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티노

2012. 3. 23. 10:17음악/영화. 영화음악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시가 날 찾아왔다......

나는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게 겨울이었는지......강이었는지.....

언제 어떻게 였는지......

나는 모른다

 

그건 누가 말해 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다

 

내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활... 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독한 귀로길에서

그곳에서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파블로 네루다 '詩')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20세기 대표적인 시인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칠레의 시인 피블로 네루다의 실화를 바탕으로 안또니오 스까르메타가 쓴 원작소설 "불타는 인내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촐영도중 심장병으로 쓰러진 주연 배우인 트로이시가,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고 말았으나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던 영화였습니다. 칠레의 대시인 피블로 네루다와 이탈리아의 작은 외딴섬 우편배달부가 나누는 소박한 우정과 사랑을 담은 영화가 바로 "일 포스티노(Il Postino)"인데, 이탈리아어로 집배원이라는 뜻입니다.
시인을 통해 시를 배우고 진실한 마음이 담긴 시로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는 동화같은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 속 파블로 네루다는 실존인물로 칠레에서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1924년 '20가지 사랑의 시와 정말의 노래 한 곡'이라는 시집을 발표, 라틴아케리카 최고의 시인으로 찬사를 받으면서 1973년 사망하기까지 단순하고 쉬운 말로 노동자 농부의 삶과 애환을 그려내 197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영화 속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실존인물 파블로 네루다가 사회주의자라는 정치적 이유로 1942년 본국인 칠레에서 추방당하자,
당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 있던 이탈리아 정부가 나폴리의 아름다운 섬에 그의 망명처를 제공해 주게 되는데,
여기에서 전혀 엉뚱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이 영화의 소재가 됩니다.

 

시인 네루다가 이 작은 섬에 안주한 후, 엄청난 물량의 우편물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 듭니다.
마을 우체국장은 이 우편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히 어부의 아들인 마리오 로뽈로를 고용하게 되는데,
순박한 마리오는 유명한 시인과의 접촉을 기회로 마을 여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합니다.
시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마리오는 네루다와의 만남을 통해

차츰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와 감성을 발견하게 되고 네루다의 권유로 시를 쓰게 됩니다.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에게 마리오는 시로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시인 네루다는 새로 사귄 이 순박한 친구 마리오를 성심껏 도웁니다.

결국 마리오는 아름다운 베아타리체의 꿈같은 사랑을 얻게되고,

또한 네루다를 통해서 무한한 언어를 통한 시적 은유의 세계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환희를 맛보게 됩니다.


"詩는 그 詩를 쓴 詩人의 소유가 아니라 그 詩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다."
대시인 네루다와의 만남을 통해 내면의 눈을 뜨고,
영혼을 통한 순수한 자아를 발견하는 마리오의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네루다에 대한 칠레정부의 추방령이 철회되어 대시인은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로인해 임시로 고용되었던 우체부 마리오는 직업을 잃게 됩니다.
마리오는 날마나 자신의 고독 속에 둘러싸여
존경하는 시인, 선생님이자 친구인 네루다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라 합니다.
그 목마름은 다시 시어로 살아나 마침내 마리오는
이 세상에 '아내의 사랑'도 '친구의 사랑'도 초월한 예술적 감성을 발견하게 되지요.

 

마리오는 네루다가 살던 집에 들렀다가 녹음기를 발견하는데
사람의 목소리가 녹음되는 걸 보고 무척이나 신기해했던 그는 문득
존경하는 시인에게 이 섬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싶어집니다.
마리오는 네루다를 존경해 마지 않는 마을 우체국장과 함께
쉬지 않는 파도소리며, 절벽을 스치는 바람소리....등 섬마을의 소리를 담습니다.


영화는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네루다가 다시 이 섬을 찾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사내아이의 엄마가 된 미망인 베아트리체로부터 이데올로기를 모르던 순박한 마리오가,
그가 존경하는 네루다가 사회주의자란 하나만 생각하고

사회주의 집회에 참석하여 그를 기리는 시를 낭송하다가
들이닥친 경찰에게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리며 죽어간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베아트리체로부터 마리오가 남긴 녹음기를 건네받은 대시인은
섬마을의 아름다운 소리들과 함께 그가 남긴 싯구절을 듣습니다.
마리오 자신의 불타는 열정과 순수한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 둔 녹음기와
네루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아내 베트리체와의 어린 아들을 본 네루다는
자신이 그토록 쉽게 잊었던 한 남자의 큰 사랑을 깨닫고는 망연자실해 합니다.
무지의 순수속에 진정한 '시 언어'가 존재하였음을 깨닫는 순간
그에게는 이미 훌륭한 시인이자 친구를 잃은 허전함만 남을 뿐이었지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요. 시를 낭송하셨을 때 단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바다처럼 말이지?"

"네, 그래요. 바다처럼 움직였어요."

"그게 운율이란 것일세."

"그리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너무 많이 움직여서 멀미가 났거든요."

"멀미가 났다고?"

"그럼요! 제가 마치 선생님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같았어요."

"'내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바로 그래요."

"네가 뭘 만들었는지 아니, 마리오?"

"무엇을 만들었죠?"

...... ...... ......

"메타포!"

 

 

 

 

 

 

 

 

***

 

 

 

 

 

 

 

 

 

Il Postino (1994년)

 

이 영화를 유명하게 만든 또하나의 이유는 바로 영화음악에 있습니다.
작곡가 루이스 바칼로프(Luis Bacalov)
는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유명한 뮤지션이라고 합니다.
영혼을 불어 넣은 듯, 시정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음률의 마법사인 그의 독보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은
이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의 OST
로 1996년 아카데미 드라마 부문 음악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영화음악가이자,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누구나 존경하는 최고의 작곡가입니다.

루이스 바칼로프
는 1938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나
5살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고, 아주 어렸을 적부터 콘서트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는 자신의 음악인생을 자신의 고향인 아르헨티나가 아닌 로마에서, 1958년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미션(Mission)",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등으로 유명한
영화음악의 대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의 어시스턴트로부터였다고 합니다.

루이스 바칼로프
는 원래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가난했던 젊은 날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시작한 팝음악이 계기가 되었다고 하지요.
영화음악은, 61년 "LA BANDE DEL BUCO"라는 영화에 영화음악을 하면서 시작했는데,
1964년에는 "IL VANGELO SECONDO MATTEO"로 아카데미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의 대명사라 일컬어지는 서부극 "장고(DJANGO)"와
"여인들의 도시(LA CITTA DELLE DONNE)" 같은 작품에서 음악을 담당하면서
루이스 바칼로프엔니오 모리꼬네
와 쌍벽을 이루는 작곡가로 부각되게 됩니다.
이후 40여년 동안 70여편이 넘는 작품들을 발표했지만, 대부분이 우리가 잘 모르는 이태리 영화인 탓에
우리들이 기억하는 멜로디로는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의 대명사 "쟝고(DJANGO)"의 테마곡 정도 뿐이었습니다.

이런 그가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이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의 주제 음악이
전세계적인 호평을 받아 1996년도 '아카데미 드라마 부문 음악상'을 수상하면서라고 합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어시스턴트로 출발했다는 그의 이력 탓에 늘 모리꼬네와 비교를 당했던 그는
이 영화로 5번의 노미네이트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수상하지 못한 엔니오 모리꼬네보다
먼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됩니다.
원래 "일 포스티노(Il Postino)"의 영화음악은 제일 먼저 엔니오 모리꼬네
에게 의뢰가 들어갔으나
그가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뒤늦게 루이스 바칼로프가 작업했다는 얘기는 유명한 일화라고 합니다.

이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는 그의 인생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았지요.
무수히 많은 영화음악 제의를 거절하기에 바쁠 정도로 그는 일약 국제적인 대스타가 되었습니다.

원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에는 하모니카 연주가 아니라 아코디언 연주곡이 많습니다.
이 영화에는 주로 아코디언과 기타, 피아노, 플룻 등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 주지만,
OST보다 훨씬 더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연주곡입니다.
오늘
지그문트 그로븐(Sigmund Groven)
의 하모니카 연주를 통해서 감상하시는
루이스 바칼로프 아름다운 "일 포스티노(
Il Postino)"
아름다운 하모니카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애잔한 바이올린과 풀룻 선율이
착하고 순박한 노총각 마리오의 베아트리체를 향한 깨끗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듯 하답니다.

짧은 연주가 끝나면, 다시 한 번 반복해서 이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 펌글. (총연주시간 : 3분41초) -

 


 

 

 

 

 

 


 

 

일 포스티노 / 황지우


자전거 밀고 바깥 소식 가져와서는 이마를 닦는 너,
이런 허름한 헤르메스 봤나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니까는
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답한 너,
내가 그 섬을 떠나 너를 까마득하게 잊어먹었을 때
너는 밤하을에 마이크를 대고
별을 녹음했지
始動하는 너의 사랑을 별에게 전하고 싶었던가,
네가 그 섬을 아예 떠나버린 것은

그대가 번호 매긴 이 섬의 아름다운 것들, 맨 끝번호에
그대 아버지의 슬픈 바다가 롱 숏, 롱 테이크되고;
캐스팅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나는 머리를 박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떤 회한에 대해 나도 가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땜에
영화관을 나와서도 갈 데 없는 길을 한참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휘파람 불며
新村驛을 떠난 기차는 문산으로 가고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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