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설 / 세상의 길가에 나무되어
2010. 1. 8. 09:57ㆍ음악/우덜- ♀
박남준 시인의 ‘세상의 길가에 나무되어’.
유종화가 곡을 붙인 것으로 노래는 허설이 불렀습니다.
“먼 길을 걸어서도” 만날 수 없는 ‘당신’을 기리는 매우 애틋한 서정이 담겨있는 시(노래)입니다.
“새들은 돌아갈 집을 찾아/ 갈숲 새로 떠나는데” 가야 할 길을 몰라
“어둔 밤까지” “길이란 길을 서성”이는 우리네 인간들의 실존적 방황을 함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퇴고(推敲)라는 말을 탄생시킨 일화가 묻어있는 당나라 시인 가도의 시,
“새들은 호숫가 나무 위에 잠들었는데(鳥宿池邊樹)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고 있구나(僧敲月下門)”를 떠올리게도 하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구절의 결연한 체념에는 처연한 아름다움까지 스며있습니다.
- 이종민의 음악편지 중에서 -
먼 길을 걸어서도
당신을 볼 수가 없어요
새들은 돌아갈 집을 찾아
갈숲 새로 떠나는데
가고오는 그 모두에
눈시울 적셔가며
어둔 밤까지 비어가는
길이란 길을 서성거렸습니다
이 길도 아닙니까
당신께로 가는 걸음걸음
차라리 세상의 온 길가에
나무 되어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