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모 에세이,『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2015. 9. 3. 19:18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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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우린 어쩌면

변종모 지음
시공사 | 2015.07.07

 

 

 

 

 

삶이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일이다

그것을 벗어나 더 나아지기 위해 잠시 여행을 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돌아온 자리에서 여행의 기억들을 떠올릴 여유가 없다면 말이다

자주 여행을 했지만 여행을 추억하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늘 현재만 중요했으므로

과거는 지나간 시간으로만 여겼으므로

 

 

 

 

 

지나간다

힘든 그 모든 것은

반드시 지나간다

그러나

지나가는 동안

그 모든 것을 오롯이 겪어야 한다

 

 

 

 

 

사랑과 이별 사이

간격이 없다

생명이 죽음을 달고 살듯

사랑은 늘 이별을 달고 사는 것

 

 

 

 

 

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무게를 갖지 않는다

마음이 그렇고 생각이 그렇다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

삶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비교할 수 없는 무게의

추억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실체는 있으나

무게도 형태도 없는 것이다

 

 

 

 

 

그대 그곳에 있어 달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곳에 있어 달라.

나는 그렇게 못하지만

그대는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안다,

나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대는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모를 것이다,

그대는

내가 얼마나 오래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는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대와 내가 이리도 팽팽하겠는가.

 

그대,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곳에 그대로 있어 달라.

한 번쯤 그대가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대는 전혀 모르시겠지만,

아무리 멀고 먼 곳에서라도

나는 한 번도 그대를 배신한 적 없으니

그대는 한 번쯤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여행은

자신을 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디서나 주인인 동시에

잠시 스쳐가는 나그네임을 알아야 한다

잠시 스쳐가는 그곳에서마져도

오랜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마음속에 걸려드는 것이 있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나의 삶이란

여행과 생활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루하루

여행을 생활처럼

생활을 여행처럼 유혹하는 것

 

 

 

 

(여행을) 떠나도 살고

떠나지 않아도 살아지지만

분명,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닐 것이다.

 

 

 

 

 

 

 A Good Heart - Marc Enfr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