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단 말을 마오 유행가 가산 줄 아오

2019. 2. 16. 10:00음악/음악 이야기






왜 돌아보오 

                                         - 윤복희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떠나갈 당신을 붙잡을 줄 알고?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하나요?
마음속에 (담겨 있는) 눈물을 보아야 하나요?
사랑한다 말을 마오, 유행가 가사ㄴ 줄 아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 봅니까?

지나간 일들을 잊으라니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사랑이 무슨 장난인가요, 가지 왜 돌아보오?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하나요?
마음속에 눈물을 보아야 하나요?
사랑한다 말을마오, 유행가 가사ㄴ 줄 아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 봅니까?






'흘러간 노래'로서의 流行歌에서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현란한 춤이나 쿵쾅대는 리듬, 그리고 화려한 선율이 아니다.

조용히 따라 불러 보고 곱씹어 보는 노랫말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다.

그것이 노랫말이 가진 힘이다.

수없이 만들어지는 노래 중에서 어떤 노래가 진짜 유행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결국 세월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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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비판을 하더라도 유행가의 유행을 막을 길은 없다.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척해야 하기도 하는,

그러면서도 욕을 먹으면 한없이 안쓰러워지기도 하는 노래 유행가,

이 노래들을 둘러싼 복잡한 심경은 '뽕짝'이라는 말로 압축되어 나타난다.


'뽕짝'의 음악적 기원과 역사적 변천에 대한 논의는 무수히 많다.

리듬은 '폭스 트로트'에서 기원했고,

곡조는 일본의 5음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등등은 음악의 영역이니 논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이다.

우리말에서 된소리가 들어간 단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뽕짝'엔 된소리가 둘이나 들어 있다.

게다가 '뽕'은 이상야릇한 단어다.

누에 치는 뽕, 히로뽕, 보정용 옷 속에 들어가는 뽕, 방귀소리 뽕, "뽕을 뽑다"에서의 정체불명 뽕도 있다.

하나 같이 좋은 의미는 없다.


그런데 이미 우리의 유행가 중에 그 답이 있다.

"쿵짝쿵짝 쿵짜작 쿵짝 네 박자 속에 /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

유행가 노래 가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 / 그 시절 그 노래 가슴에 와 닿는 당신의 노래 "// .. .. ..

쿵짝과 뽕짝은 조금 달라보이지만 언어학적으로는 아주 가깝다.

의성어 '쿵짝'이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면 '뽕짝'도 역시 그렇다.

그저 리듬을 흉내 낸 소리가 노래의 갈래로 정해진 것일 뿐인데

이후 우리말의 모든 '뽕'과 연관지으면서 썩 좋지만은 않은 이미지가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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빱빱 빱 빱뚜 와리와리 빱빱 빱 빱뚜 와리와리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 김창렬 작사 DJ DOC 노래 <DOC과 춤을> 1997


댄스 음악의 새로운 변화는 "뽕짝'을 '유행가'와 동일시하는 세대들이 양보할 문제다.

"뽕짝'이 그 리듬 '쿵짝'에서 나온 것임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 땅에 '유행가'가 불리기 시작할 무렵의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로 시작하여,

나팔바지를 입고 트위스트를 추었고,

그 다음 세대는 '멀리 기적이 우네'를 읊으며 손가락을 찔러댔다.

'빱뚜 와리와리'라는 알 수 없는 소리로 노래하지만,

이같은 댄스 음악도 '유행가'이고, 그렇듯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 줄기가 이어진다.

불리는 모든 노래가 유행가이고,

유행가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