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판화집《변덕》

2012. 8. 20. 18:19미술/서양화

 

 

 

1812년 프랑스 군대가 마드리드를 점령하고 있을 때 처음으로 인쇄되었는데,

『카를로스 4세 치하 에스냐의 빛나는 상태에 관한 옹호론 :

가스파르 멜초르 호베야노스가 마드리드 투우 광장에서 행한 연설』이라는 긴 제목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간단히『빵과 투우』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것은 착오이다.

본래는 '호베야노스와 고야의 친구인 호세 바르가스 폰세라'는 역사학자가 쓴 것이다.

이 팜플렛은 에파냐 각지에서 사본이 만들어져서 지식층 사이에 널리 읽혔다.

 

 

 

 

 

 

… 에스파냐에는 민중도 없고, 공업도 없고, 애국심도 없고, 승인된 정부조차 없다.

들판은 황무지로 변하여 경작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을들은 황폐해져 있다.

 

… 인민은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지식도 없다. 짐승 같은 오합지졸이다.

귀족들은 무지몽매함을 자랑으로 삼고,

학교에는 교육 원리가 없고, 대학은 야만시대의 편견을 충실히 보존하는 창고이다.

 

… 군대는 장군 투성이에다 전 세계라도 정복할 기세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군인들은 머리카락을 곱슬거리게 하고,

하얀 군복을 표백하고, 춤에 맞춰 제 동포를 탄압하는 전문가에 불과하다.

 

… 마드리드에는주택보다 교회가 더 많고, 속인보다 수도승이 더 많고, 부엌보다 제단이 더 많다.

더러운 문과 술집에도 밀가루 반죽이나 밀랍으로 만든 성상, 성수의 샘이나 성스러운 등잔이 있다.

 

… 예술과 과학을 말한다면,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추상화한 것에 불과하고, 궤변론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도덕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농담이고, 법률은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시는 정신병의 징후나 바보 같은 짓거리로 여겨지고, 물리학을 우매하고 터무니 없는 헛소리라고 말한다.

 

… 에스파냐의 행정은 무지몽매함의 시대, 수도승들이 군대를 지휘하던 시대의 산물이다.

사법은 법률의 수보다 많은 재판관들의 심심풀이이고, 눈짓만으로 새로운 법률이 나오는가 하면,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20년 동안이나 논의를 계속하기도 한다.

 

…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경제체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괴물이지만,

인민을 착취하여 왕실 수입을 늘리는 일만은 아주 똑똑하게 잘해낸다.

 

… 그러면 마지막으로 교회는 어떤가.

수두룩하게 많은 주교들은 시민적 권리나 재판에만 참견할 뿐 자신의 사명을 수행한 적이 없다.

성서조차도 죽음에 이르는 독이라 하여 민중한테서 빼앗아버리고,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신과 예수의 말씀도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매달 참회는 하지만 계속 악덕 속에 잠겨 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드넓은 정의의 법정보다 종교재판소의 지하감옥을 더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 영국인과 프랑스인은 꿀을 도둑맞고 화가 난 꿀벌 같다.

그러나 스페인 사람은 얻어맞고 잡아먹히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양이다.

전자는 풍요와 번영을 끝까지 요구하는 장사의 노예다.

후자는 가난과 착취에 깊이 잠긴 채, 아무 걱정 없이 시시한 오락과 남아도는 시간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

전자는 자유에 도취하여 억압의 쇠사슬은 작은 고리 하나조차도 참지 못한다.

후자는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노예의 쇠사슬을 끌고 다닌다.

전자에게 귀족은 귀한 사람을 말하지만, 후자에게 귀족은 양파나 부추처럼 흔해빠졌다.

오오 행복한 에스파냐여! 행복의 나라여!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이다지도 동떨어진 나라여!

이 영광과 성공의 길을 계속 걸어가라.혁명적 이념을 경멸하고 사고의 자유를 금지하라.

그리하여 평안히 잠들라.

너를 비웃는 자들의 속삭임을 유쾌한 자장가 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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