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스님

2018. 5. 28. 09:16책 · 펌글 · 자료/종교

 

 

 

 

무산 오현 스님. /사진=대한불교조계종 제공

 

 

귀가 엄청 큰 거 같은디?

 

 

 

 

오현 스님.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코가 아주 명품이로세~

 

 

 

 

▲설악 무산 오현 스님의 시 ‘아득한 성자’를 한 스님이 바라보고 있다. ⓒ프레시안

 

▲설악 무산 오현 스님의 시 ‘아득한 성자’를 한 스님이 바라보고 있다. ⓒ프레시안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설악산 신흥사 조실인 설악무산 스님이 26일 오후 5시 11분 신흥사에서 입적했다. 승납 60년, 세납 87세.  속명인 `오현 스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설악무산 스님은 한국 불교 문학을 대표하는 시조 시인이기도 하다. 스님은 열반을 앞두고 열반송을 남겼다.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온 몸에 털이 나고/이마에 뿔이 돋는구나/억!" 열반송이란 고승들이 입적하기 전 남기는 마지막 말이나 글로, 임종게(臨終偈), 열반게(涅槃偈)라고도 한다.

 

그는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39년 성준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불교 신문 주필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신흥사 주지, 원로의원, 신흥사 조실, 백담사 조실, 조계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소임해왔다.

1968년 시조 문학으로 등단한 스님은 현대시조문학상, 남명문학상, 가람문학상, 한국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 선시의 맥을 이어온 스님은 1989년 낙산사에서 정진하던 중 오도송(悟道頌) `파도`를 짓는다.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자신의 깨달음을 선시로 읊은 스님은 평생 문학과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1998년 백담사 무금선원을 설립하는 등 설악산의 선풍(禪風)을 진작했다. 백담사, 신흥사 등이 있는 설악산은 한국 불교의 선맥(禪脈)이 태동한 곳이다. 무금선원은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는 수행 공간인 무문관(無門關)으로 유명하다.

1996년부터는 만해 한용운 스님의 유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해 각종 포교사업과 문화예술, 학술사업 등을 펼쳤다. 1998년에는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시작했고 1999년 `불교평론`을 창간했으며, 2001년에는 만해가 창간한 `유심`지를 복간했다. 2002년 춘천불교방송을 개국했고 성준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2003년에는 인제군에 만해마을을 세웠다. 만해마을은 문인들의 창작 공간이자 문학 포교의 진원지로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운영하던 만해마을은 2013년 동국대에 무상 증여됐다. 증여 당시 설악무산 스님은 "동국대의 전신인 명진학교 1기 졸업생인 만해 스님은 동국대를 상징할 수 있는 분"이라며 "불교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설립된 동국대가 스님의 정신을 잘 받들어 계승해주길 바란다"고 부탁을 했다.

스님의 작품집 중 `아득한 성자` `만악가타집` `적멸을 위하여`는 영어판으로 출간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그의 법문은 흡사 시 한 편을 읽듯 간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8월 하안거 해제법어는 절제된 언어와 이미지의 정수를 보여준다. "나는 대중 여러분 한번 바라보고 대중 여러분들은 나 한번 바라보고, 나는 내가 할 말을 다 했고 여러분들은 모두 들을 말은 다 들었습니다.
서로 한번 마주보고 그랬으면, 할 말 다 하고 들을 말 다 들었으면 오늘 법문은 이게 끝입니다." 어려운 한자 고사성어와 불교 용어 대신에, 대화하듯 쉬운 법문을 해온 스님의 법문집은 별도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무산대종사의 장례는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된다. 빈소는 신흥사에 마련됐으며, 오는 30일 오전 10시 신흥사에서 영결식과 다비식이 열릴 예정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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