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 멋졌네!

2012. 12. 2. 17:07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후쿠오카에서 남쪽으로 국도를 따라 내려가면 너른 곡창지대를 만난다.

누가 봐도 농사짓기 좋은 이 땅에 요시노가리 유적이 있다.

요시노가리 북쪽에 가면 역대 왕으로 추정되는 북분구묘가 있다.

네모난 봉분을 만들고 그 안에 구부리고 앉은 시신을 넣은 옹관을 묻었다.

옹관묘 발굴 현장에 가면 절반쯤 속살을 드러낸 옹관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매장의 풍습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옹관에서 출토된 중국제 청동거울이었다.

청동거울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그 글귀가 멋지다.

 

 

‘久不相見 長毋相忘

오랫동안 보지 못하더라도 긴 세월 동안 서로 잊지 않기를

 

 

거울의 글귀는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일본인은 이 옹관묘를 묻을 당시인 3세기에는 한자를 알지 못했다.

옹관에서 출토된 청동거울은 중국 한나라의 것이다.

 

(『일본고대사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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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조선신화

 

옛날 천신 환인의 아들 환웅이 세상에 내려와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하므로,

아버지가 환웅의 뜻을 헤아려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세상에 내려가 사람을 다스리게 했다.

환웅이 3,000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에 내려와 신시라 이르니, 그가 곧 환웅천왕이다. -『삼국유사』 

 

1. 천부인[天符印]우리나라 건국 신화에 나오는 환인이 그의 아들 환웅을 땅으로 보내면서

제왕의 지위를 나타내는 표지로 주었다는 세 개의 귀한 도장.

2. 가장 유력한 설은 천=청동거울, 부=청동검, 인=청동방울 "이고요.

검은 권력과 정치세력을 상징하고, 거울은 태양을, 방울은 신을 부르는 도구로서 거울과 방울은 제사때 사용 된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제정일치 사회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건국신화

 

1. 천신 아마테라스는 그의 손자인 니니기에게 곡옥, 거울, 검 3종의 보물을 주어 땅에 내려가 다스리게 했다.

니니기는 겹겹의 구름을 헤치고 존엄한 위세로 길을 찾아 휴가 고을 다카치호 봉우리에 내렸다. -『일본서기』(권2)

 

2. ( …… ) 우리 대일본제국의 기초는 이렇게 정해졌습니다.

이때 오미카미는 거울과 검과 옥 3종의 보물을 미코토에게 하사하셨습니다.

이것을 3종의 신기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거울은 오미카미의 덕을 드러내는 것으로 특히 존귀합니다.

( …… )이세 신궁은 이 거울을 받들어 모시고 있습니다. 미코토로부터 4대째 되시는 분이 진무 천황이십니다.

-  국정교과서 『소학일본역사』(19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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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많은 물건중에서 왜 거울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연장을 주든지, 곡물 씨앗을 주던지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거 참, 희한한 일이네. 왜 거울을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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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누릉지밥에다 김하고 조개젓하고 김치랑 먹고 나왔는데,

밥먹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계시(啓示)’를 뜻하는 거더구만.

하늘나라에서 보내주는 메시지가 청동 거울에 나타난다 이거지. 다른 상징성은 없고.

원시공동체는 자연재해로부터 무방비였을테니까, 경험이 많은 부족의 연장자나 눈치 빠른 놈이 권력 행사했을 터,

그 권력의 정당성을 미화하고 대물림하기 위해서는 천부로부터 위임받았다는 각본이 필요했을테지.

그러니까 결론은 역사의 조작 ·왜곡 ·창조는 이미 고대사회에도 있었다.

초에 구라가 있었느니라……

(책 뒤에를 읽어보니까 역시 청동거울이 권력의 상징이라데. 설명은 나와 좀 다르지만.)

 

천부인 세 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울이었겠구만. 계시로부터 시작되는 거니깐.

방울은 경고음이나 치유수단으로 보이기 위해서겠고,

검은 최종적인 수단으로 불복자에 대한 제재 · 권력행사를 뜻하렷다?

그러면 현대사회는 그런 구라로부터 탈피하였느냐?. 깨어났느냐?

권력의 정당성은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과 지도자를 선거로 뽑는다는 민주주의 정체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과연 그 다수결은 정의와 실질적 평등에 부합하는 것이고,

각종 선거는 공명정대한 경쟁으로 이루어지느냐.

 

내 말은 강자에 의해서 왜곡되고, 조작되고, 창조되고, 세뇌되는 것은 원시사회나 마찬가지가 아니냐 이거지.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라~♪’  봐바! 역시 거울이지.

 

 

 

 

 

 

 

사실은 천부인 신화를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久不相見 長毋相忘

오랫동안 보지 못하더라도 긴 세월 동안 서로 잊지 않기를

이 말이 멋져 보이길래 썰 좀 풀어보려고 했던 것인데,

에궁, 한참 옆길로 새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