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0. 11:07ㆍ책 · 펌글 · 자료/ 인물
드러내 놓면서 숨김 / 숨기면서 드러내놓음 보여줌으로 가리움 옅은 것 속에 큰 것이 들어 있음 거짓 속에 들어있는 참 땅 위에 하늘이 내려와 앉았다…
82편이 육필 원고 상태로 최근 발굴됐다. 도서출판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는 “함석헌기념사업회 측이 미발표 시가 쓰인 원고를 발견, 출판사에 알려왔다”고 19일 말했다. 한길사는 1983년부터 88년까지 6년에 걸쳐 『함석헌 전집』(총 20권)을 발간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함선생 추모 20주기를 맞아 전집을 보완, 새로 발간할 계획을 추진해왔다”며 “이번 새로 찾은 시와 함께 미발표 강연본(성경의 인물을 주제로 한 강연내용)등을 함석헌 저작집』(총 30권)에 수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0편이 전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시가 추가됨에 따라 그가 쓴 시는 모두 202편으로 늘어났다.
정제된 글씨체로 원고지에 잘 정리돼 있어 초고 단계의 원고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원고지에 시작(詩作) 연도는 물론 일부에는 월일까지 꼼꼼히 기록돼 있다. 함석헌 사상 연구가인 이치석씨(『씨알 함석헌 평전』 의 저자)는 “『수평선 너머』에 실린 시들은 언제 쓰여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며 “이번에 발견된 원고에서 시작 연도가 밝혀진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2001년 함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족들이 기념사업회측에 전해준 자료 가운데 섞여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들에 이념이나 신앙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보아 53년 시집을 낼 때 선정과정에서 덜어낸 것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동(三冬)이 다 지나고 새 봄이 도라온다 / 일천년(一千年) 묵은 동산을 아니 갈아 보려나 / 금강산(金剛山) 메인 목이 밤동안에 열렸고나 / 피눈물 울든 밤은 어어 그리 길었느냐 / 동천(東天)에 붉은 해 솟아 우리 행진하리라…
( ‘해방’(解放·1945년)중에서 )
이치석씨는 “45년 작품은 40년 3월 『성서조선』에 ‘코이노니아’를 발표한 이후 5년 간의 공백 뒤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 당시 평안북도 자치위원회 문교부장이었던 그는 이 사건으로 사형집행 직전까지 갔었다” 며 “‘학생사건’은 당시 신의주학생의거의 당시의 상황과 심정을 그린 것으로 자료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신의주학생의거는 45년 11월 23일 발생한 학생들의 반소·반공 의거(反蘇反共義擧)로, 함석헌은 이 사건의 배후로 몰려 소련군 형무소에 투옥됐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우리집 나만 왕인가 / 아버지도 왕 / 어머니도 왕 / 누이도 동생도 각기 왕이람 / 우리집엔 제 각기 다 왕이야 (…) 하나의 기쁨이 모두의 기쁨 / 하나의 아픔이 온 집의 아픔 / 우리는 너나를 모르고 살어 (…) 하늘나라 어딘지 나는 가본일 없어도 / 이런 곳이 있는 곳 하늘나라…
( ‘나는 왕이야’(1948) 중에서)
겉을 보고 살지 말자 / 사람 얼골 사랑하는 때까지는 / 네게 참 없고 / 사람 얼골 무서워하는 때까지는 / 네게 믿음 없고 / 사람 얼골 보고 사는 때까지는 / 네게 생명없다
( ‘아버지만 보고 살자’ (1947)중에서)
“사상은 물론 내면의 열정을 문학적으로 분출한 시들에는 읽는 이를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함석헌 사상의 핵심인 ‘씨알’은 “우리가 간직하고 키워야할 내면의 신성을 말한다”며 “새로 찾은 시에도 이 사상이 그대로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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