거나 아예 멈춘다.
저자는 시간의 흐름이 그처럼 달라지는 이유에 대해 심리학과 인류학, 때로는 철학과 문학 등을 오가며 밝히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일정 기간이 전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면서 시간의 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느끼는 일정 시간의 길이는 인생 자체의 총 길이에 따라 변한다.
10살 아이에게 1년은 살아온 삶의 10분의 1이고, 50세의 남자에게는 50분의 1이다.
만약 태어난 지 1개월밖에 안된 아이라면 일주일이 무려 살아온 삶의 4분의 1에 해당하므로
그 일주일이 영원히 계속되는 시간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의 흐름이 달리 느껴지는 이유를 밝히려는 것이 이 책의 의도로 보이진 않는다.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법”이다.
“당신은 왜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시간은 우리의 인식에 따라 천천히 흐를 수도 있고 아예 초월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 대부분은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바라본다.
“현재의 상황에 익숙해져 무감각화 메커니즘이 작동하려 할 때마다 새로운 환경과 경험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사고가 필요할 때만 ‘자아’라는 외투를 꺼내 입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잠시 벗어두라”는 것이다.
우리의 ‘팽팽한 자아’는 언제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흘러가도록 재촉하는 감각적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출처. 경향신문
'책 · 펌글 · 자료 > 인문 · 철학 ·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상근『마키아벨리』 (0) | 2013.03.29 |
---|---|
『Beauty and the Soul』 (0) | 2013.02.22 |
『세속의 철학자들』 (0) | 2012.12.04 |
『우파니샤드』 (0) | 2012.11.28 |
『우리말 이야기』 (0) | 2012.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