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5. 19:32ㆍ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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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서쪽 마을을 가리키는 ‘서촌’으로 실력파 작은 화랑들이 몰리고 있다.
1980년대까지 서울 화랑가의 중심은 인사동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청계천 북쪽을 일컫는 경복궁 동쪽 일대의 ‘북촌’이 급부상했다. 국제·현대·학고재·아라리오 등 대형 갤러리와 금호미술관·아트선재센터가 포진한 데다 지난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까지 개관해 ‘북촌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러던 것이 최근 2~3년 통의동을 비롯한 통인동·옥인동·효자동·창성동 일대 ‘서촌’으로의 갤러리 이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조선시대 집권층 사대부가 살던 북촌의 대형미술관과 화랑을 고급 부티끄샵에 비유한다면 전문직 중인과 예술가들이 살던 서촌의 갤러리는 개성있는 소규모 디자이너샵에 빗댈 수 있다.
지난달만 해도 효자로 영추문 맞은편에 인디프레스갤러리, 자하문로 안쪽에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가 새로 문을 열었다. 소규모 갤러리지만 확보한 작가군이 막강하다.
젊은 기획자 박소정 디렉터의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는 지난달 7일 거물급 중진작가 성태훈·이헌정의 2인전으로 개관했다. 성태훈은 전통 옻칠기법을 수묵화에 접목한 신작을, 이헌정은 현대미술로 지평을 넓힌 도자작품을 선보였다. 통인시장과 인접한 이 지역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화가 이중섭, 시인 이상과 윤동주 등이 살았던 곳이다. 지난해 인사동에서 옮겨온 사진전문 갤러리룩스를 비롯해 한옥갤러리 서촌재, 갤러리291 등이 둥지를 틀었고 인근에 시인 이상의 집터를 개보수한 ‘이상의 집’과 박노수미술관이 있다. 박 대표는 “유서 깊은 곳에 위치한 갤러리인 만큼 국내외 동시대의 다양한 현대미술가를 소개할 것”이라며 “미술을 일상에, 나아가 다양한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발전적 공간으로 꾸려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대 인디프레스갤러리 대표는 부산 기반으로 근대미술을 주로 소개해오다 서울까지 진출했다. 신학철·황용엽 등 원로 거장들과 교분을 이어왔고 주재환·박이소·최정화의 3인전인 ‘쓰리 스타쇼’도 기획했다. 개관전으로 최진욱 추계예대 교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홍익대 예술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상업화랑의 정체성을 지키되 학예적 고찰을 거친 전시기획을 통해 학계가 시장과 대적하게 하는 게 목표”라며 “11월에는 설치작가 박찬경씨, 12월에는 이영욱 교수 등 외부기획자를 적극 영입해 전시하면서 신진작가도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신생공간 사이, 즉 효자로와 자하문길 사이에는 서촌에 먼저 뿌리내린 대림미술관과 진화랑이 있고, 갤러리시몬과 아트사이드·리안갤러리가 자리잡고 있으며 아트팩토리, 통의동보안여관, 갤러리그리다 등 15개곳 가량의 전시장들이 들어차 있다. 이처럼 인사동,북촌에 이어 서촌으로의 쏠림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소규모 화랑의 생존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화랑들의 이주는 이른바 ‘뜨는 동네’ 현상과 맞물려 돌아가는데 이미 북촌의 삼청로는 물론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로와 경리단길, 한남동 등이 전철을 밟았다. 때문에 대규모자본에 의해 지역의 문화정체성이 잠식당하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서촌을 지키려는 커뮤니티 공간 ‘혁이네’ 등 자생적 노력도 활발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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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예술칼럼 (28) 세계 미술시장의 눈이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중국이 미술시장의 판을 키우다 (4-2편)
미술시장에 대한 많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최근 4~5년 사이 중국 수집가들은 세계 미술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하며 미술 시장의 판을 어마어마하게 늘이고 있다. 각국에 퍼진 화교경제인들이 중국 미술시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으며, 중국 작가들 역시 이미 세계 미술시장의 핵으로 자리잡아 중국을 예술의 메카로 부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큰 돈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 관계자도 “문화혁명 당시 열심히 예술작품을 파괴했던 중국인들이 이제는 미술에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중국이 세계 미술 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3년 경매에서 중국 화가 쩡판쯔는 ‘최후의 만찬(2011)’을2330만달러(약 250억원)에 팔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만드는 현대미술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전까지 경매에서 팔린 아시아 현대미술작품의 최고가는200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1510만달러(약 162억원)로 일본 조각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조형물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였다.
쩡판쯔, 최후의 만찬., 2011
경매분석사 아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생존 작가 중 경매 거래가 가장 많았던 화가도 중국인이었다. 장샤오강, 위에민쥔, 펑쩡지에 등 중국 작가들이 글로벌 미술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여세를 몰아, 홍콩과 베이징은 이미 뉴욕과 런던에 이어 세계 3대 미술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장샤오강, 대가족, 1995
위에민쥔,무제, 1990
글로벌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홍콩 경매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중국 경매회사들도 선전하고 있다.
아트옥션이 현대 미술의 중심에 자리잡게 되면서2차 미술시장 중 경매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중국은 1997년 경매법을 발표한 후, 경매사 설립이 대성황을 이뤄 연간 1천 회가 넘는 경매를 열고 있다. 응찰을 하려면 보통 수천만 원의 보증금을 맡겨야 하고, 또한 고가의 작품만을 거래하는 이브닝세일의 경우, 억 대의 보증금을 맡겨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빈 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한다.
또 다른2차 미술시장인 페어도, 특히 홍콩아트페어의 경우 미술품에 대한 무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 수집가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성장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 축제로 자리잡아 미술시장의 판을 키우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홍콩 아트 바젤
이런 2차 미술시장을 통해 등장한 유럽, 미국의 거물 컬렉터들이 아시아 현대미술, 특히 중국현대미술에 눈을 뜨게 되면서 2세대 중국현대미술에까지 전략적 투자를 시작한 것이 세계미술시장의 판을 키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시아 현대미술 시장의 성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자국 컬렉터 층의 점증적 증가이다. 최근 세계 미술 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부유층들의 움직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의 신흥 백만장자들은 중국미술, 그 중에서도 중국 현대미술과 작가들을 특히 선호한다.
이러한 현상을 먼저 얻은 정보가 나중 정보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현상인 프라이밍효과 (priming effect)에 빗대어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중국 민족주의가 기억속에서 활성화되면서 중화민족주의에 대한 뜨거운 감성이 고조되고, 그 결과 미술품이라는 문화적 상품의 구매에서도 중국문화가 과거에 세계 최고였다는 복고적 감정, 중국이 19세기 이후 서구 열강과 일본에 약탈당했다는 부정적 감정, 이런 감성이 미술품 구입과 소장에 영향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 현대미술품 구입이 중국인 부유층 사이에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2차 미술시장과 함께, 1차미술시장인 갤러리들도 중국현대미술 시장의 판을 키우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가고시안, 화이트큐 브, 하우저&워스, 에마뉘엘 패로탱, 레만 모팡 등 최고의 갤러리들이 홍콩아트페어를 빛내며, 동서양을 초월한 다국적 수집가 군단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798따산즈를 시작으로 지우창, 허거정, 관음당, 쏭장 등이 갤러리촌으로 거듭나며, 1차 미술시장도 세계 수집가들의 발길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798따산즈 문화예술구
이렇듯,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부자들이 중국에 눈을 돌리면서, 중국은 아시아 미술시장을 점유하고, 심지어 미국과 유럽까지 제치면서 글로벌 미술시장 판에서 왕좌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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