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나는 내것이 아름답다』(序文-편집부)

2010. 10. 31. 16:10책 · 펌글 · 자료/문학

 

 

 

 

최순우의 아름다움에 부쳐

 

 

혜곡 최순우.

그는 아름다움에 살다 아름다움에 간 사람이다.

평생 아름다움을 찾았고, 아름다움을 키웠고, 아름다움을 퍼뜨렸다.

그리고 그는 아름다움이 되었다.

아름다운 것은 그다운 것이었고, 그다운 것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은 그의 본질이자 실존이었다.

 

혜곡이 찾고, 키우고, 퍼뜨린 아름다움은 우리 것이었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이었다.

우리 것이라서 저절로 알고, 다 아는가?

아니다. 아름다움은 그냥 오지 않는다.

아름다움의 '아름'은 알음이자, 앓음이다.

앓지 않고 아는 아름다움은 없다. 

혜곡이 그러했다.

알음을 아름답게 하려고 그는 앓았다.

 

혜곡은 젖몸살을 앓았다.

그는 이 땅에 태어난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대신 생육했다.

낳았다고 다 어미는 아니다.

버려진 채 돌봐 줄 이 없는 우리 것이 지천이다.

그것을 거두고, 일일이 젖을 먹이며 그는 젖몸살을 앓았다.

그의 수유로 우리 것은 겨우 눈을 떴다.

그는 꽃몸살도 앓았다.

마침내 눈 뜬 우리 것이 어였하고 잘난 아름다움으로 꽃필 때까지

혜곡은 온몸의 자양을 다 내주었다.

그 덕에 우리 것은 만발했다.

생모도 미처 알지 못한 개화, 그러면서도 이 땅 모든 이가 사랑하게 된 꽃들은

남모르는 혜곡의 몸살 끝에 피었다.

 

아름답도록 진저리치는 몸살, 이 책은 그 앓음의 기록이다.

혜곡은 가고, 앓음은 남았다.

 

.......

 

"자연이나 조형의 아름다움은 늘 사랑보다는 외로움이고,

젊음보다는  호젓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은 공감 앞에서 비로소 빛나며,

뛰어난 안목들은 서로 공감하는 반려를 아쉬워한다."

 

같이 앓고, 같이 나누기 위해 혜곡의 아름다운 글이 있다.

 

 

 

2002년 8월 5일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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