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1. 13:44ㆍ음악/연주곡 등
送 別(송별) / 다산 정약용
驛亭秋雨送人遲
역정추우송인지
역사(驛舍)에 가을이 내리는데 이별하기 더디구나
絶域相憐更有誰
절역상련경유수
이 머나먼 외딴 곳에 아껴 줄 이 다시 또 누구랴
班子登僊那可羨
반자등선나가선
반자(班子)의 신선에 오름 부럽지 않으랴만
李陵歸漢遂無期
이릉귀한수무기
이릉(李陵)의 귀향이야 기약이 없네.
莫忘酉舍揮毫日
막망유사휘호일
대유사(大酉舍)에서 글 짓던 일 잊을 수 없고
忍說庚年墜劍悲
인설경년추검비
경신년(1800)의 임금님 별세 그 슬픔 어찌 말하랴.
苦竹數叢他夜月
고죽수총타야월
대나무 몇 그루에 어느 날 밤 달빛 비추면
故園回首淚垂垂
고원회수누수수
고향 향해 고개 돌려 눈물만 주룩주룩 흐르네.
뼛속 깊은 아픔과 서러움이 담긴 시이지만 사연도 많은 시입니다.
이 시는 김이교의 아우인 김이재(金履載)라는 친구와의 이별시입니다.
안동 김씨로 김이교는 정승에 오른 다산의 친구였고
그 아우 김이재는 판서를 지낸 친구였습니다.
신유교옥에 시파(時派)로 몰려
김이재는 강진의 바다 건너 고금도(古今島 : 완도군)에 귀양왔다가
1805년 해배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함께 벼슬했던 친구인 다산을 찾아가 만나고 헤어질 때
다산이 부채에 적어준 시가 바로 이 시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선자시(扇子詩)’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이 시 때문에 다산이 해배되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일화가 있기도 합니다.
반자(班子)로 상징되는 친구는 풀려서 돌아가는데
한(漢)나라 때 오랜 유배객이던 이릉처럼 다산은 풀리지 못하는 서러움을
이별시에 담았으니 얼마나 가슴 아픈 시인가요.
더구나 이 시는 필사본인 다산의 문집에는 실려 있으나
활자본인 『여유당전서』의 시집에는 빠져 있어 아직 세상에 많이 알려진
시도 아닙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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