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파의 산파, 두 사람

 

 

 

 
               일리야 레핀 / 파벨 트레티야코프의 초상 / (1883)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크람스코이와 함께 이동파가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평론가 '스타소프'와 컬렉터'트레티야코프'다.

트레티야코프가 없었다면 러시아 미술은 없었을 것이다. 모스크바의 상인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가업을 이어받아 더욱 융성하게 발전시켰다. 트레티야코프, 마몬토프, 랴부슈킨, 슈킨, 모로조프 등은

러시아 미술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 중요한 상인 가문이다.

젊은 시절 트레티야코프는 사회에서 번 돈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 결심은 국민적인 미술관 건립으로 구체화되었다.

트레티야코프의 컬렉션은 이동파의 등장과 함께 187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는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역사 발전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작품이라면 기꺼이 컬렉션을 했다.

19세기의 그림 뿐만 아니라 18세기의 그림과 이콘화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죽기 6년 전인 1892년 트레티야코프는 그동안 자신이 수집해 온 미술작품 2,000여점을 모스크바시에 기증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이룬다.

베누아는「러시아 미술사」에서 "트레티야코프는 타고난 본성과 지력으로 보면 학자였다."라고 썼듯이

동시대인들은 그의 탁월한 지성과 안목에 감복하곤 했다.

 

 

 

 
              

 

 

 

이반 크람스코이 자화상

 

 

 

19세기 후반 러시아 미술은 세계 미술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러시아 미술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동파'가 등장한다.

이동파는 정치적 경제적으로는 후진국이면서도 정신적으로 이것을 극복하려고 했던 지식인 중심의 민주적인 미술 유파였다.

세계 미술사 곳곳에서 미술이 정치와 갈등을 일으킨 적은 있지만

이처럼 철두철미하게 반체제적 성격을 유지한 미술운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동파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 바로 이반 크람스코이(1837~1887)이다.

그는 뛰어난 화가이자 탁월한 미술 비평가였으며,

레핀과 야로센코 같은 훌륭한 제자를 키워낸 스승이자, 이동파를 결성한 탁월한 조직가였다.

 

1863년 크람스코이가 상트 페테르부르그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직전에 시작된다.

졸업작품 주제로 농노해방이 선정되었다. 크람스코이를 비롯한 14명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집단 자퇴를 한다.

화가로서의 안정적인 길을 포기한 겁없는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14인의 반란자'라고 불렀고,

아카데미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이들은 작업실과 주거지를 공유하는 생활공동체 '페테르부르그 예술가 조직'을 결성한다. 

1870년 크람스코이와 비평가 스타소프의 전격적인 합의로 '이동 전시 협회'를 결성함으로써

미술사에 '이동파'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첫째, 러시아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시대 예술작품의 감상의 기회를 주는 것,

둘째, 러시아 사회에 대한 애정을 함양하는 것,

셋째, 작품 판매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것,

 

한편으로는 미술계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관과 중앙 귀족들에게 국한되었던 컬렉터 층을 확보해 작가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려는 의도였다.

일종의 미술계 브나로드 운동이었다.

거의 해마다 개최된 전시회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반면에 아카데미는 급격하게 쇠퇴해 갔다.  

1923년 마지막 전시를 갖고, 혁명 정부 하에서  조직개편으로 해체되기까지 무려 52년간 존속했던,

세계 미술사상 유래 없이 장수한 화가 그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