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느 독서가들과 비교했을 때 독서량이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겁니다.
매번 읽은 책들을 메모해 놓는데 일 년에 서른 권에서 마흔 권 사이입니다.
한 달에 세 권 정도 읽는 것인데 대신 저는 책을 깊이 읽는 편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눌러 읽습니다.
좋은 부분들, 감동받은 부분들에 줄을 치고 따로 옮겨놓는 작업을 합니다.
- 머리말 중에서
책소개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생각이 에너지다’ 등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가치 지향적 광고를 만들며 ‘인문학으로 광고하는’ 광고인으로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박웅현. 그는 말한다. 창의력의 전장인 광고계에서 30여 년간 광고를 만들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인문학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고. 책을 통해 얻은 예민해진 촉수가 자신의 생업을 도왔다고. 『책은 도끼다』는 인문학적 깊이가 느껴지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 광고를 만들어온 저자가 자신의 창의성과 감성을 일깨웠던, 이제는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들을 소개하는 인문교양서이다.
『책은 도끼다』에 등장하는 책들의 장르는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시, 소설, 에세이를 비롯해 과학서, 미술사책, 경전 해설서까지 고루 언급함으로써 문학뿐 아니라 철학, 과학, 예술 분야의 이야기 속으로도 독자들을 쉽고 흥미롭게 안내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책 읽기를 통해 나날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해졌다고 고백한다. 김훈, 최인훈, 이철수, 김화영, 손철주, 오주석, 법정 스님부터 밀란 쿤데라, 레프 톨스토이, 알랭 드 보통, 장 그르니에, 알베르 카뮈,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저자가 매혹됐던 작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문장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무뎌졌던 우리의 감각과 시선이 한층 새롭게 깨어나고 확장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트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있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_(저자의 말 ‘울림의 공유’ 중에서)
저자
박웅현 광고홍보 전문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대학원에서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Chief Creative Officer, CCO)로 일하고 있다. 마음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는 많은 광고를 만들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혁신을 혁신하다> 등 한 시대의 생각을 진보시킨 카피들은 그 협업의 결과물들이다. 자신만의 들여다보기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워준 책들을 소개했으며(『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살면서 꼭 생각해봤으면 하는 가치들을 인생의 선배로서 이야기했고(『여덟 단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을 전하는(『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들을 펴냈다. 늘 거기에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매일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사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목차
저자의 말
1강 시작은 울림이다
- 이철수,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 『마른풀의 노래』
- 최인훈, 『광장』
-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걸』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 김훈, 『자전거 여행 1, 2』 『바다의 기별』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불안』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4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알베르 카뮈, 『이방인』
- 장 그르니에, 『섬』
5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장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 2, 3』
7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
- 법정, 『살아 있는 것들은 다 행복하라』
-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강의실을 나서며
책 속으로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_(1강 ‘시작은 울림이다’ 중에서)
저는 김훈의 이런 글을 몇 개 읽은 다음에야 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오스카 와일드도 저와 같았다고 알랭 드 보통이 전해준 말이 있는데요. 휘슬러가 그린 멋진 안개 그림을 본 오스카 와일드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라고요. 책이나 그림, 음악 등의 인문적인 요소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촉수를 만들어줍니다.
_(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중에서)
알랭 드 보통은 사랑할 때 우리가 하는 생각, 감정, 행동 같은 것들을 낱낱이 분해해서 보여줍니다. 우리가 어떤 부분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지, 사랑을 할 때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 왜 지쳐가는지 등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대단한 통찰입니다. (…) 깊은 통찰로 ‘사랑’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알랭 드 보통 식의 사랑 이야기는 사랑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_(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중에서)
지중해는 이렇게 견딜 수 없는 햇살과 함께하는 곳입니다. 어쩔 수 없게 만드는 화창한 날씨의 연속인 곳이에요. 흔히 지중해성 기후라고 하는데, 내리쬐는 햇살 덕에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아 굉장히 쾌적합니다. (…) 그런 환경에서 살다보니 그곳 사람들은 아등바등할 일이 없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생을 바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바로 지중해 사람들입니다. (…) 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그들은 삶이 없어진다는 것이 누구보다 슬픈 사람들입니다. 그 찬란한 축복의 나날이 사라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순간을 즐기며 삽니다. 오늘 하루의 햇살을 소중하게 여기면서요.
_(4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중에서)
우선 이 책과 저의 인연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벌써 네 번째 만남을 갖게 된 책입니다. 처음 줄을 치고, 타이핑했던 게 A4 19장이었는데, 얼마 전 한 번 더 읽고 추가했더니 30장으로 늘어났습니다. (…) 이렇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입니다. (…) 성과 사랑, 정치와 역사, 신학과 철학까지 아우르고 있는 한 편의 소설이 주는 감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_(5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에요. 비슷할지언정 어떤 인생도 전인미답이 아닌 게 없어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어...떤 상황에 처음 닥쳤을 때 내 감정 상태를 모르거든요. 이게 사랑인가? 질투인가? 미움인가? 정의인가? 잘 몰라요. 그런데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을 거예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한 여자를 중심으로 뻗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골목골목 세밀하게 표시된 지도처럼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_(6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겠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좋은 책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이 있습니다. 책이면 다 좋다는 편견이죠. 하지만 읽는 시간이 아까운 글들도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점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돈오하려면 깨달음을 줄 만한 좋은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7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중에서)
판화가 이철수
『마른풀의 노래』, 『이렇게 좋은 날』
이철수 <소리-다듬이> 목판화 40 x 50cm,
염주끈이 풀렸다
나 다녀간다고 해라
먹던 차는
다 식었을 게다
새로 끓이고,
바람 부는 날 하루
그 결에 다녀가마
몸조심들 하고
기다릴 것은 없다
- 이철수,「좌탈(坐脫)」중에서
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은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된 놈! 덜떨어진 놈!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논에서 잡초를 뽑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벼와 한 논에 살게 된 것을 이유로
'잡'이라 부르기 미안하다
- 「이쁘기만 한데…」 전문
어찌 오셨는가
방금들 많이 다녀가셨지…
흔하게 많이 오는 그 사람이신가?
-「감은사지에서 듣는다」
x
"꽃잎 쏟아지는 벚나무 아래서 文明史는 엄숙할 리 없었다" - 김훈
"4월 30일 / 저 서운산의 연둣빛을 좀 보아라 //
이런 날 / 무슨 사랑이겠는가 / 이런 날 무슨 미움이겠는가"
- 고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입과 항문이다. 나머지는 다 부속기관이다. - 김훈
육체와 사는 동안 난 육체에 집중하겠다. 영혼에 집중하는 건 육체와 헤어진 다음에도 할 수 있다.
- 마루야마 겐지
(*인간들이 실존과 실제를 무시하고 영혼과 사상만 중시하는 것에 대하여)
김훈
1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어서,
30년이 지난 무덤 가에서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 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슬픔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남매들이 더 이상 울지않는 세월에도 새로 들어온 무덤에서는 사람들이 울었다.
이제는 울지않는 자들과 새로 울기 시작하는 자들 사이에서
봄마다 풀들은 푸르게 빛났다.
- 김훈,『바다의 기별』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 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 김훈,『 자전거 여행』
2
산수유(山茱萸)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퍼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목련(木蓮)은 등불 켜듯이 피어난다. ..... 목련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동백(冬柏)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매화(梅花)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읺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정말 매화나 벚꽃이 떨어질 때 보면 꽃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김훈은 꽃잎이 가지에서 떨어져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매화의 죽음을 풍장(風葬)으로 표현합니다.
미국의 어떤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답니다.
"미국의 전국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망이 생긴 덕분에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대륙을 횡단할 수 있게 되었다."
※ 네비게이션도 마찬가지지.
핸드폰 생기고 나서도 우리는 모든 관찰력과 기억력을 잃어버렸지.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 설요의 詩
알랭 드 보통
1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보다 나는 상대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는 이야기죠.
2
우리 한번 돌아봅시다. 연애를 하게 되는데,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에게 꽂혀서라기보다는 석 달째 주말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벽만 쳐다보고 있는 '나'가 사랑의 출발점인 거예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운명적인 남자라서가 아니라 주말이면 혼자 있어야 했던 외로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람도 되고 저 사람도 될 수 있고요,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사랑하는 거죠. 내가 사랑하는 건 그 상대가 아니라 나예요.
3
앤디 워홀, <캠벨 수프 깡통>, 1968
워홀이 얘기했던 건, "플라톤 당신은 생활이 우선이고 예술은 잉여물이다.
오스카 와일드 당신은 모든 생활은 예술을닮고 싶어한다. 그래서 예술이 더 지상에 있다고 했는데, 아니다.
이 캠벨 스프가 내 식탁에 있으면 생활이고 액자 속에 있으면 예술이다" 이겁니다.
그래서 워홀은 액자 속에 캠벨 스프를 집어넣고, 영화 속의 마릴린 몬로도 액자에 넣고 에술로 만들어요.
그래서 생활과 예술을 보는 세번 째 관점을 워홀이 내놓은 것입니다.
즉 같은 대상인데 식탁에 있으면 생활이 되고 액자에 있으면 예술이 된다는. 그러니까 '액자'가 중요해진다는...
이유는 사람들은 액자 속에 들어간 것은 뭔가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예요.
만약 미술관에 깡통이나 변기가 걸려 있으면 사람들은 유심히 살피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뭔가 특별한 일이 거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그래서 앤디 워홀의 캠벨 스프는 '문학적인 스프'라고도 명명하는데 아주 재미있는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4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을 빌리면, 他人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가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5
상대적 궁핍과 궁핍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 보통
거지가 질투하는 대상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 더 형편이 좋은 거지다. - 버트런드 러셀
6
幸不幸은 조건이 아니다. 선택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발견의 대상이다.
7
김홍도, <병진년화첩丙辰年畵帖> 중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 1796년, 종이에 수묵, 26.7×31.6㎝. 보물 제782호, 호암미술관.
어느 날 베토벤의 <월광 1악장>을 듣고 있는데 이 그림이 떠오르는 겁니다. 그래서 그림과 음악을 붙여 영상을 만드었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사람은 音으로 다른 한 사람은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쌍둥이처럼 닮아 있는 겁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月光>을 들으면 소름이 돋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지금 베토벤의 <월광>을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8
신문 지면에 빈틈없이 꽉 차 있지만 설명이 압축적일수록, 전쟁에서 죽은 몇 만 명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겁니다. 중국에서는 기차가 탈선해서 죽고, 노르웨이에서는 테러범이 무자비한 학살을 저지르고...... 우리는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듣는 걸로 넘어가요. 오늘 그런 일이 있었네, 안됐다 하고 지나치는 거예요. 프루스트가 신문 읽기를 싫다고 한 게 바로 이런 거죠.
9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던 사람들이 시한부 선고를 받는 순간 삶에 대한 애착을 가져요. 조건은 바뀐게 없잖아요. 시한고 선고를 받은 사람이 갑자기 백만장자가 된 것도 아니고, 골치아픈 일이 풀린 것도 아니고, 좋은 직업이나 새로운 약속의 땅이 생긴 것도 아닌데,, 죽음이 임박했을 때 갑자기 생기는 삶에 대한 애착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죽겠다, 힘들다 하는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영위하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에 흥미를 잃었다는 거죠.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는 마로 이것,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말이죠. 죽지 못해 산다면서 평생을 놓치고 있으니까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삶에 대해 감사해하며 현재의 순간 순간을 모두 사랑하라는 애기를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고은
1
유홍준은 고은을 가르켜 "사실주의, 민족주의, 낭만주의가 한 몸으로 육화(肉化)되어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시가 되고 마는 神妙한 경지의 詩人"이라고 평했습니다.
2
엄마는 곤히 잠들고
아기 혼자서
밤기차 가는 소리 듣는다
3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 맞고 서 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
4
비로소 넓은 물을 들여다 보았다
어쩌란 말이냐
복사꽃잎
빈집에 하루 내내 날아든다
5
방금 도끼에 쪼개진 장작
속살에
싸락눈 뿌린다
서로 낯설다
6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들여다 보았다
7
4월 30일
저 선운산 연둣빛을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8
옷깃 여며라
광주 이천 불구덩이 가마 속
그릇 하나 익어간다
9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10
답답할 때가 있다
이 세상밖에 없는가
기껏해야
저 세상밖에 없는가
11
무욕無慾만한 탐욕貪慾 없습니다
그것 말고
강호 제군의
고만고만한 욕망
그것들이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진리입니다
자 건배
12
만물은 노래하고 말한다
새는 새소리로 노래하고
바위는 침묵으로 말한다
나는 무엇으로 노래하고 무엇으로 말하는가
나의 가갸거겨고교는 무슨 잠꼬대인가
까뮈 外
1
너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너에게는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장 그르니에는 바닷가에서 지낸 사람들이 더 많은 허무를 느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바닷가는 다 없애버리기 때문입니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 <고엽>의 내용처럼 사랑하는 연인들의 발자국도 바다가 다녀가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바다는 날마다 모든 것을 다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나오는 철학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 장 그르니에의 설명입니다.
장 그르니에는 바닷가에서 지낸 사람들이 더 많은 허무를 느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바닷가는 다 없애버리기 때문입니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 <고엽>의 내용처럼 사랑하는 연인들의 발자국도 바다가 다녀가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바다는 날마다 모든 것을 다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나오는 철학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 장 그르니에의 설명입니다.
3
─ 만물은 서로 의존하는 데에서 그 존재와 본성을 얻는 것이지 그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 펼치면 팔만대장경이지만 압축하면 마음 하나로 귀결된다.
4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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