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얘기 하나 해주까?

2013. 1. 17. 11:40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죄송합니다. 오늘 장례식에서는 떡 한 쪽, 술 한 잔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또 새끼 한 뼘, 거적 한 장도 가져가서는 안됩니다.

그 대신 일꾼 여러분에게는 끝난 뒤 품삯을 곱으로 드리겠습니다.

 

 

곡(哭)도 하지 않고, 당연히 나눠먹을 음식을 줄 수 없다는 까닭 모를 말을 하자 사람들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지난 밤이었다. 돌아가신 부친의 시신 옆에서 꼬박 이틀밤을 새운 그는 매우 피곤해서 잠시 졸았다.

그때 꿈에 선조인 듯한 백발노인이 나타나 산을 가르키며 말했다.

 

“맏상제는 명심해서 듣거라. 그대 부친의 묘 자리는 길흉이 함께 앉은 곳이다.

잘하면 복을 누리고 잘하지 못하면 패가망신하게 될 것이니라.

이것은 너만 알고 혼자서 처리해라.

장례를 지낼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술 한 잔은 물론 물 한 모금도 남에게 줘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새끼줄 한 토막이라도 적선하면 가세가 기울고 대가 끊길 것이나,

내가 이르는 대로만 하면 가세가 번창할 것이니라.”

 

 

단단히 일러주고 노인은 사라졌다.

맏상제는 아무에게도 사연을 공개하지 않고 행여 누가 음식을 먹을까, 새끼 한 토막이라도 주워갈까 노심초사하였다.

그때 걸인패들이 몰려왔다. 그러나 상주는 못본체 못들은체 했다.

혹시라도 걸인패들이 행패를 부릴까봐 아예 모든 음식을 집으로 가져가게 하고는 아무도 손 대지 못하도록 단단히 일렀다.

그 광경을 본 걸인들이 욕을 하고 돌아가자 그는 다시 걱정이 되었다.

“묘를 다 쓰거든 거적과 새끼줄, 지푸라기 하나라도 모조리 태워주시오.”

산역꾼들에게 두 번 세 번 신신당부를 하고는 황급히 집으로 내려갔다.

마악 내려가자 아니나 다를까 아낙들과 걸인들이 시비를 하고 있었다.

맏상주는 미친듯이 두 팔을 내저으며 그들을 내쫒았다.

 

한편 산에서는 묘가 다 되자 썩은 새끼 하나 남기지 않고 긁어모아 태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깡마른 거지 소년이 달달 떨며 모닥불 곁으로 다가와서는

“아저씨, 추워 죽겠어요. 그 거적을 태우지 말고 나 주세요. 태워서 없애느니 내가 덮으면 좋잖아요!”,

아이가 사시나무 떨듯하며 애원했다.

보다못한 일꾼들은 인정을 베풀고 말았다. “얘야, 이걸 갖고 사람들이 보지 않게 저 소나무 숲으로 빠져나가라!”

“네, 이 은혜는 오랫동안 잊지 않겠습니다.” 하며 쏜살같이 소나무 숲으로 달아났다.

 

 

그 후 묘를 쓴 집안은 날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거지에게 거적을 주었던 일꾼들은 차차 살림이 나아지면서 큰 부자들이 되었다.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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