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7. 20:19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뵈클린의 <죽음과 함께 있는 자화상>은 특이하게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화가는 붓과 팔레트를 들고 있다. 복장은 마치 신부복처럼 엄숙하다.
등 뒤로 다가선 해골 모습을 한 죽음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화가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소곤거리는 듯하다.
화가는 불현듯 엄습해온 죽음의 속삭임에 놀라는 눈치가 아니다.
담담한 표정으로 죽음이 전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
Kick the Bucket 에서 유리된 말로,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발로 차 버리는 행위에서 전해졌다.
즉, 우리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말한다.
카터 체임버스(모건 프리먼)는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어느 날,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 철학교수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라고 했던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46년이 지나 모든 꿈을 접고 자동차 정비사가 되어있는 그에게 ‘버킷 리스트’는 이제 잃어버린 꿈의 쓸쓸한 추억이자, 가끔씩 떠올리고 지워보는 놀이에 불과하다.
한편,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돈 안 되는 ‘리스트’에는 관심이 없다. 돈을 벌고 사업체를 늘리기에 바쁜 그는 인수 합병이나 고급 커피 외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은 스파가 아니기 때문에 예외 없이 2인 1실’이라는 에드워드의 철칙 때문에 에드워드와 카터는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게서 중요한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돌아보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해야겠다는 것.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뛰쳐나간 두 사람은 ‘리스트’를 행동으로 옮긴다. 타지 마할에서 세렝게티까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허름한 문신집까지, 구형 스포츠카에서 프로펠러 비행기까지, 함께 만든 리스트를 들고 열정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광대하고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그들은 목록을 지워나가기도 하고 더해 가기도 하면서 어느 누구나 풀어가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과 씨름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들은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웃음, 통찰, 감동까지도.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에 관한 멋진 믿음이 있었다는 거 아나?
영혼이 하늘에 가면 말이야,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했다고 하네.
그 대답에 따라 천국에 갈지 말지가 정해졌다고 하지.”
“알았어, 뭐였는데?”
“첫번째 질문은 살아가면서 참다운 인생의 기쁨을 느낀 적이 있느냐?라네.”
“음… 그래? 두번째는 뭔가?”
“자네 인생이 다른 이들에게 그런 참다운 인생의 기쁨을 안겨준 적이 있느냐?라고 묻는다네.
자네는 어떤가? 대답해 보게.”
“잘 모르겠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
여러분은 만약 남은 삶이 1년 정도라고 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출 퇴근을 되풀이 할 건가?
주부들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날까지 육아와 가사에 충실할 건가?
대부분은 그동안 정말 하고 싶었지만 일상에 쫒겨 포기했던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릴 것이다.
결국 우리는 평소에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정말로 시한부 판정을 받아야만 자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게 된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금 스스로 죽음을 현실 문제로 생각하고 삶을 되돌아본다면 비극에서 벗어날 수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지고 삶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크게 느낄 때는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니까.
-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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