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2015. 2. 21. 19:17책 · 펌글 · 자료/종교

 

 

 

 

 

길 위에서

 

이창재 지음 / 출판사  북라이프 | 2013.12.20

 

 

 

 

"사실 스님들은 선방禪房에서 선방으로 다니면서 수행하는 스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임을 살다가 중간에 수행을 오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공부하는 시간이 두 배로 무겁게 다가옵니다. 아무것도 안해도 의식주가 해결되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 줄 아니까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겁니다. 할 수 있을 때 힘을 내서 최대한 밀어붙여야 하는데 (촬영 때문에) 그게 힘들어지니까 화를 내시는 거고요."  

수험생들의 고단한 일상을 통해 입시의 문제점을 드러내려는 다큐멘터리가 있다고 치자. 그래서 입시 한 달 전에 기숙학교에 가서 고3 수험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겠다고 하면 어떨까?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양보하면서까지 그 촬영에 동의할 수 있을까? 깨달음은 찰나적인 것인지라 촬영은 스님들로부터 수많은 찰나들을 앗아갔다.

 

 

X

 

 

"절집이랑 속세랑 뭐가 다른가요?"

"속세에서는 같은 집에서 같은 밥을 먹고 살아도 각자의 욕망에 따라 가는 길이 다르지요. 사람마다 원하는 것도 다르고요. 그러나 절집에서는 공양간에서 일을 하든, 수행을 하든, 포교를 하든, 오로지 견성見性이라는 한 길 위에 있습니다. 방황조차도 하나의 길 위에 있는 셈이지요."

 

 

X

 

사실 우리가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건 아니잖아요.

신도님들이 갖다 주는 돈으로 모든 생활을 하는데

그게 모두 자기 몫이예요.

내가 쓰는 만큼 내 몫이고,

각자 스님들이 그것을 어떻게 감당해낼지는 또 각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시줏돈 하나를 쓰더라도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돈이다'라고 생각해야 해요.

할머니들이 백 원, 천 원을 내 자식, 손자의 무탈을 바라면서 공양을 하는 거니까

그 안에 사연이 얼마나 많아요.

수행의 길을 제대로 걷지 않고 시줏돈을 함부로 쓰고

주지가 돼서 신도들이 대중공양하는 것을 착식착복한다거나 하면

그건 정말 무한한 고통을 받는 거예요.

스님들은 돈을 받아서 사니 그만큼 더 열심히

사람들을 위한 마음을 갖고 수행해야 해요.

우리는 시주 은혜를 그렇게 갚는 거예요.

 

_ 영운 스님

 

 

 

X

 

 

그곳에서 예순을 넘긴 비구니 노스님을 만났다.

법회나 참선에 들어가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졸기 시작하셨다.

때론 코를 고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고 그럴 때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님은 출가 후 평생을 집도 절도 없이 선방으로 옮겨 다니며 깨달음을 구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제 이곳까지 와서 잡무를 돕는 걸로 노구를 의탁하고 여생을 다른 수행에 바치고 있다고 하셨다.

나는 노스님에게서 인간적인 고뇌와 깊은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그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추구해야 할 진리가 과연 있는 것인가?

인간이 그토록 간절하게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 진리는 진정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일까?

 

 

 X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먹어라

봄에서 한여름 가을까지 그 여러 날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온 쌀 아닌가

그렇게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움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게여.

 

(보성 대원사 공양간 글귀)

 

 

  

 

운수납자(雲水衲子)

운수행각(雲水行脚) - 만행(萬行)

 

  

 

안거(安居)가 끝나고 말끔히 정리된 방으로 소현 스님이 들어갔다.

스님은 방바닥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안거가  끝나고 스님들 가는 전날에 울어요.

스님들이 또 떠난다고 짐을 싸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요.

어느 하늘 아래서 만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못 만나잖아요.

누가 언제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없어도 웃으면서 살았는데

각자 인연에 따라 다시 흩어지고……

그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래요."

 

 

 

 

 

 

 

행자에서 스님이 되기까지의 수행과정을 오롯이 담아냈다!

『길 위에서』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과정을 오롯이 담아낸 책으로, 행자에서 스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기억되는 《길 위에서》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오랜 기간 촬영을 했음에도 시간상 제약으로 편집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보다 따뜻하고, 보다 여유 있는 호흡으로 전하고 있다. ‘수행 공간’이라는 특성상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백흥암의 숨은 이야기부터 한 여인이 출가를 결심하고 스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때론 말간 웃음과 함께, 때론 가슴 먹먹한 울음과 함께 펼쳐진다.

산사를 깨우는 새벽 3시의 목탁 소리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지는 스님들의 예불과 참선 과정, 밥하고 청소하고 김장하는 일, 가을에 소풍가는 일 등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스님들의 일상을 정겹게 포착하는가 하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절에 왔다는 20대의 민재 행자, 명문대를 졸업한 엄친딸 스님, 교수 임용 직전에 출가한 상욱 스님 등 스님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저자 : 이창재


저자 이창재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신문사, 광고기획사, 다큐멘터리 방송채널 등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예술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현재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중앙대 영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영화를 가르치고 있다.
2003년에 졸업작품으로 연출한 《EDIT》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선정한 ‘세계 30대 다큐멘터리전’에, 2006년의 연출작 《사이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 그리스 테살로니카에 초청되어 개봉 당시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최대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 최초로 비구니 스님들의 일상과 수행 과정을 밀착 취재하여 만든 《길 위에서》는 다큐멘터리로는 쉽지 않은 5만 관객이라는 성적을 기록했고, 전주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서울독립영화제 초청, CINDI영화제 버터플라이상 수상 등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았다.
저자는 영화에서는 차마 공개하지 못했던 비구니 스님들의 깊은 속마음과 인터뷰, 그리고 뒷이야기를 고스란히 책 속에 담아냈다.
“한 호스피스 요양원에 있는 환자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밤에 잠을 잘 못 자요. 자는 사이 데려갈까봐 무서워서. 아침에 눈을 뜨면 펑펑 울곤 하죠. 오늘 하루를 선물 받은 게 너무 고마워서…….’ 그 의미를 이제는 진심으로 알 것 같습니다. 《길 위에서》를 통해 스님들의 일상에서 배운 가장 큰 선물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입니다.”

 

 

 

추천의 글 고요한 삶의 여백 속으로 _정목 스님
프롤로그 첫사랑을 돌아보다

고요한 산사로 갔다 ㅣ
가장 낮은 자리에 머무는 일  ㅣ
선택은 때론 눈물을 남긴다  ㅣ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ㅣ
누구에게나 겨울은 찾아온다  ㅣ
예순 살,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ㅣ
마음껏 흘러보아라  ㅣ
설레는 우정, 가슴 시린 염려  ㅣ
절대 고독의 시간  ㅣ

에필로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Mozart / Piano Concerto No.21 in C major, K.467  2. Andante

 

 

 

 

 

 

 

 

 

 

 

 

아, 영화(다큐멘터리)가 또 있었군요.

영화가 먼저고, 책은 몇 달 뒤에 나왔습니다.

 

 

길위에서 포토 보기

 

On the Road , 2012

한국 | 다큐멘터리 | 2013.05.23 | 전체관람가 | 104분
감독   이창재
출연   민재, 선우, 상욱, 영운 
2013. 05. 23 개봉 | 104분 | 다큐멘터리

 

 

 

 

 

 

 

 

 

 

 

 

 

 

 

 

 

 

몇 년 전 위빠사나 수행처인 <호두마을>에서 몇 주간 남방불교선인 위파사나 수행을 했다. 예순은 넘은 직한 비구니 노승이 맨 앞줄에 앉아 스무 명 남짓한 일반수행자들과 함께 수행을 했다. 선승으로 평생을 전통불교수행인 화두선을 하신 노스님은, 말년에 새로운 수행법에 도전하시는 듯 했다. 헌데 법회나 참선에 들어가면 오분도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졸기 시작했다. 때론 코까지 골 만큼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고 노스님은 슬며시 자리를 물리시곤 했다.

집도 절도 없이란 말이 있다. 하루는 총무실에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러 갔다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당신 핸드폰이 충전을 해도 두 세 시간도 못 간다며 봐달라고 하셨다. 보니 10년은 넘은 모델이다. 나는 스님께 공짜 폰 있다며 오랫동안 설득을 하여 핸드폰을 교환하기 위해 읍내로 내려가다 스님의 사연을 들었다. 노스님은 출가 후 평생을 집도 절도 없이 안거철마다 선방에서 선방으로 옮겨 다니시며 깨달음을 구하시다 이곳 호두마을까지 흘러와 잡무를 도와 숙식을 해결하며 남은 여생을 또 다른 수행에 바치고 있단다.

나는 노스님에게서 깊은 인간적 고뇌와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이제 양로원에 갈 연세가 되었음에도 저토록 매달리게 하는 진리란 게 있을까? 그 진리는 진정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전여신설(轉女身說) ‘비구니는 남자로 환생해서야 비로소 성불할 수 있다’는 벽을 마주 보고도 끊임없는 정진을 하게 하는 마음의 뿌리는 무엇일까?

불교의 변방에서 치열하게 정진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이창재 감독 연출노트 中-

 

 

일 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리는 곳, 백흥암! 그 곳은 일반인의 출입도, 촬영도 엄격히 통제된 비구니 수행도량이다. <길위에서>는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출가하여 백흥암에서 수행중인 ‘비구니’들의 생활을 국내 최초로 이창재 감독이 카메라에 담아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창재 감독은 2006년 <사이에서>를 통해 ‘무당’이라는 낯선 소재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 해,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큐멘터리 흥행의 시초가 된 영화 <사이에서>는 그리스 테살로니카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04년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 는 뉴욕현대미술관 30대 다큐멘터리로 선정되며 상영된 데 이어, 덴버 국제영화제를 포함한 다수의 해외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었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일관된 다큐멘터리 작업을 고수해 온 이창재 감독은, <사이에서>에 이어 7년 만에 신작 <길위에서>를 완성했다. <길위에서>는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본선 진출, 제38회 서울 독립영화제 초청, 제6회 CINDI 영화제 ‘버터플라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영화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창재 감독은 전작 <사이에서>를 통해 ‘무당’의 삶을, 이번 작품 <길위에서>를 통해서는 ‘비구니’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왜 그는 여성 종교인에게 집중하는 것일까? 감독에게 물었다. ‘비구’가 아닌 ‘비구니’여야만 했던 이유를..
“여성이며 종교인들을 두 번에 걸쳐 다루었다. 아마 다음 작품도 같은 범주에 들 듯하다. 나는 종교인이나 신자는 아님에도 정신적, 영적 여행에 대해 관심이 있다. 그것도 단순히 아이템의 하나로 혹은 이슈로만 생각하지 않고 온몸으로 뛰어들어 느끼길 원한다. 종교인들은 자신을 특정한 삶의 굴레에 온몸으로 뛰어드는 강렬한 열정이 있다. 그런 강렬함이 내게 인상적이다. 이를 올곧이 드러내주는 차원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내게는 보다 흥미롭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내적 변화와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이창재 감독)

영화 <길위에서>에는 여성성을 버리고, 민 머리에 맨 얼굴인 비구니들의 모습이 백흥암의 아름다운 영상과 겹쳐지며,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한다. 출가 전에 지닌 여성성이 그들에게선 완전히 사라졌을까? 영화 속에 표현되는 ‘민재 행자’의 삭발식 장면에서 공감되는 서러움은 비구니의 내적 갈등을 표현해 낸다. ‘비구’가 아닌 ‘비구니’이기에 더 많은 것을 내려 놓은 사람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비구니’에게서 느껴지는 처연한 아름다움과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베일에 가려진 공간, 그 곳은 금기(禁忌)의 공간이다. 일 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리는 곳, 비구니 수행도량 ‘백흥암’. 영화 <길위에서>는 국내 최초로 ‘백흥암’에서 수행 중인 비구니의 모습을 영상 속에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제작비 투자 유치 과정 보다 더욱 지난한 과정을 거친 사찰 섭외, 그러나 촬영과정은 지금껏 경험한 모든 작업에서 받은 고난을 합친 것보다 더 어려웠다고 이창재 감독은 말한다. ‘부모 형제와 인연을 끊고 왔는데 왜 감독님과 촬영을 해야 하나요?’라는 비구니 스님들의 촬영 거부 사태, 촬영이 진행되는 300여 일 동안 그는 총 4회에 걸쳐 백흥암에서 ‘추방’되었으며, 마지막 ‘추방’이 결국 크랭크업이 되었다.

새벽 3시 예불 참여로 시작되어 밤 9시 취침으로 마무리되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선 제작진도 함께 수행해야 했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하루에 10분의 촬영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내가 비구니 스님을 보여줄 수 있는 전부'라고 말하는 이창재 감독은, 직접 일 년간 사찰에 머물며 백흥암의 아름다운 사계 속에 감춰졌던 비구니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오직 비구니만 허락하는 금남의 공간 백흥암, 그 곳에서 300일 동안의 기록으로 담아낸 수려하고 고즈넉한 영상미는 ‘한국적’이며 가장 ‘세계적’인 영상을 써 내려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 지난 해를 사로잡은 키워드 ‘힐링(Healing)’, 스마트한 세상 속에서 스마트하게 살아남기 위한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홍수 속에 점점 피로해져 가고 있다. 일명 ‘피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현대인들에게 영화 <길위에서>는 ‘당신도 혹시 나처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 동안 휴식하며 사색할 시간을 제공한다.

<길위에서>는 수행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창재 감독은, 그간 선인들의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불교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수행’보다는 ‘사람’에 집중한다. 다소 신화화되고 객체화 되어 ‘남의 일’ 처럼 느껴졌던 수행의 삶이라는 과정을 보여주면서도 ‘그들’ 삶 속의 번민과 갈등을 통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추앙 받아야 할 종교적인 인물이 아닌 불가에 처음 발을 디딘 ‘행자’의 시선으로 관객들과 함께 절에 오르는 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 해탈과 참선을 결심한 선인들만이 아닌, 현실 속 휴식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찾아나선 한 인간의 성장기로 작품을 바라보게 하는 매력을 지닌 영화 <길위에서>.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템플스테이 경험을 통한 휴식처럼 영화를 보고 나면 고통스런 종교의 깨달음이 아닌 힐링의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일차적으로 출연자 자신의 이면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차적으로는 관객들에게 향하는 거울이 된다. 그리고 가장 멋진 경우, 감독 자신을 향하는 거울이 된다.” (이창재 감독) 처음에는 인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에서 출발하지만 일 이년 간의 긴 여행을 마칠 무렵에는 그들 속에서 내가 보일 때가 있다며 다큐멘터리 작업에 집중하는 이유를 밝힌 이창재 감독.
그는 전작 <사이에서>에 이어 이번 작품 <길위에서> 역시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참여 이유를 제작비 절감 차원이라고 밝히지만, 그의 내레이션은 평범하고 나약한 우리들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로서의 공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어쩌면 무모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라는 자조 섞인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 <길위에서>. 300여일 동안 이창재 감독이 비구니들과 함께 수행하고 생활하며 경험한 백흥암 스님들에 관한 탐구는 내레이션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영화가 끝날 무렵, “큰 스님이 그 동안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다.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했다”라는 감독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낸 내레이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하며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