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2007. 11. 12. 14:18미술/미술 이야기 (책)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Cornelis Cornelisz Van Haarlem (1562-1638) /수도사와 수녀(The Monk and the Nun) Oil on canvas,

  1591  Frans Halsmuseum, Haarlem


어떤  수도사가 베긴파 수도원의 한 수녀의 젖가슴을 만지고 있다. 그녀가 음탕한 행동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가슴을 만지는 동안 그녀의 유두에서 갑자기 젖대신 포도주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것을 "하를렘의 기적"이라고 불렀

다고 한다. 그런데 이 화가는 수도사가 수녀를 유혹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채 3년을 넘기기 힘들다지만, 900년을 이어오는 사랑도 있다.

12세기 프랑스의 대학자이자 수도사인 아벨라르와 수녀 엘로이즈의 사랑이 그렇다.

그들이 쓴 편지의 필사본이 사후 100년쯤 뒤에 발견되면서 연인의 사랑은 후대에 전해진다.

 

이 책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가 주고 받은 편지, 아벨라르가 친구에게 쓴 자전적인 편지 등을

꼼꼼히 분석하며 900년 전 연인의 흔적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아벨라르는 '그녀의 외모는 아주 못생긴 편은 아니지만 학문은 최고였다'며 엘로이즈의 첫인상을 기술한다.

여성으로는 드물게 학문적 재능으로 명성을 얻은 그녀는 아벨라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아벨라르는 필베르의 집에 하숙을 청하고, 필베르는 그에게 조카 엘로이즈의 개인지도를 부탁한다.

눈맞은 남녀는 밀실에서 공부보다 육체를 탐닉하는 데 열중한다.
엘로이즈는 결국 임신을 하지만 연인의 출세를 막을까봐 두려워 결혼을 거부한다.

육욕에 휩싸이는 걸 금기시하던 시절 저명한 성직자가 아내를 갖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둘은 비밀결혼을 하고, 아벨라르는 연인을 보호하기 위해 엘로이즈를 수녀원에 들여보낸다.

필베르는 가문의 명예를 잃었다며 길길이 날뛰다 아벨라르를 급습해 거세하는 피의 복수극을 벌인다.


수도사와 수녀로 아무런 교류 없이 15년을 보낸 연인은 다시 연이 닿는다.

아벨라르가 친구에게 보낸 자서전 격의 편지를 엘로이즈가 손에 쥐면서다.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수녀원장이던 그녀는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의 기도가 가장 순수해야 할 미사 시간에도,

당신과 쾌락을 나누었던 음탕한 장면이 나의 불행한 영혼을 사로잡는다"고 당당히 밝힌다.

이 편지가 연인의 사후 100년이 아닌 당대에 공개됐다면 세상이 또 한번 발칵 뒤집어졌을 일이다.

그러나 아벨라르는 신에 귀의하길 권하고, 엘로이즈는 연인의 의지에 복종하는 것으로 사랑을 실천한다.

대신 그녀는 연인을 부추겨 수녀의 규율을 정리하는 책을 쓰게 하고 성가를 짓게 하는 등으로

학문적. 종교적 성과를 함께 일궈 나간다.

저자는 제목대로 연인의 '사랑의 역사'를 추적한다.
그 추적의 범위는 넓다.

여러 근거를 들어 엘로이즈가 수녀의 딸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고,

아벨라르가 후원자의 정치적 흥망에 따라 부침을 겪는 사실을 잡아내기도 한다.

라틴어로 쓰인 편지들을 문법적.언어학적으로 뜯어보기도 한다.

연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정치.종교.사회.문화적인 시대상황, 아벨라르의 철학적 성과에 대한 평가 등도

여러 증거자료를 들어 분석한다.

저자 같은 이들 덕분에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사랑은 영원불멸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게 아닐까.

 

(이경희 기자)

 

 

 

.

.

  

 

 

 

Guadalupe Pineda, Los Tres Ases
Historia De Un Amor
(사랑의 역사)

 


내 사랑, 이젠 내 곁에 없네요.
내 영혼은 오로지 외로울 뿐이에요 ..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볼 수 없는 것이라면
당신은 도대체 나에게 무슨 주문을 걸어
당신을 더 사랑하여 더 아프게만 한 것인가요?

 

당신은 언제나 나의 존재의 이유였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나에겐 하나의 집념이었어요
당신의 입맞춤에서
난 나에게 전해져 오는 따스함과 사랑
그리고 정열을 느꼈어요


나에게 모든 선과 악을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며
내 삶의 빛을 주었지만,
이제는 그저 그 빛을 꺼버리네요
아! 정말 어두운 나의 삶이여!
당신의 사랑 없이 전 살 수가 없어요

  


 

Historia De Un Amor

-Guadalupe Pineda con Los Tres Ases -

멕시코의 대표적인 볼레로 가수인 "괄다루베 삐네다(Guadalupe Pineda)"와
밴드 "로스 뜨레서 아베스(Los Tres Ases)" 가 불렀다.

 

 

 

 

 

 

 

 

 

 

'미술 > 미술 이야기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탕달 신드롬  (0) 2008.10.07
탐관오리 김홍도  (0) 2008.09.24
진짜그림 가짜그림  (0) 2008.06.14
그림감상법  (0) 2007.12.20
사이버 미술관  (0) 2007.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