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2010. 9. 30. 10:31책 · 펌글 · 자료/문학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나는 골목에 똥이 그득한 광산촌 사택촌 끝자락의 한 자취방에 엎드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차례 흐느껴 울었다. 지금도 책엔 내 눈물자국이 배어있다.

(최성각) 

 

 

 

오늘자 경향신문 '책 읽는 경향'에 이 책이 소개되었군요. 

예전에 김남희 여행기에서 그녀가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귀담아두고 있었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도 몇년 전에 류시화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을 샀었답니다.^^

 

생각난 김에 김남희가 '운디드니(wounded knee)'를 언급했던 네팔 여행기를 다시 한번 소개해보죠.

제 블로그에 들어있는 줄도 몰랐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김남희의 주옥같은 여행기는 카테고리 <다른 사람 여행기> 편에 들어있답니다.

제가 꽤나 정성을 들여서 편집한 것들이랍니다.

 

그러니까 책을 소개하려는게 아니라, 제 카테고리를 소개하는 겁니다. ㅋㅋㅋ

 

 

 

 

 

 

 

 

 

 

 

 

 

에베레스트...

영국 측량기사의 이름을 딴,

상상력 빈곤을 드러내는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졌지만,

그 산의 북쪽에 사는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초모룽마(우주의 어머니)'라 불리었고,

남쪽의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하늘의 머리)'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리는 山.  

  

 

  

  

짐을 싸고 풀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산다는 것도 결국은 배낭을 꾸리는 일과 다름없는 것 같다.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나에게 절실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거듭 물어가며 짐을 꾸리지만,

막상 길 위에 서면-,,

꼭 필요한 것을 두고 오거나, 필요없는 것을 챙겨온 낭패를 맛보곤 하니까.

살아가는 일도 결국은 욕심을 버리고, 절실한 것들만을 남겨 간결하게 걸어가는 거일텐데,

언제쯤 난 담백한 마음으로 길 위에 설 수 있을까.  

 

 

 

 

 

 

 

  

산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말없이 걷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神의 손길이 닿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빼어난 풍경과 마주칠 때도

완벽한 적막 속에 서 있고 싶었고,

도시를 떠나 산길을 걸으며 듣는 소리는 오직 자연의 소리이기를 바랐다.

소통의 도구가 되기보다는 종종 오해의 근원이 되곤하는 언어의 불완전함을

대자연 속에서 새삼 깨닫고 싶진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깊게 가까와지는 길도

말없는 공간에 의해서라고 믿는 나로서는,

길이 아름다울수록 입은 점점 무겁게 닫혀가곤 한다.

그래서 나와 함께 산행을 떠나던 이들은  늘 침묵의 미덕을 알고,

침묵과 침묵 사이의 말없는 언어를 읽어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하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정희성. <숲>

 

 

  

 

 

  

 

우리들에게 조용한 기쁨을 안겨준 것은

우리가 점점 정상에 가까와지고 있는 사실이나 등반 그 자체가 아니라

마음과 몸이 기능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우리들은 우리들에게 어울리는 곳에 와 있었던 것이다.

 

       - 가스통 레뷔파. <별빛과 폭풍설>

 

 

 

 

 

 

 

 

 

불행히도 내게는 아무도 가지않은 길을 찾아나설 용기가 없다.

그저 남들이 다 거쳐 가는 길을 걸으며 남들이 놓친 것을 찾아내거나,

일상적인 것들을 새롭게 해석해낼 수 있기를 바랄 뿐.

생생한 감각으로 깨어

이 길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선운사에서>

                     

 

   

 

 

 

 

 ...... '사탕'이나 '펜'을 요구하는 아이들을 외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니, 외면하는 일은

오히려 쉽다. 그 보다 더 어려운 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고싶어 하는

나를 볼 때이다. 그럴때면 수우족 인디언 '서 있는 곰'의 글을 생각하고는 한다. ...

"누구도 아이에게 '이것을 잘하면 상을 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떤 것을 잘 해내는 것 자체가

보상이며, 물질로 그것을 대신하려는 것은 아이의 마음속에 불건전한 생각을 심어주는 일에

다름 아니다." ......

 

 

 

 

 

 

 

 

 

 "당신이 나와 결혼해주면 내 삶이 더 나아질 것 같아요."

- 꽤 괜찮은 청혼 아닌가?

  사랑 때문에, 한 사람 때문에, 삶 자체가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니!

 

 

 

  

  

 

 

 

 

이 끝없는 유목에의 욕구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아직 만나지 못한 얼굴들을 만나고,

아직 서보지 못한 길 위에 섬으로써,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겠다는 것.

어쩌면 이것 역시 헛된 미망일텐데....

가끔은 이 모든 시도와 노력이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길 위에서 행복하게 깨어 있는 한,

바람처럼 자유로울 수 있는 한,

쉽게 정착민의 삶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김남희-

 

 

 

                                                                    

 

  

  p.s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미국 인디언 멸망사를 기록한 책이다.

 그동안 인디언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몇 권의 책들을 읽어왔지만, 이 책처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인디언 학살'을 다룬 책은 처음이다."  

 

 

 

 

 

 

 

                                                                        

 

 

   

       "여기의 이 글은 김남희의 여행기에서 발췌한 것이고, 

        사진도 역시 김남희가 찍어 온 것으로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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