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30. 17:58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드라마 작가, 김운경님의 작품중에 '옥이이모' 란 드라마가 있다.
작은 읍내 마을을 배경으로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씨줄로 날줄로 얽히며
다양한 인물들이 웃음과 슬픔을 엮어냈는데,
그 중에서도 주인공 상구의 담임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학교는 상구네 반에서 제일 못생기고 공부도 못했는데,
어느날 서울에서 전학온 우체국장의 외동딸과 짝이 되는 행운을 얻게된다.
마침 학교의 옆자리가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이 난 학교는 뽀마드를 머리에 바르면서 짝사랑을 키워가는데....
그 예쁜 아이는 선생님께 짝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안들어주자
교장 선생님까지 동원해 압력을 넣는다.
- 으야, 와 바까 달라카는지 이유나 쫌 알자, 와 바까야 되는데?
- ........ 냄새가, 학교한테서 냄새가 나요...
- .... 뭔 냄시..?
- 나쁜 냄새요...
- 혹시 땀 냄시 아이가? 으야, 내 말 들어바라 으이?
학교가 말이다, 아침 일찍 일나가, 꼴 베노코, 안 늦을라꼬 띠오다보이
땀이 나는기다.
니는 띠믄 땀 안나나? 나제? 나나 안나나?
- 나요..
- 오이야, 바로 그기다. 얼매나 착하노.
니 같으면 새복 일찍 일 나가 꼴 베노코 등교 되나? 안되제?
그카이, 학교한테서 나는 냄새는 향기다, 착한 향기.
그 착한 아 한테서 나는 냄새를 니가 실타꼬, 자리 바까달라고
말도 안되는 어거지 부리는기, 그기 올나, 안올나.
- ..................
- 니 참 힘들제? 하고 위로 하는기 친구가,
나는 니 냄새가 싫어서 짝 바까달라할란다, 하는 기 친구가?
- ....................
- 자, 인자 알았으이 학교하고 더 친하게 지내야겠제?
- ........ 예 ...........
어느날, 어눌한 학교를 아이들이 둘러서서 놀리는 걸 본 선생님, 화가 나셨다.
- 너그, 너그가 와 학교를 무시하노?
너그가 학교보다 잘난 게 있기를 하나, 잘하는기 있기를 하나, 와 아를 무시하노?
아이들이 어리둥절해 술렁거리는데, 선생님은 학교를 앞으로 불러낸다.
- 장학교~ 니 일루 나와바라, 빨랑 나와바 ~!
니, 요래, 요래, 하능거 있제?
샛바닥을 말아서 요래~ 하능거 안있나, 니 잘하능거.
만두같이 또올~ 마능거 말이다.
나는 암만해도 그기 안된다, 샘도 니같이 그게 하고 싶은데 암만해도 안되더라.
샘도 몬하는 거를 여그서 암도 몬할기다. 니밖에 할 사람 음따.
학교가 혀를 빼서 동그랗게 말아 넣는다.
- 오야, 바로 그기다. 자, 다아~ 밧제?
너그는 학교가 하는거 이거, 할줄 아나? 할줄 아는 사람있으면 손 들어바라.
바라, 암도 없제?
학교가 잘하는거, 너거는 몬하면서 와 아를 무시하노?
너그가 먼데, 이래 잘하는 아를 와 무시하노?
학교가 하는 샛바닥으로 만두 맹그는 거, 그거 아무나 하능 기 아이다.
앞으로 학교 무시하지 마라, 알긋제?
공부 쫌 몬하믄 어떤노, 따른 거를 이래 잘하는데. 으이?
너그가 말이다, 학교가 하는 만두보다 더 잘 만든다카면 학교 무시해도 좋다.
다아~ 알긋제?
- 야아 ~~~~~~~~~~~
...................
여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우리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저런 선생님 한 분쯤 가슴에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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