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몸무게가 오십이 킬로 되는 경마 기수하고라야만 꼭 일을 치룰 수 있는 여자,
항상 그 짓을 하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문을 짧게 세번, 길게 한 번 두드려달라고 요구하는 여자,
절정에 달하려면 꼭 금고의 경보장치가 요란하게 울려대야 되는 여자,
관자놀이에 권총을 바짝 들이대야만 만족할 만한 결과에 도달하는 여자,
옆에 우리 속에 가두어 놓은 사자가 으르렁겨려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
남편이 그 짓을 하면서도 한 손으로 ‘목신의 오후’를 연주해주어야만 되는 그 여자,
그걸 하면서 남편에게 폭탄 날아가는 소릴 흉내내어 달라고 조르는 여자,
세계의 끝, 페루의 외딴 바닷가로 새들이 날아와 죽는다. 때가 되면 새들은 죽기 위해 먼길을 날아와 모래 위로 떨어진다.
로맹 가리의 단편「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이렇게 홀로 그것을 바라보는 한 외로운 사내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
섬세하게 짠 구절들을 음영이 있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돋보이는 또다른 단편「류트」,
인간성의 이면을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는「어떤 휴머니스트」,
빠른 호흡, 거친 말투, 반전과 긴박감으로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몰락」,
성형의 비애를 신랄하게 꼬집는「가짜」,
자신이 줄곧 천착해오던 인간이라는 주제를 다분히 알레고리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비둘기 시민」,
거리두기와 뒤집어보기를 통해 참신한 정복자의 모습을 그려낸「역사의 한 페이지」,
서머싯 몸을 방불케 하는 반전을 준비해둔「벽」과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피학적인 묘사의 위력을 과시하는「지상의 주민들」,
인간의 욕심에 일격을 가하는「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나치 학대를 다룬 소설의 새 경지를 개척한「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특별히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가 담긴「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
*
총 열여섯 편의 단편들에서는 세계와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작가의 독특한 해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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