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숨결》

2021. 6. 4. 08:44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법정스님 숨결

저자변택주 출판큰나무 | 2010.3.30. 

 

1998년부터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고 법회 진행을 맡고 있는 저자, 변택주가 『법정스님 숨결』을 통해 '법정 스님과 십 년' 인연을 갖가지 에피소드를 곁들여 풀어놓는다. 조그만 일에도 천진스런 아이처럼 잘 웃으시고, 넘치는 유머감각과 겉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한없이 여리고 푸근하고 세련미 묻어나는 법정 스님의 인간다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법정 스님께서 제자에게 보내신 편지를 간추려 모아 엮었다. 맑고 향기로운 스님의 향기가 잔잔하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저자 변택주는 아둔하고 미욱한 탓에 좀 슬기로워지라고 법정 스님께서 智光이란 법명을 지어주셨다. 하지만 '슬기로운 빛'이란 법명이 무색하게도 여태 어리석음을 벗지 못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수십 년을 옷만 만들었던 바보 변택주 업業을 바로 세우고 나다움을 찾으면 모두가 이긴다고 믿는다. 1998년부터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고 법회 진행을 맡고 있으며, 아울러 컨설팅과 인문학 강연도 겸하고 있다.

 

 

목차

◎ 제1장 난 나이고 싶다

절 / 만남은 눈뜸이다 / 조각과 나온 분 / 가난한 절되기가 더 어려운 세상 /

이제껏 지켜온 정절이 아까워 / 네 생각을 말해라 / 거꾸로 세상보기 /

진면목 / 난 나이고 싶다 / 남에게 머리 못 맡겨요 / 지금 그 자리 / 

행지실 / 내 생명 뿌리가 꺾였구나 / 서슬 푸른 구도 그 끝에는 / 마지막 한 마디 /

미리 쓰는 유서 / 마음으로 깨쳐 가슴으로 느끼려면 / 있으라고 이슬비 /

민화 속 호랑이 같은 스님 / 천진불 스님 / 하회탈 같으신 스님 /

우리가 꿈꾸는 도량은? / 사랑해요 동감 / 친견 / 음식 진언 / 틈새, 숨길을 트자



◎ 제2장 나밖에 모르면

좋은 말씀을 찾아서 / 지금도 마음 아픈 엿장수 이야기 / 결 고운 그 마음이 걸림돌 /

철부지 / 마감 시간 / 무공덕 / 바람처럼 걸림 없이 드나드는 삶을 누려야 /

소유와 쓰임 / 숫자는 단 세 개 뿐 / 시간은 목숨이다 / 영혼에는 세월이 없다 /

어제는 전생, 내일은 새 날 / 예배와 염불은



◎ 제3장 나눈 것만 남는다

길상사, 시작부터 알싸한 뺄셈 / 극락전이 본전인 까닭은 / 맑고 향기롭게 /

토끼풀을 뽑아든 아이 / 하숙집 할머니 / 도탑고 넉넉한 품 / 맑은 복 /

사랑 온도 지금 몇 도인가? / 워낭 소리를 내자 / 나눈 것만 남는다 /

세상에서 가장 큰 절은 친절 / 쓰던 말을 버리고/ 착하게 살자 /

새 식구를 들이는 입양의 날 / 한 생각 일으키면 / 무엇을 읽을 것인가 /

거리낌 없는 관세음보살님 원력 / 부조, 그 사랑 나누어 드림



◎ 제4장 길을 열라 나는 자유다

흐름을 따라가시게 / 하나 속에 모든 것이 / 소를 몰아야지 수레를 몰면 어쩌나 /

식사 대사 생사 대사 / 알아차림 / 고통은 사랑이다 / 온몸으로 ‘듣기’ /

재와 제사 그 얼 이어져 / 길에서 배우기 / 죽음은 새로운 시작 / 스승의 날 /

오! 늘 좋은 날! / 길은 거기 있지만 / 울음터는 어디인가? / 길을 열라 자유 /

진실한 말이 지닌 힘 / 비어 있음은 비어 있음이 아니다 / 비움, 그 빼기 철학 / 맺는 글

 

 

 

책 속으로

흔히 우리는 시간이 많다고, ‘쇠털처럼 많은 날’이란 말을 하면서 할 일을 뒤로 미룬다. 이는 시간에 대한 모독이다. 시간을 모독하면 영화 주인공 빠삐용 꿈에 등장하는 재판관 말처럼 인생, 시간을 낭비한 죄를 벗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폴레옹처럼 시간의 보복을 당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오늘, 지금을 살 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더 이상은 없는
단 한 번뿐인 목숨
단 한 번뿐인 만남
단 한 번뿐인 시간
단 한 번뿐인 기회
단 한 번뿐인 사랑
단 한 번뿐인 삶
단 한 번 주어진 소중한 이 시간. 시간은 목숨이다.
(본문 P 166)

제 빛깔과 향기를 내뿜어야 사람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 그것은 여러 생에 익힌 열매다. 그 열매를 묵히거나 없애지 말고 좋게 써야 한다. 저마다 재능과 특성이 한데 어우러져 건전한 우주 조화를 이룰 수가 있다. 꽃들은 제가 지닌 모양과 향
기를 잃지 않고 저마다 세계를 활짝 열어 보이고 있다. 사람도 저마다 제 빛깔을 지녀야 한다.

여럿 속에 섞이면서도 은자처럼 살아가야 자기 자신을 거듭거듭 쌓아 나가려면 홀로 있는 시간이 없어서는 안 된다. 고독이 가진 진정한 뜻을 알아야 한다. 고독을 모르면 때가 묻는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말이 적어야 한다. 말이 많으면
마음이 산란해지고 속이 비게 된다.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야 어디에도 갇혀 살아서는 안 된다. 흐르는 물은 영원히 살아 있듯이 마음 공부하는 이 또한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끝없이 흘러야 한다. 오늘 핀 꽃은 어제 그 꽃이 아니다. 날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새로워지려면 무엇보다도 탐구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둘레 온갖 시류에 물들고 만다. 하루하루 삶이 자기를 이루는 길임을 마음에 담아 두라. 한번 놓쳐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졸지 말고 늘 맑은 마음으로 깨어 있으라. 공부하는 사람은 온 세상이 잠든 시각에도 깨어 있어야 한다.
(본문 P 64~66)

 

 

출판사서평

사람은 저마다 제 빛깔과 향기를 지녀야 한다!
나다움을 찾으면 모두가 이긴다!


“전에는 칼날 같아서 내 근처에 오면 다 베일 것 같았어요. 출가자 긴장감이었지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숙해집니다.” 출가 50년을 돌아보며 법정 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저자는 ‘법정 스님과 십 년’ 인연을 갖가지 에피소드를 곁들여 풀어놓는다. 조그만 일에도 천진스런 아이처럼 잘 웃으시고, 넘치는 유머감각은 영락없는 개그맨 수준이고, 흙처럼 구수하고 정겨운 민화 속 호랑이를 꼭 빼닮으셨다는, 겉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한없이 여리시고 푸근하고 세련미 묻어나는 법정 스님 인간 면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무리 싸고 또 싸도 향이 지닌 향기를 어쩔 수 없듯이, 맑고 향기로운 스님향기는 사람들 가슴에 잔잔하고 따뜻하게 여울질 것이다.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 말고 네 생각을 꺼내라!”

부처님 숨결이 감싸드는 고즈넉한 길상사는 한 폭 그림처럼 그렇게 내 안에 들어 앉았다. 그 뒤로 십 년 세월을 빠짐없이 스님 숨결을 느끼면서 법음을 듣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삶 속에서 씨를 뿌리고 가꾸며 큰 나무처럼 살고 계신 법정 스님과 십 년…… 늘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담아 주신 글,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나 또한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맑고 향기로운 스님 숨결에 슬기의 배를 띄우련다.
- 저자의 말

 

 

 

 

 

 

 

 

 

1

결제(結制)를 하면 해제(解制)를 하고, 입재(入齋)를 하면 반드시 회향(回向) 을 해야 하는 법.

배웠으면 그 배움이 비록 짧고 모자랄지라도 한 단원을 정리하고 마감해야 한다.

 

 

 회향(回向)

 

회전취향(廻轉趣向)의 준말이다.

회향(pariṇāmana)에는 중생회향(衆生廻向) · 보리회향(菩提廻向) · 실제회향(實際廻向)의 3종이 있다.

* 중생회향은 자기가 지은 선근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회향하여 공덕 이익을 주려는 것으로,

불보살의 회향과 영가를 천도하기 위하여 독경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보살의 수행단계인 52위(位)의 세번째 단계를 십회향(十廻向)이라고 한다.

* 보리회향은 자기가 지은 모든 선근(善根)을 회향하여 보리의 과덕(果德)을 얻는 데 돌리는 것이며,

* 실제회향은 자기가 닦은 선근공덕으로 무위적정(無爲寂靜)한 열반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2

"맑음은 개인이 청정함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이 사회에 널리 퍼지는 메아리를 뜻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텅물에 더럼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물이 논에 들어가서 벼를 빛나게 하고,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빛나게 하는 것처럼,

 

 

 

3

"미륵반가사유상 앞에 서면 저절로 고요와 평안과 미소가 우리 안에 저며듭니다.

그러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는 그러한 고요와 평안과 미소가 없습니다.

미륵반가사유상에는 어디에도 거리낌 없는 무애 美가 깃들어 있는데,

생각하는 사람에는 이 아름다움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 법정스님, '미륵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4

우리는 서구 교육을 받으면서 무엇이든지 객관으로 가늠하려고 든다.

객관성을 띄었다면 그것을 합리라 여긴다.

하지만 객관을 잘못 소화하면 주관을 잃는다. 

무엇을 객관으로 판단하는 능력은,

그 객관 위에 뚜렷한 주관, '나'가 있을 때만 힘을 발휘한다.

 

"넌 누구냐? 보고 들은 것 말고 네 생각을 말해라!

다른 누구의 입이나 생각을 빌리지 말고 오롯이 네 생각을 말해라!"

 

 

 

5

중국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 환공이 방안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수레를 만드는 목수가 뜰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일어서더니 환공에게로 와서 물었다.

“좀 여쭈어보겠습니다. 왕께서 지금 읽고 계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환공이 “성인의 말씀이다.”

목수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 성인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환공의 대답, “오래 전에 죽었지.”

그 말을 듣고 목수가 “그렇다면 왕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이 남긴 찌꺼기이군요.”  

환공이 화가 나서

“한낱 수레 만드는 목수인 주제에 네가 무엇을 안다고 함부로 나불거리는거냐.

네가 지금 한 말에 대해서 이치에 맞는 설명을 하지 못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우리라.”

목수가 대답하였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 일에서 터득한 경험으로 미루어 말한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쉽게 빠져버립니다.

또 덜 깎으면 조여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게 아주 정밀하게 손을 놀려야 합니다. 

그래야 바퀴가 제대로 맞아 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끝납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손으로 익혀 마음으로 짐작할 뿐 말로는 어떻게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 요령을 심지어 제 자식 놈한테조차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으며

자식 놈 역시 저한테서 배우지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이 일흔이 넘도록 저는 제 손으로 수레바퀴를 깎고 있어야 합니다.

옛날 성인도 자신이 깨달은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고스란히 전하지 못한 채 죽어갔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왕께서 읽으시는 그 글이 그들이 뒤에 남기고 간 찌꺼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장자의 외편 <天道>

 

 

 

5

공부하는 사람은 배운 것을 제것으로 받아들여 생활에 드러내 보이고 인격 바탕이 되게끔 해야 한다.

배운 것을 밑천으로 사유를 거쳐서 내 것으로 재창조할 수 있어야 쓰임새 있는 공부가 된다.

또 그것을 남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마치고 나서도 벙어리가 된다면 배우는 뜻을 잃게 된다.

 

 

 

6

지혜가 없는 자비는 맹목이기 쉽고, 사랑이 없는 지혜 또한 메마른 관념에 빠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