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8. 10:17ㆍ음악/쟈덜- m
이글스의 대표곡 ‘호텔 캘리포니아’는 공연 시작 후 불과 10분여 만에 갑작스레 튀어나왔다.
아직 관객입장도 다 이뤄지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
무대 뒤편으로 야자수와 미국 서부의 낭만적 정취가 담긴 영상이 깔리고 익숙한 기타 전주가 흘렀다.
옷매무새를 추스르지도 못한 관중은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문제는 ‘호텔 캘리포니아’ 이후.
다수의 관중을 발걸음하게 한 대표곡이 공연 초반에 이미 끝나버린 후, 공연은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할 것인가.
관록의 미국 서부 독수리 오형제는 다소 김빠진 공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데뷔 40주년의 이글스는 ‘호텔 캘리포니아’ 없이도 폭발해 산화했고,
공연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중년 관객들은 가끔 눈물을 훔치며 청춘을 떠올렸다.
15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이글스의 첫 내한공연.
1만1000여명의 관중 중 40~50대 남성이 절대다수였다.
무대 세팅은 70년대 컨트리록을 부르던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첫 곡 ‘세븐 브리지스 로드’. 무대에 등장한 청바지와 셔츠 차림의 이들은 5명이 기타와 베이스를 메고 나란히 서서
각각 핀조명을 받으며 연주를 시작했다.
오리지널 멤버인 돈 헨리(64·드럼/보컬), 글렌 프레이(63·기타/보컬), 조 월시(64·기타/보컬), 티모시 B 슈미트(64·베이스/보컬)가
주름진 얼굴로 거기 서 있었다.
글렌 프레이는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라며 공연 초반의 긴장을 풀었고,
이후에도 멤버들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공연은 이글스의 40년 역사를 응축했다.
1972년 데뷔 음반 <이글스>의 곡부터 2007년 재결성해 발표한 음반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에 실린 곡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었다.
특히 ‘호텔 캘리포니아’는 물론, ‘위치 우먼’ ‘테이크 잇 투 더 리미트’ 등 70년대 컨트리록들이 나올 땐 박수와 환호성이 터질 듯했다.
중년의 관객들은 추억과 흥분이 얽힌 듯 스스로의 에너지를 이기지 못하고 어색한 동작으로 발을 구르고 손을 흔들었다.
공연 중반 글렌 프레이는 “오랜만에 70년대 초의 세팅으로 노래할 수 있어 즐겁다. 여러분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갑이 넘은 멤버 하나하나의 존재감은 명징했다.
돈 헨리는 투박하고 거친 애수를 품고 있었고, 글렌 프레이는 담백하고 편안했으며,
조 월시는 특유의 재치와 쇼맨십을 폭발시켰고, 티모시 슈미트의 청아한 목소리도 여전했다.
기타 셋에 베이스와 건반, 드럼과 퍼커션, 트럼펫과 색소폰 등 브라스까지 풍성한 악기 편성은 소리의 두께를 넓혔고,
각 연주자의 기량 역시 최상급이었다.
이글스가 ‘건재하다’는 직접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 것은
2부 중반쯤 최근작인 2007년 음반 타이틀과 동명의 곡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을 연주할 때였다.
컨트리록의 건전한 정서는 돌연 대서사시의 허무하고 관조적인 분위기에 압도됐다.
10분이 넘는 이 대곡은 노장의 연륜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연주와 함께 이들이 ‘현재 진행형’의 밴드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앙코르 무대의 마지막은 ‘데스페라도’. 돈 헨리의 익숙한 목소리가 흐르자 관중은 목청 높여 따라 부르며 공연의 마지막을 즐겼다.
3시간여의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 친구 5명과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김영국씨(54)는 “30만원이 넘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다.
친구들과 옛 기억을 되짚으며 술 한잔하러 간다”고 했다.
- 경향신문. 어제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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