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문학 멘토링』

2012. 8. 1. 10:26책 · 펌글 · 자료/문학

 

 

 

문학소녀, 문학소년, 문학청년이라는 말은 있지만, 문학 아줌마, 문학 아저씨, 문학 장년, 문학 노년이라는 말은 없다.

왜 그럴까? 문학은 아직 우리의 사유가 완전히 고정 되지 않은 시기, 특히 사춘기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의

사유가 견고한 대리석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찰흙 같은 시기, 조금만 물 뿌려 매만져 주면 언제든지 새로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시기, 그 시기가 바로 10대와 20대다.

 

 

‘문학소녀’ ‘문학청년’에서는 ‘문학’과 ‘소녀’ ‘청년’을 붙여 쓰면서 ‘문학 아줌마’는 왜 ‘아줌마’를 띄어 쓸까?

그리고 ‘문학처녀’는? ……

 

 

고교시절 문학 수업이 가장 재미없어진 순간은 수능대비형 문제풀이를 시작할 때였다. 문학 선생님의 나지막한 시낭송을

들으며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오지선다형의 지문에서 한 개 혹은 두 개를 골라내야 하는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 문학을 향한 동경이 확 사라졌다. 아직 ‘문학’ 자체와 ‘문학을 유통하는 사회’를 구분하지 못하던 때였다.

우리가 ‘상징’과 친밀해지기 위해서는 오지선다형의 문제풀이가 아니라 상징이 지니고 있는 풍요로운 의미를 좀 더 천천히

곱씹어 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이 중에서 A를 상징하는 것을 골라 봐!” 라고 하는 식의 훈련은 독자를 문학에서 멀

어지도록 부채질하는 문학 수업이다.

 

 

*

 

 

 

 

패러디

 

패러디는 문학적 전통을 의도적으로 모방하는 행위를 통해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을 재생산하는 창작 기법이다.

패러디를 이끌어가는 힘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과거의 작품을 모방하고 반복하려는 ‘보수적 충동’이다.

대중은 옛이야기의 매력 혹은 익숙한 이야기의 편안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끊임없이 옛것과 새것 사이의 차이를 만들고자 하는 ‘변화의 충동’이다.

이는 패러디가 단순한 모방 및 표절과 다른 점이다. 패러디는 ‘지속과 변화’라는 이중 전략을 펼친다.

원작과 패러디 작품 간의 차이를 만들어 가며 원작의 감동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원작을 뛰어넘는 것이 패러디의 힘이다.

 

 

 

 

 

책이 별 재미가 없구만유.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책 · 펌글 · 자료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간도  (0) 2013.04.24
김수영  (0) 2013.04.16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0) 2012.04.08
이윤기  (0) 2012.03.31
적벽부  (0) 201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