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시인 詩 몇 편

2011. 1. 7. 11:47詩.

 

 

 

 

 

 

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하동에서

 

                    김용택

 

 

형님

우리의 아름다운 일생도

정겨운 형님과 나의 인연도 언제가는

저 물새 발자욱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산그늘 잠긴 물만

흐르겠지요.

 

 

 

 

 

 

 

 

가 정

                -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현관에 놓인 아홉 켤레의 신발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신발에서 느끼는 가족애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고달픈 삶 속에서의 가장의 책임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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