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정의 High-End World

[서현정의 High-End World] 장엄한 대자연 파타고니아 고원

중앙일보 | 입력 2016.06.15 10:51 | 수정 2016.06.15 11:01
 
 
만년설에 뒤덥힌 장대한 안데스 산맥.
만년설에 뒤덥힌 장대한 안데스 산맥.
끝없이 이어지는 빙하.
끝없이 이어지는 빙하.
떨어져 내리는 빙하.
떨어져 내리는 빙하.
배를 타고 바라보는 모레노 빙하.
배를 타고 바라보는 모레노 빙하.
빙하 감상을 위한 유람선.
빙하 감상을 위한 유람선.
빙하를 감상하는 전망대.
빙하를 감상하는 전망대.
야생화가 가득한 고원 풍경.
야생화가 가득한 고원 풍경.
에올로에서 감상하는 파타고니아의 석양.
에올로에서 감상하는 파타고니아의 석양.
파타고니아의 전원 롯지 에올로.
파타고니아의 전원 롯지 에올로.
황량한 파타고니아의 고원지대.
황량한 파타고니아의 고원지대.

 

 

거꾸로 세워놓은 삼각형 모양의 남미 대륙에서 그 끝 부분에 해당하는 곳. 남위 38도 이남으로 파타고니아(Patagonia)라 불리는 곳이 있다.

파타고니아는 세상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와 거대한 아르헨티나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간에 남북으로 안데스 산맥이 뼈대처럼 자리 잡고 있다. 전체 면적은 100만 ㎢가 넘는다. 안데스 산맥 서쪽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칠레 영토, 안데스에서 이어진 높고 광활한 고원지대는 아르헨티나 영토이다. 칠레 쪽 파타고니아는 강수량이 많고 빙하의 침식 작용이 있어 산악 지형에 복잡한 해안선이 특징이다. 아르헨티나 쪽은 건조한 기후에 광활한 고원지대를 특징으로 한다.

파타고니아는 위도도 낮고 빙하나 고원지역이 대부분이라 농작물을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인구는 오래전부터 매우 적었고 목축, 산림업, 천연가스 채굴 외에 산업도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큰 도시도 물론 없다. 기후도 서늘하고 바람도 비교적 강하게 부는 곳이다. 그러던 곳이 19세기 이후 거대한 빙하, 끝없는 팜파스 초원의 아름다운 절경에 힘입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제 파타고니아 최고의 산업은 관광업이다.

파타고니아의 남쪽 끝에는 남극의 마젤란 해협을 바라보고 티에라델푸에고(Tierra del Fuego), 우수아이아(Ushuaia) 등 작은 도시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남극 대륙을 향한 크루즈 선, 대륙이 끝이라 불리는 혼 곶(Cabo de Hornos)까지 가는 유람선이 출발한다. 칠레 파타고니아 산악 지역에는 다수의 빙하도 존재한다. 해안 지대에는 빙하수가 흐르는 하천과 피요르드 해안이 형성되어있다. 남반구에서 남극을 제외하면 얼음과 빙하로 덮인 빙원이 넓게 발달한 유일한 곳이다.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Parque Nacional Los Glaciares)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곳으로, 50여 개 빙하는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빙하 집단이다. 빙하와 함께, 새하얀 눈에 쌓인 웅장한 안데스 산맥, 비취빛 빙하 호수들을 이곳에서는 만날 수 있다.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빙하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것은 모레노 빙하이다. 남부 파타고니아를 탐험한 최초의 아르헨티나 탐험가의 이름을 따랐다고 한다. 크고도 아름다운 아르헨티노 호수 위 60m도 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5㎞에 이르는 벽을 만들고 있다. 배를 타지 않고 만날 수 있는 빙하이기도 해, 이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이다. 오전에 걸어서 전망대에 올라 빙하를 감상하고 오후에 배를 타고 빙하의 뒷면으로 이동하여 빙하 위를 직접 걷는 미니 트레킹까지 즐기는 코스가 최고의 인기이다. 트레킹이 끝난 후에는 수 만 년 된 빙하를 넣어 만든 위스키 온 더 락을 한잔씩 음미할 수 있기도 하다. 모레노 빙하 외에 국립공원 안에서 가장 큰 빙하인 웁살라 빙하 등을 감상하는 1일 선상 투어도 있다.

빙하와 파타고니아 관광의 중심 도시는 칼라파테(Calapate)이다. 칼라파테는 이 지역에서만 나는 보랏빛 열매의 이름이기도 하다. 신비로운 전설도 담겨있는 이 열매를 먹으면 이곳에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칼라파테 맛 아이스크림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칼라파테에서 모레노 빙하로 가는 길에는 ‘파타고니아의 정신’이라고도 불리는 로지 ‘에올로(Eolo)’가 있다. 이곳에 정착한 유럽계 이주민들의 뿌리와 역사적 경험,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존중하는 곳이다. 멀고먼 세계를 가로질러 이곳을 찾아 선조들의 모험정신을 기리고 전설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지키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라 아니타 계곡 속 4000㏊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 17개 객실이 숨겨진 비밀처럼 자리잡고 있다. 모든 식사와 음료는 롯지에서 제공하고 그 고요함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말 그대로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삶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새해 첫날을 지구의 끝에서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륙의 끝이라고 불리는 곳은 세계 여러 곳에 있지만, 역시 특별한 울림이 있는 곳이라면 남극을 바라보는 남미 대륙의 끝, 이곳 파타고니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여름휴가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르다 생각될지 모르지만 일생에 한번 특별한 새해를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