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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다시 책은 도끼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 혼자 감탄사를 외치고 있을 때가 있었다. 문장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시선이 이렇게 고울 수가 있나, 그럴 때면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했다. 그 사람과 격하게 공감하고 같이 감동하면서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2016. 6. 9


정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독법은 없으나, ‘이 사람의 것’이라면 믿을 만하다고 여겨지는 독법은 있다. 바로, 베스트셀러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의 독법이 그러하다. 그런 그가 《책은 도끼다》 이후 5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은 인문학 강독회로 돌아왔다. 모두가 후속작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왔던 책, 그래서 제목도 『다시, 책은 도끼다』이다.
지난 해 초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총 9회에 걸쳐 이루어진 강독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박웅현 특유의 ‘들여다보기’ 독법을 강화하여 텍스트 자체를 더욱 밀도 있고 세밀하게 파고든다. 시, 소설, 에세이는 물론이고 예술과 역사를 다룬 인문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의 책들을 박웅현만의 창의적인 관점과 시선으로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강의를 시작하며



1강 각자의 오독, 나만의 해석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문장론』
-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

2강 관찰과 사유의 힘에 대하여

 
- 곽재구 『곽재구의 포구기행』, 『길 귀신의 노래』
-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 법인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3강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완의 시간이다

 
- 레프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볼테르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4강 시대를 바꾼 질문, 시대를 품은 예술


- 스티븐 그린블랫 『1417년, 근대의 탄생』
- 이진숙 『시대를 훔친 미술』

5강 희망을 극복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


- 니코스 카잔차키스 『천상의 두 나라』, 『영국 기행』, 『스페인 기행』

6강 장막을 걷고 소설을 만나는 길


- 밀란 쿤데라 『커튼』

7강 소설이 말하는 우리들의 마술 같은 삶

 
- 가르시아 가브리엘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 살만 루시디 『한밤의 아이들』

8강 나만을 위한 괴테의 선물, 파우스트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강의실을 나서며

 











1

1) 다독(多讀)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自害)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
2) 지나친 독서는 현실에 대한 감각을 떨어뜨리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3) 진정 스스로 사색하는 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그 소재를 현실세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독서는 어디까지나 작가에 의해 가공된, 인공적인 현실이다. 안다는 것과 여러 조건을 통해 깨달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앎은 깨닫기 위한 조건이다.

- 쇼펜하우어


이 말을 하면서 쇼펜하우어는 세네카의 말을 인용합니다. "사람들은 판단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싶어 한다." 쇼펜하우어는 무분별한 지식으로 생각할 여력이 없어지는 사람의 모습을 용수철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읽기만 하지 말고 느껴야 합니다. 쇼펜하우어가 독서를 하지 말라고 한 말은 바로 이런 뜻을 내포한 것입니다.




2

나만의 고유한 사색에 의해 어떤 진리에 도달했다면, 비록 그 내용이 앞서 다른 책에 기재되었을지라도 타인의 사상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다. 다시 말해 山의 정상일지라도 오르는 사람의 개성과 방법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상에 도달하는 체험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3

문장이 난해하고 불분명하며 모호하다는 것은 그 문장을 조립한 작가 자신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응석에 불과하다. 학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말하고, 학식이 부족할수록 더욱 어렵게 말한다.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다량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소량의 언어를 사용한다.


사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죠. 아무것도 아닌걸 가지고 책 한 권으로 벌려놓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후배들을 가끔 봐요. 자기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어도 20분 동안 애기할 수 있다는 게 자랑이예요. 이거 큰일입니다. 남의 소중한 20분을 왜 낭비합니까?




4
밤낮으로 바다의 투덜거림을 들어야 하는 조약돌들

저는 시인의 이 문장을 읽고 난 뒤부터 한 가지 버릇이 생겼습니다. 바로 詩的인 순간을 자꾸 찾게 되는 거죠. 우리는 시인이 아니니 시;인처럼 싯적인 순간을 시로써 표현해내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을, 아무것도 아닌 순간을 잡아낼 수는 있지 않을까요?



5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국의 나폴리……(중략)…… 이런 비유를 당신도 좋아하나요? 소박하고 따뜻하고 성실한 자신의 무엇인가를 바보스럽게 위축시키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 한국의 빌 게이츠, 한국의 누구누구. 이런 표현 속에는 언급하고 있는 그 개인의 존재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아요. 가치판단의 축을 다른 데 놓고 거기에 우리를 끼워맞추려는 것이잖습니까. 한국의 나폴리가 좋나요? 통영은 통영이죠.




6

콩들은 밥으로 떡으로 갈 것이고 콩깍지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언저리로 갈 것이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갈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조용한 일」 全文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

마치 전기를 투입하지 않으면 음반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


- 늘그막에 시가 읽히고 음악이 들리는 이유는 뭘까?






7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진정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사람은

모두 삶의 모습이 단순하다.



우리 인생을 직선으로 놓고 봤을 때  9할은 기존(旣存)이랍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예요.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1할인데, 다시 그것의 9할은 기성(旣成)입니다. 이미 이루어졌어요.

그리고 나면 남는 미성(未成)분이 1할의 1할 뿐입니다.





8

불행하다고 느껴진다면 바로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나쁜 행동을  기억하라.


지헤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기 모습을 본다.



모든 생명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때, 그때 비로소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


노동을 하면 우리는 세 가지 惡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그 세 가지 악이 바로 권태, 방탕, 궁핍이라오.













전편 《책은 도끼다》보다는 많이 빈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