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콘의 제국이 진다.
2008. 10. 30. 10:08ㆍ책 · 펌글 · 자료/역사
자중지란, 네오콘의 제국이 진다 | ||||||||||||
입력: 2008년 10월 29일 15:17:43 | ||||||||||||
ㆍ미국 ‘신보수주의’ 탄생부터 몰락까지 미 대선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깊은 지성과 끈기가 있는 후보다. 그는 인종과 민족, 세대로 갈린 모든 노선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확신이 없다.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을 보면 매케인의 판단력에 의심이 간다.”
그는 이날 “최근 몇 년 새 공화당이 가고 있는 방향이 매우 염려된다”거나 “지나치게 우경화되고 있다”, “편가르기와 차별은 중지해야 한다”는 등 전체 방송 시간의 절반 이상을 공화당과 매케인에 대한 비판에 할애했다. 공화당 내 온건파로 분류된 그의 선언이 이에 맞서 공화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신 보수주의자, 즉 네오콘을 겨냥한 경멸이자 ‘사형선고’(소수계언론연합 뉴아메리카미디어)로 보이는 이유다. 30년 넘게 공화당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네오콘은 최근 들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주요 인사들이 매케인과 페일린을 향해 독설을 날리고,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흔들리는 네오콘 네오콘의 분열은 잇따라 불거지는 오바마 지지와 매케인 비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레이건 행정부에서 활약한 네오콘의 이론가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찰스 크라우트해머다. 그는 이달 초 칼럼을 통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 인물은 오바마”라고 선언했다. 그는 매케인에 대해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즉흥적으로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뽑았고, 금융위기가 터진 후에도 야단법석을 떠는 모습을 보였다”며 “광신적 즉흥주의자”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온 민주당이 혼란에 빠져든 와중에도 차분한 모습을 보인 오바마는 일류급 지성과 절제를 지닌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보수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페일린 거품은 정보통신기술(IT)과 주택 가격의 무분별한 거품과 같다”며 “매케인은 분수에 맞지 않는 운동장에서 좌충우돌하는 신참내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공화당의 대선 티켓은 지난 15일 열린 마지막 대선 후보 간 TV토론으로 생명이 끊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안 칼슨 전 미네소타 주지사, 윌리엄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바버라 로먼 상원의원, 켄 아델만 전 유엔 대사, 척 헤이글 상원의원의 부인 릴리벳 헤이글 등 공화당에 등을 돌린 인사는 손으로 꼽기에도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내가 공화당을 버린 게 아니라 공화당이 나를 버렸다”라며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크리스토퍼 버클리의 배신은 무게가 다르다. 그의 선언은 유권자들의 반발은 물론 네오콘들의 정체성 논란까지 부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신보수주의의 정신적 지주’ 윌리엄 버클리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신보수주의 역사
이들은 건국이념인 시장경제와 개인의 자유, 제한된 정부의 역할이라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근간을 둔 보수주의에 더해 기독교 이념과 백인우월주의, 극단적인 반공주의에 충실하고자 했다. 공화당의 보수주의 연대는 64년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애리조나주)을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내세웠지만 린든 존슨 민주당 후보에 참패한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공화당의 보수파는 두 가지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레이건은 보수주의 정책을 채택하면서도 일반인들의 인식과 편견에 부응하는 어투를 사용함으로써 보수주의 운동에 진정한 대중적 기반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평했다. 레이건의 연설은 사회복지지출에 힘쓴 정부를 “복지를 이용한 사기꾼”으로 몰고, 냉전의 억제정책에 대해서는 “승전 없이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약한 바보들”로 몰아붙이는 식이었다. 골드워터의 패배가 공화당에 안긴 또 다른 희망은 존슨 대통령의 정책에 회의를 품은 민주당원·자유주의자·사회학자들의 합류다. 이들은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민주당의 무기력한 대응과 72년 대선 후보인 조지 맥거번의 진보주의에 실망감을 표출하며 보수주의자로 돌변했다. 네오콘의 교과서 격인 ‘퍼블릭 인터레스트’를 창간한 어빙 크리스톨과 진 커크패트릭 전 유엔 대사, 가톨릭 신학자인 마이클 노박, 네오콘 기관지로 불리는 ‘코멘터리’의 주필을 지낸 노먼 포도레츠 등 새로운 보수주의자들이 모두 이때 민주당을 떠나 공화당과 만났다. 네오콘의 진정한 ‘신 보수주의’ 정체성이 확립된 시기다. 이들은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 사이, 노조를 증오하는 자본가들의 후원을 얻으면서 미국기업연구소(AEI)나 헤리티지 재단, 케이토 연구소,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등의 싱크탱크를 무장했다. ‘퍼블릭 인터레스트’는 물론 ‘아메리칸 스펙테이터’ ‘월스트리트 저널’ ‘폭스 뉴스’ 등 언론 역시 이들의 이념을 충실하게 뒷받침했다.
언뜻 아버지·아들 부시의 임기 사이인 92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빼앗긴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클린턴은 취임 2년 만에 ‘깅리치 혁명’으로 불리는 공화당의 상·하원 득세로 만성적인 정치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현 부시 행정부의 주요 보직 역시 네오콘들이 장악하게 됐다. 이라크를 침공해 미국식 민주주의를 뿌리내려야 한다는 생각 역시 크라우트해머와 어빙 크리스톨의 아들인 윌리엄 크리스톨, 로버트 케이건 등 현 네오콘의 핵심 이론가들이 ‘위클리 스탠더드’에서 주장한 그대로다. 네오콘의 위기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네오콘들의 입김이 빠진 것은 이라크전의 패배가 명백해지면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양원 의회를 모두 빼앗긴 2006년 즈음부터다. 2006년 11월 이라크전을 만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물러난 데 이어,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존 볼턴 유엔 대사, 스티븐 캠본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부 정책차관,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를 진두지휘하던 네오콘들이 줄줄이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나마 남은 사람이 딕 체니 부통령 정도. 하지만 이라크전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 금융위기까지 불어닥치자 부시 행정부의 무능에 네오콘 내부에서마저 실망을 나타냈다. 여기에 매케인의 패배마저 점차 확실해지면서 네오콘들은 더욱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레이건의 정치고문이었던 에드 롤린스는 “부시가 우리를 망쳤다”며 부시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감세·규제완화·작은 정부가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비전이 80년대 이후 세계를 지배했지만, 미국이라는 브랜드는 금융위기로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네오콘의 규제완화가 가져온 그늘은 월스트리트 붕괴 이전에도 캘리포니아 전력산업 민영화로 인한 정전 사태, 엔론 회계 부정 사태 등에서 분명히 나타났다”며 “이라크전과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대응은 공공부문의 취약성을 극명히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의 확산으로 공화당 내에서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재탄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방법이 문제다. 일례로 영국 보수당은 마거릿 대처의 퇴장 이후 무기력증을 치유하는 데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네오콘이 골드워터의 패배 이후 레이건의 승리를 이끌기까지 16년이 걸렸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문제는 지금의 공화당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달려 있다”며 “레이건 시대로 회귀해야 하느냐,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가가 논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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