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31. 16:47ㆍ책 · 펌글 · 자료/문학
박물관 학예직이 갖춰야 할 요건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누구나 갖추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안목'이다.
안목이라고 하면 매우 모호한 말이 되겠지만,
우리 박물관인들이 말하는 안목이란 말은
각자가 지닌 시각미에 대한 감성의 세련도를 뜻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이 만들어 낸 조형의 아름다움이나 자연의 아름다움,
그 서로간의 조화를 얼마나 깊고 넓게 느끼며
또 그것을 스스로 얼마만치 가꾸고 다듬고 가누어 낼 수 있느냐에 따라서
각자가 지닌 안목의 높이는 그 차원이 지어진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사물 하나를 놓고도 사람에 따라서 느낌의 질이나 깊이가 다른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아름다운 줄 모르고,
추한 것을 보고도 추한 줄을 모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뛰어난 감성은 원래 아무에게나 있는 것이 아님은
먼 옛날 5세기의 중국의 사혁(謝赫)이 이미 그 주장을 세웠고,
현대 영국의 비평가 허버트 리드도 같은 이론을 세우고 있다.
즉 높고 깊은 뛰어난 미적 감성은 선천적인 것이며,
그러한 천분을 타고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그러한 선천적인 소질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가 도달할 수 있는 경지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도 된다.
말하자면 교육이나 숙련만 가지고는 뛰어난 심미안이나 뛰어난 조형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느낄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이는 또한 단지 조형미에만 닿는 말이 아니다.
'안목'이라는 추상적인 말의 어의는
백과사전처럼 많이 아는 사람보다
'보다 깊고 높게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 눈의 소유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높고 깊은 감성과 올바른 판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문제 또한 매우 모호한 일이다.
하지만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서
또는 태어난 핏줄과 환경에 따라서
아름다움을 꿰뚫어보는 관점과 색다른 조형의 아름다움을 지어낼 수 있는 창조력을
제각기 지니는 것이다.
(후략)
- 최순우,『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P29~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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