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이럴거야, 그치?

2023. 1. 3. 20:22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김훈 <연필로 쓰기>

 

 

 

늙어서 슬픈 일이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에서도 못 견딜 일은 젊어서 저지른 온갖 못된 짓거리와 비루한 삶에 대한 기억들이다. 그 어리석은 짓, 해서는 안 될 짓, 함부로 써낸 글, 너무 빨리 움직인 혓바닥, 몽매한 자만심, 무의미한 싸움들, 지겨운 밥벌이, ...... 이런 기억이 물고 오는 슬픔은 뉘우침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한恨이나 자책일 뿐이다. 그 쓰라림은 때때로 비수를 지른다. 아아, 나는 어쩌자고 그랬던가. 그때는 왜 그 잘못을 몰랐던가.

 

 

이보다 더 슬픈 일은 그 악업과 몽매를 상쇄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미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절벽과 마주선다.

 

 

이런 회한과 절벽을 극복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그 절벽을 직시하는 힘으로 여생의 시간이 경건해지기를 바란다. '경건'이라고 쓰니까 부끄럽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경건성을 상실한 지가 얼마나 오래인가.

 

 

그러므로 죽음을 생각하기보다는, 여생의 날들을 온전히 살아나갈 궁리를 하는 쪽이 훨씬 더 실속 있다.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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