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면 풍경』

2014. 12. 26. 18:23책 · 펌글 · 자료/정치·경제·사회·인류·

 


일본 내면 풍경

 

 

 

『일본 내면 풍경』은 우리가 ‘반일’과 ‘혐일’이라는 감정 속에서 애써 무시하고 있던 일본의 속내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그간 ‘일본은 없다’라는 담론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에게 감정적으로 ‘없다’고 취급할 만큼 작고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른바 ‘공기’와 ‘주신구라’로 표방되는 그들의 거대한 집단의식과 우경화 현상, 세계 문화를 잠식하는 ‘소프트 파워’, 미일동맹, 2020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거대한 국제 전쟁 속 일본이라는 나라의 내면과 파워를 감지해야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사회와 조직이 ‘공기’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이는 특정한 결정권자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아닌 무언의 중지가 가르키는 방향에 따라 집단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일본의 ‘우경화’는 아베나, 히시모토 토루 같은 정치인들이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국민들의 욕망을 만족시켜 대중을 규합한 뒤 일본의 ‘공기’가 가리키는 방향인 우경화의 길로 내달릴 것이라 전망한다.

일본 요리점과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 닌텐도로 매료시킨 일본의 ‘소프트 파워’는 한국과 동남아시아, 유럽과 미국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 소프트 파워가 만든 ‘우호적인 이미지’ 덕분에 미국은 일본의 우향우를 지지하고 있다. 그 틈을 타서 일본은 호주와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막후 외교’로 포섭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팽창하는 중국과 ‘소프트 파워’의 일본 사이에서 한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며 현명한 대처를 위해 일본에 감정으로 맞서기 보단 치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 유민호

퍼시픽 21 소장.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방송 보도국 기자로 일했다.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에서 공부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옛 통산성)에서 근무했으며, 1999년부터 워싱턴에 거주하면서 딕 모리스 한국 디렉터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는 '뛰면서 꿈꾸는 우리', 'E-Politics', '백악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일본)', '중국 소프트파워(일본)', '레드가이드북(중국)'등이 있다.

 

 

 

서문 일본은 없지 않다 7
제 1부 일본과 일본인
제1장 ‘지금 당장’이 지배하는 일본 열도 17
제2장 공기를 읽는 일본인, 공기로 움직이는 일본 33
제3장 일본 집단주의의 광기 49
제4장 대중(大衆), 내셔널리즘, 그리고 엔터테이너 70
제5장 한?일 4050세대론의 현주소 94

제 2부 일본의 소프트 파워
제1장 일본문화 소프트 파워의 현장 115
제2장 워싱턴을 무대로 한 일본 소프트 파워의 저력 137
제3장 미국이 보는 중국 패권론의 실상 158
제4장 2020 도쿄올림픽과 한국 178

제 3부 진화하는 미·일동맹 2.0
제1장 동맹과 기습 작전으로 풀어본 미?일동맹 2.0 199
제2장 야스쿠니 신사를 보는 미국의 눈 221
제3장 신지정학과 21세기 동아시아 동맹론 239

제 4부 태평양 전쟁의 유산
제1장 사익(私益)으로 점철된 일본 미디어 255
제2장 일본 군사외교 변천사 271
제3장 주신구라 정치학 285
제4장 영원히 참회하지 않을 위안부 문제 307

 

 

 

 

 

 

 

 

 

한국은 '이기는 야구'에 주목한다. 일본은 지지 않는 야구 게임을 우선시한다.

이기는 야구는 적극적이고도 공격적인 정신과 육체를 전제로 한다.

상대방에 주목하기보다 내가 가진 힘과 능력을 상대방에 퍼부어 승부를 낸다.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승부를 걸러 끝장을 내는 식이다.

지지 않는 경기는 어떨까?

내가 가진 능력보다 상대가 가진 장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내가 가진 약점을 보강하는 식의 전략 전술을 필요로 한다.

주변을 살피고 다소 위축된 상태에서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자세를 갖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결코 진다는 생각은 안한다.  무승부라도 좋고, 이기면 더더욱 좋다.

한국 스타일은 돌직구, 강속구, 스트라이크, 삼진, 홈런, 장타다.

명쾌하고 박력이 넘친다.

일본의 지지 않는 야구는 어떨까? 포볼, 번트, 진루, 안타, 커브, 범실타다.

한국인이 홈런을 통란 시원한 경기에 눈을 주는 동안, 일본인은 기록 작성에 열심이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한국은 굵고 짧게, 일본은 가늘게 길게,로 구분된다.

일본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기간이 엄청 길다. 40세를 넘기는 것은 보통이다.

스즈키 이치로는 만으로 40세다. 노모 히데오도 40세까지 뛰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일본은 있다, 일본은 없다'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없지 않다'라는 관점이 기본자세이다. 반일도 친일도 아닌 극일을 위해서다.

 

 

- 머리말 중에서

 

 

 

 

 

 

한국의 신문 방송을 보면, 최근에 나타난 일본 내 변화의 모든 책임이 소수의 극우주의자에 있다고 여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현재 불어닥친 일본의 변화는 아베나 주변의 아바타 몇몇을 타킷으로 할 수준의 애기가 아니다. 대통령제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리더쉽이 강한 몇몇 지도자가 한 나라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다고 믿기 쉽다. 일본은 내각제에다 화(和)를 기반으로 한 네마와시(주변에서 맴돌다가 중심으로 들어가는 협상스타일) 문화가 일상화된 나라다. 갑자기 등장한 소수의 카리스마 지도자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아베조차도 우향우의 아바타로 만드는 열풍이 지금 일본 전역에 불어 닥치고 있다.

 

일본의 현재상황에 비춰볼 때, 빡빡머리 붐과 2인3각 달리기의 부활은 특별한 의미로 닿는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대중을 모으고, 이어서 내셔널리즘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본 정치의 특징 중 하나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대중 내셔널리즘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할복한 미시마에 이어, 이시하라 · 아베 · 하시모토로 이어지는 엔터테이너의 서커스 공연은 당분간 흥행에 성공할 듯하다. 

 

 

X

 

 

 

1945년 종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는 한국인에 가장 익숙한 일본인의 모습이다. 단카이는 일본의 재무장에 반대하고, 비핵 3원칙을 규정한 평화헌법에 애착을 갖고 있으면, 한국과 중국에 저지를 과오를 솔직히 시인한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관계개선에에도 이바지한 바가 크다.

 

2030세대는 한 ·일 간의 직접적인 문화교류를 통해 익숙해진 세대이다. 영화 ·노래 ·텔레비젼 ·인터넷 등으로 생각과 모습이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이념과 청빈으로 살아온 단카이 세대를 위선자의 잠꼬대로 받아들이며, 소프트하고 심플하게 살아가는 세련된 선배인 4050을 지지한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에 출생한 세대인 4050은 일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는 중심이다. 일본의 시대정신이 우향우로 돌변한 계기는 바로 이들로 부터다. 4050은 1985년~1991년의 고도성장기인 버블경제의 엔화 혜택을 맘껏 누린 세대이다.

일본 인구의 27%를 차지한다. 이들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전후한 일본사까지 배울 뿐, 일본 근대화 이후의 만행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아시아 주변국을 괴롭히고 패전에 접어든 근 현대사는 아무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터부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4050은 실제로 일본이 한국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른다.

1980년대 말 일본 대학생들이 졸업여행지로 가장 선호한 곳은 파리 로마 런던 그리고 뉴욕이다.  (한국을 찾은 사람들은 단카이 이상의 장로급이었던 것이다.) 버블세대는 초유의 해외여행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던 시기였다. 일본경제만이 독주하던 전성기가 1980년대 버블경제 때이다. 뉴욕 최고급 호텔의  숙박비가 도쿄 3평짜리 비지니스 룸 숙박비와 비슷했고, 파리 리츠호텔 스위트룸 숙박비가 도쿄 4성금 호텔 숙박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4050의 특징 중 하나로 脫이념, 나아가 無이념을 빼놓을 수 없다. 4050은 특별한 신념이나 정치적 확신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머릿속에 아예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세대로 중국 한국과 맞서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향우의 성향으로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감정에 쉽게 빠지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로 머리가 빈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4050은 '헤이와보케'의 대명사로 불린다. 명사 '평화'와 멍해져서 분별력을 잃는다는 의미의 동사 '보케루'가 결합한 말로, 국가적 차원의 평화나 안전보장의 전쟁에 관한 식견이 없는 사람을 지칭한다. 스스로 원해서 탈이념이 아니라 이데올로기가 필요없는 무이념 버블경제 환경이 4050의 성장 배경이다. 회사에서 출세하고 이성으로부터 인정받는 인물이 되는 게 4050이 지향하는 인생이다. 민족주의, 국가주의, 애국주의는 무념무상일 경우 쉽게 등장하는, 감성에 호소하는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도 있다.

 

 

 

 

 

 

나머지 3분의 2는 최근 2014년까지의 동북아 국제정세 안보에 관한 내용입니다.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