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류시인의 詩

2015. 4. 16. 10:45詩.

 

 

 

 

 

 

 

아이를 키우며

 

                                    렴형미

 


 

 

처녀시절 나 홀로 공상에 잠길 때 며는
무지개 웃는 저 하늘가에서
날개 돋쳐 훨훨 나에게 날아오던 아이
그 애는 얼마나 곱고 튼튼한 사내였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나에게 생긴 아이는
눈이 크고 가냘픈 총각 애
총 센 머리칼 탓인 듯 머리는 무거워 보여도
물푸레아지 인 양 매출한 두 다리는
어방없이 날쌘 장난꾸러기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염소마냥
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 애를 두고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를 탓 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놓고
무슨 재간이든 배워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까맣게 탄 그 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댑니다
뭐랍니까 그 애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마냥 그 애 맘껏 딩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 보고
비 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 잡고
따끔따끔 쏠쐐기에 질려도 보려무나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 넣어라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 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
네가 마음껏 딩구는 땅이
네가 한생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사랑하는 법부터 너에게 배워주련다
그런 심장이 가진 재능은
지구 우에 조국을 들어올리기에...... 


 

<ASIA> 제 4호 2007 , <조선문학> 2002년 11월

 

 

 

 

렴형미 : 함북 청진 출생. 1999년 전국 군중문학 현상공모에서 1등으로 당선 .

등단시 [시련과 녀인]은 고난의 행군 시기 북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나날의 삶을 살아나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후 여성들의 다양한 삶과 운명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결같이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려 고 한다는 점에서 북의 젊은 문학가 중에서 이채를 발한다.

 

 

 

 

 

 

 

북한의 시학 연구 1~6
이상숙 외 지음/소명출판
각권 4만2000~8만9000원

 

 

“이 작품에는 초기 작품에 내포되여 있은 정관적 태도가 아직 흔적을 남기고 있기는 하나 비분을 강조하려는 내성적 사색의 경지를 벗어나 현실에 대한 사실주의적 투시력이 확대심화되고 있음을 감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 리용악은 조국과 인민이 8·15 해방의 감격과 기쁨 속에 휩싸일 그때까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창작의 길에 들어서지는 못하였다.”

 

시인 이용악(1914~1971)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낡은 집>(1938)에 대한 북한 평론가 김우철의 평이다. 비판적 사실주의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구분하면서 이 시를 이용악 시세계의 발전 도상에 있는 미성숙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석, 이용악, 박팔양 등 작고한 재·월북 시인과 동기춘, 오세영, 렴형미 등 생존 시인을 망라한 북한 대표 시인 50명의 대표작과 그에 대한 평론을 모은 선집이 출간되었다. 이상숙 가천대 글로벌 교양학부 교수 등 북한 문학 전문가들이 지은이와 엮은이로 참여한 <북한의 시학 연구 1~6>이 그것이다.

 

권당 1천쪽을 넘나드는 방대한 분량의 이 선집은 1~2권에 대표 시와 평론을 실었고, 3~4권에는 북한의 시문학과 관련한 주요 평문과 함께 북조선예술총련맹 강령, 조선작가동맹 규약 그리고 김정일의 <주체문학론> 중 ‘시대와 문예관’ 같은 문건을 실었다. 또 5권에는 북한에서 나온 문학사 중 시문학사 관련 부분을 추려 엮었으며, 6권에는 선집에 참가한 연구자들의 논문을 실었다.

 

탈북 시인 최진이는 6권에 실린 ‘북한의 작가와 조선작가동맹’에서 “이북의 작가와 문단은 정치적 멍에마저 목에 멘 채 너나없이 괴로워하고 있다”며 “정치가 문학을 지배·관리하고 그 혜택을 홀로 누리려는 행위는 도리어 문학을 죽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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