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은 간다』

2011. 1. 24. 18:38음악/우덜- ♀

 

 

 

 

어제 kbs열린음악회에서 이「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사람이 있습디다.

중간에 봐서 가수 이름이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남자 가순데요.

늙수구레한 게 나이가 장사익씨 정도는 돼 보이더군요.

입에 하모니카 걸고 기타 치며 부르는데, 참 구성지게도 부릅디다.

 

지금 이 한영애도 그렇게 부릅니다만,

이 노래는, 이렇게 '날 잡아잡수'식으로 끈 놓아 버리고 부르는 게 젤로 좋습디다.

물론, 원단 백설희씨의 그 애절한  '봄날은...'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또 장사익씨가 부르는 것도 그 나름의 멋이 있고...

 

말하자면 이 노래는,

세대 · 나이별로, 男 과 女, 그리고 성격이나 살아온 사연별로,,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느낌이 각기 다를 듯합니다.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으로 시를 쓴 사람도 열 명이 넘습디다.

그런 걸 보면 '봄날'과 '봄날이 가는 것'에 대해서는

저 뿐만이 아니라 다들 생각이 많은가 봅니다. ⌒.⌒

물론 노래를 부르는 이들처럼,

느낌이나 뉘앙스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습죠만.

 

저는「봄날」하면,

'푸릇푸릇함'이나 '따사로운 햇볕', 그런 것보다 을씨년스럽단 생각부터 듭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뭔가 감춰논 '과거'가 있을 것만 같긴 한데.....

아무튼,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기분이 참 묘해요잉?

 

 

 

詩 몇개 훝어봤는데, 그 중에 기형도 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봄날은 간다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 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 패 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 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 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소읍小邑은 무서우리 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숙취는 몇 장 지전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이 시도 멋지집니다만,

저는 역시「봄날은 간다」의 노랫말이 더 좋게 느껴집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엔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언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울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고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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