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6. 경향신문
청년은 어느덧 늙고 병든 노인이 되었습니다.
보살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천사님이 시키는 대로 참고 용서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아무도 없는 곳에서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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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천사만이 노인의 곁을 지켰습니다.
‘비참하다고 말하지 마세요. 당신의 삶은 가치 있는 삶이었어요.
그리고 아직 제가 옆에 있잖아요.’
노인은 천사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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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잠시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그를 덮쳤습니다.
그리고 분노와 슬픔의 소용돌이 속에서 번개처럼 하나의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네가… 네가! 평생동안 나를 속인 거야!”
- 최규석, 지금은 없는 이야기 -
*
Arve Tellefsen 바이올린 연주곡 모음
돌아서 가는
윤승천
목련은 꽃이 질 때 추하다
짓무르면서 떨어질 때는
더럽고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지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꽃이 있는가
떨어지는 꽃잎이 더 황홀한 꽃이 있는가
활짝 필 때보다 사라질 때가
이별일 때가 더 설레이고 향내 나는
인연이 있는가
돌아서 가는 너보다 더 목메이게 하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인가
“어느 날 갑자기 노년과 만년이 찾아오지 않는다.
긴 세월 끝에 인간은 마침내 거기에 도착한다.”
- 소노 아야코, 나이듦의 미학을 위하여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미래의 삶을 위한 들러리로 만들 때,
현재의 삶을 도래할 미래에 비해 보잘 것 없고 부정해야 할 것으로 만들 때 우리는
‘이미 지금 이 순간’의 허무주의자다.”
- 이수영, 명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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