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 Caminho (길 위에서) / Bevinda

2012. 6. 27. 18:19음악/쟈덜- f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미 신의 권한으로 정해져버린.

‘운명’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그 단어는 보고만 있어도 경건하고, 무겁고, 또 슬프다.
포르투갈의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 리스본에는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낮은 자리에 있던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그것’에 마냥 슬퍼하고만 있지 않았다.
뱃사람들은 조국을 그리며, 집에 있던 사람들은 바다로 나간 사람을 그리며,
스스로를, 상대방을 위로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운명’이라는 뜻의 단어 ‘fatum’에서 따와 부르기 시작했다 .
파두(fado)는 그렇게 태어났다.
죽었을 때 정부에서 3일 동안 애도기간을 공포했었던 ‘파두의 대모’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가
파두를 상류층까지 퍼 뜨리며 포르투갈의 국민음악으로 승화시켰다면,
베빈다는 세상에 퍼 뜨리며 현대 음악의 한 장르로 만들어가고 있다.


“내면 세계를 잘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있어요. 유럽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이 특히 그래요.
그래서 한국에서 파두가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노래가 드라마, 광고 등에서 쓰이며 인기가 많은 이유 를 설명하며 웃는 베빈다.
불혹을 넘은 나이지만 솔로 데뷔 앨범을 발표한 것은 이제 8 년밖에 되지 않았다.
두 살 때 프랑스로 건너온 베빈다는 지방의 작은 무대에서부터 노래를 시작했다. 물론 가장 편한 프랑스어로.

노래는 물론 작곡에서도 실력을 보인 그녀는 단연 프랑스 음악계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정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뭔가 ‘아니다’ 싶었다.


“뿌리를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포르투갈로 건너가 몇 달 동안 생활 했죠.
그리고는 프랑스로 돌아와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공부했습니다.
그 전에는 쉽고 아주 일상적인 말만 할 줄 알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통해 좀더 본격적으로 언어를 배웠어요.

 

파두 가수가 되기 전에 관광 가이드, 텔레마케터, 호텔리어 등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은 그녀는

드디어 1994년 첫 앨범을 발표했다.
마치 자신이 파두를 하게 된 것은 운명이라는 듯 ‘Fatum’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제 파두는 다른 파두와 달라요.

첼로, 신디사이저,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고 독특하게 편곡하며,

탱고 등 다른 장르의 느낌 도 많이 내죠.

하지만 그보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아주 많이 담고 있어요. 어머니가 써주시는 가사를 통해 표현하기도 하구요.

향수를 만들 때 좋은 향기를 잘 배합해야 하잖아요. 전 제 파두에 저의 향기를 담고 있어요.”

 

이번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 ‘em caminho’(길 위에서)에는 그녀의 향기가 가득 배인 열 다섯 곡이 담겨 있다.
이 중에는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 에 대하여’를
리메이크한 곡도 있다.
외로운 도로에 덩그러니 꽃을 들고 있는 앨범 재킷 위의 소녀처럼, 그녀의 음악은 산뜻하면서도 외롭고,

깔끔하면서도 질척댄다.


“네팔 여행은 나의 내면을 찾아가는 여행이었고,  
여행은 언제나 예고 없는 일의 연속이죠.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많은 것에 ‘취하면’ 좋은 곡이 많이 나와요.”


첫 베스트 앨범 발표를 통해 그녀는 한 번의 음악 여행을 마쳤다.
이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슬픈 일보다는 행복한 일이 더 많아, 스무 살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라는 베빈다.
그녀는 환하게 꽃을 들고 서 있다. 길 위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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