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가?

2019. 6. 22. 16:10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그림을 이처럼 終乃 그린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시유. 정말로 꿈에도 없었시유. 그저 그림 그리는 사람들 구경이나 해보자,, 눈동냥 귀동냥으로 미술판이란 데가 대체 어찌 돌아가는 지나 보자, 했던 것이 이렇게 3년, 4년이 흘러 개인전까지를 내가 하게 될 줄이야! .. 난 원래 그림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 책을 써보고 싶었던 거였시유. 그간 읽어놓은 칠팔 백 권의 독서량이 아깝잖유? 그렇다고혀서 거창하게 미술사를 정리한다거나 미술평론을 學究的으로 써보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작품감상」에 대해서만, 즉 ‘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느끼며 저렇게 해석한다’ 식의 개별성 · 고유성· 구체성을 지닌 내 나름의 감상평론을 써보고자 했던 것이쥬. 그야말로 문외한인 관람자 입장에서 말이쥬. .. 미술책 몇 권을 거푸해서 읽어보면 금방 알아요, 미술책들 거의가 천편일률적이란 것을…… .. 작품 하나 하나에 대해서 정면으로 자기 나름의 해석을 붙인 책은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전부가 누군가의 해석을 옮기고 옮기고 한 것들입니다. 그저 작가 身上 · 履歷만 나열해서는 기껏 유추해 놓은…… 이 책, 저 책, 말만 뒤섞였을 뿐이예요.


“아, 이제보니 책을 쓴 이것들이 전부가 다 공념불이나 하는 허깨비들이었구나!”


수첩에 적어 놓은 지식이 일반인보다 많다뿐이지, 實像, 實狀, 實相을 보는 능력은 아무것도 아니로구나! 작가의 신상이력을 가지고 같은 불판 위에서 요리 뒤집었다 조리 뒤집었다,, 싸구려 빈대떡장사라 할까, 짬짜미로 분식회계하는 도적놈들이라 할까? 


암튼, 책을 쓰기 위해서는 실제로 내가 그림을 직접 그려보고, 전시도 해보고, 팔아도 보고…,, 그 바닥 인생여정을 겉핥기로나마 경험해봐야만 사상누각의 글이 되지 않겠다는……,, 그렇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

“아따, 내가 이렇게나 재능이 있을 줄을 알았간듸?” 


아, 진정 몰랐시유. 지난 3년 반 동안에 그림 선생을 세 명을 만났는데, 아무도 내게 뎃생이니 뭐니를 가르쳐 준 이가 없었시유. .. 지난 겨울에 유화반 신입생인 새댁이 들어와서는 방학특강 동안에 내내 뎃생만을 배우길래 선생한테 물어봤시유.. “아니, 내겐 왜 그때 저딴 거 안 갈쳐줬시유?” .. “아, 그랬었나요?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알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다 온, 기본이 되어 있으신…….”  / 하긴 맨 처음 그림(수채화) 배우러 동네복지관에 갔을 때도 그랬시유. 내가 연필로 르누아르의 작품 ‘춤추는 뭐시기’를 스케치(模寫)하니까 선생이 뒤에서 넘겨보다가 놀라는 눈칩디다. “사람 고개 숙인 거 그리기가 쉽지 않은디…” ..   /  지금의 유화반에서도  내가 사람을 그리는 걸 부러워하는 이가 꽤 있을 거외다. 나는 아무치도 않은데. (사람 그리는 게 어렵답니다.)  ........................ 다만 색칠하는 것이 아직도 내게 미숙한데 그것도 금년을 넘기면...................;.;;. 


‘재능이 몇 프로에 노력이 몇 프로’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  


내 생각엔 재능이 100% 전부인 것 같습네다. 노력, 끈기란 것도 재능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지, 재능 없는 사람에겐 말 그대로 그림의 떡입니다. 솔직히 음악이나 문학은 안 그렇습니까? 예술은 재능꾼 간의 경쟁입지요. ...  그러면 그 재능은 어디서 오는가? 아니, 주어지는가? .. 순전히 유전적 소인(素因)인가? 아니면 그냥 타고나는가? 즉, 태교나 유아기의 교육으로도 주어질 수가 있는가?

내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선천적인 것은 내가 아버지에게서 들은 바가 없으니 알 수가 없으되 집안 혈통 속에 어느 정도는 국물이 배어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부모형제가 모두 손재주가 있어요.)  그러나 후천적인 것은 내가 명백히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 때 그림으로 상(賞)을 탄 것이 절대적 영향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물어보면 답해줄 거임.) 그 상을 탄 이후로 아이들에게서 화가로 추앙받으며 우쭐!? - “아, 나는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 그러한 착각이 중학교까지 자기최면으로 이어져서는 내 잠재의식 속에 先驗的인듯 뿌리깊게 實體로서 저장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