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4. 10:24ㆍ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기차는 여행자를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여행 수단이자 그 자체로 여행이 된다.
굳이 어느 곳을 여행지로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기차역에 가서 표를 사고 플랫폼에 서서 기차를 기다리다 드디어 서서히 다가오는 열차에 오르는 그 모든 과정은,
보들레르가 “우리들을 비참한 일상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이 알 수 없는 열병”인 여행,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좌석표를 확인하고 자기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 후 기차가 스르륵 철길 위를 미끄러질 때
배낭 속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창밖의 풍경을 보다가, 다시 책을 보다가,
조각의 상념에 빠져드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는 기차 여행의 즐거움이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말한 대로,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가는 것”이고
그래서 ‘여행은 생각의 산파’가 되는 셈이다.
감상은 때때로 무의식적으로 찾아오지만, 여행자는 가끔 그 감상을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여행을 잘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시집을 들고 가는 여행은 그래서 좋다.
여행지에서 시집을 들었을 때 여행자는 시인이 된다.
도보순례
- 이문재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 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하나하나 맛을 구별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눈을 쉬게 할 것이다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제주 올레길
7코스 : 외돌개에서 시작해 월평 올레길까지 16.4km - 제주 풍경의 종합 패키지
9코스 : 대평 - 화순. 제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안덕계곡을 볼 수 있다.
10코스 : 화순해수욕장에서 송악산을 넘는데 바다와 오름을 함께 경험하고 마라도와 가파도를 조망할 수 있다.
<보목해녀의 집> 자리물회 064-796-3959
한림읍 <만민식당> 해물뚝배기 064-796-4473
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오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천창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길상사, 최순우 옛집, 심우장 근처. 돼지갈비 기사식당 (성북초등학교 100m 지나 왼편 쌍다리 근처)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외간 남자의 남자가 되어
- 김사인 -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든 나 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 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처자
혼자 잉잉 울 분 도망도 못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어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젓보다 희리
그 몸에 엎으러져 개개 풀린 늦잠을 자고
더부룩한 수염발로 눈꼽을 떼며
날만 새면 나 주막 골방 노름판으로 쫓아가겠네
남은 잔이나 기웃거리다가
중늙은 주모에게 실없는 농도 붙여보다가
취하면 뒤전에 고꾸라져 또 하루를 보내고
'나갈라네' 아무도 안듣는 인사 허공에 던지고
허청허청 별 빛지고 돌아오겠네
그렇게 한 두 십년 놓아 보내고
맥없이 그 여자 몸에 아이나 서넛 슬어 놓겠네
슬어놓고 나 무능하겠네
젊은 그여자
혼자 잉잉거릴 뿐 갈 곳도 없지
아이들은 오소리 새끼처럼 천하게 자라고
굴 속처럼 어두운 토방에 팔 괴고 누워
나 부연 들창 틈서리 푸설거리는 마른 눈이나 내다 보겠네
쓴 담배나 뻑뻑 빨면서 또 한 세월 보내겠네
그 여자 허리 굵어지고 울음조차 잦아들고
눈에는 파랗게 불이 올 때쯤
나 덜컥 몹쓸 병 들어 시렁 밑에 자리 보겠네
말리는 술도 숨겨놓고 마시겠네
몇 해 애를 먹어 여자 머리 반즘 셀 때
마침내 나 먼져 숨을 놓으면
그 여자 이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리
나 피우던 쓴 담배 따라 피우며
못 마시던 술도 배우리 욕도 배우리
이만하면 제법 속절 없는 사랑하나 안되겠는가
말이 되는지는 모르나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조흔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춘천
샘밭막국수 / 소양댐 세월호 건너 좌회전 후 직진 (033-242-1712)
쌈쌈숯불닭갈비 / 소양댐 세월호 앞 (033-241-2003)
태안
원풍식당 / 원북 새마을금고 앞 (041-672-5057)
이원식당 / 이원면
정가네 박속낙지탕 / 태안터미널 맞은편
담양
승일식당 돼지갈비 / 담양읍사무소 지나서 직진 200m 가면 오른편(061-382-9011)
진우네 국수집 / 비빔국수, 삶은계란. 단양읍사무소에서 담양향교 쪽으로 직진하다보면 다리가 나오고, 다리에서 우회전 200m
강경
달봉가든 / 젖갈백반 7000원 황산리(041-745-5565)
율포의 기억
/ 문정희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소금기 많은 푸른 물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다가 뿌리 뽑혀 밀려 나간 후
꿈틀거리는 검은 뻘 밭 때문이었다
뻘 밭에 위험을 무릅쓰고 퍼덕거리는 것들
숨 쉬고 사는 것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먹이를 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왜 무릎을 꺾는 것일까
깊게 허리를 굽혀야만 할까
생명이 사는 곳은 왜 저토록 쓸쓸한 맨살일까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저 무위(無爲)한 해조음을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물 위에 집을 짓는 새들과
각혈하듯 노을을 내뿜는 포구를 배경으로
성자처럼 뻘 밭에 고개를 숙이고
먹이를 건지는
슬프고 경건한 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시집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중에서, 민음사.
오류동의 동전
ㅣ 박용래
한때 나는 한 봉지 솜과자였다가
한때 나는 한 봉지 붕어빵이었다가
한때 나는 좌판에 던져진 햇살이었다가
중국집 처마밑 조롱 속의 새였다가
먼 먼 윤회 끝
이제 돌아와
오류동의 동전
고성
수성반점 /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82번지 (033-632-7375)
백촌막국수 /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 162번지 (033-632-5422)
경주
맷돌순두부 / 보문단지 입구 (054-745-2791)
원조 경주 갈비찜 / 분황사 앞
해남 땅끝마을
유정가든 / 풀코스 닭요리. 해남읍 연동리 45-2 조막리 저수집 앞
용궁해물탕 / 해남읍 축협 옆
목포
덕인주점 / 홍어, 민어찜.. 목포역을 등지고 국도 1호를 따라 좌측으로 조금 가면 우측 대로변에 있다. (061-242-3767)
장흥
신녹원관 / 한정식 2만원. 장흥군청 앞
삭금횟집 / 된장 물회. 회진면 삭금리 삭금항 앞에 있다.
전라도길
- 소록도(小鹿島) 가는 길-
한하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는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고양시 원당동
원당종마 목장. 서삼릉 - 광화문에서 전철로 30분, 버스 갈아타고 10분.
소나무에 대한 예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한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의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 황지우
시인은 학교 뒷산을 산책하다가 소나무를 보고 '문득' 용서의 깨달음을 얻었다.
묵혀뒀다 용서한 것이 아니고, 장고 끝에 용서한 것이 아니라, 찰나의 용서를 해버렸다.
불교 용어로 내려놓는 것을 "放我着(방아착)"이라고 한다.
미움과 번뇌와 집착 덩어리를 내려놓음으로써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 방아착이다.
무언가를 내려놓는 방법은 "확!" 내려놓는 것이다.
소나무를 보고 용서를 선택한 시인처럼, 우물쭈물하지 않고 미움을 내려놓는 찰나의 결단, 그것이 용서의 마음이다.
정선
동광식당 / 황기 왕족발. 콧등치기 국수. 정선역 근처.
태백
태성실비식당 / 연탄불 한우고기 - 태백시 상장1동 주공아파트 앞
주문진
미송정 횟집 (033-661-8833. 011-9057-6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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