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날인 음력 2월13일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연이어 삼월삼짓날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두 분 제사를 작년부터 아버지 제삿날로 합쳐서 지내기로 하였다고 했습지요.
하여, 어머니 기일에는 산소만 갑니다.
젯상에 제물 놓는 건 그럭저럭 외우는데, 희한하게도 제사지내는 순서는 늘 헷깔립디다.
흉볼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우리는 제사고, 명절 차례고 간에 구별없이,
힘들게 차려놓은 음식 정성이 아까워서 이 사람 저 사람 돌아가면서 골고루 절만 여러 번 합니다.
젯상 음식은 뉘집이나 대동소이할테지요? 어디는 문어도 놓고 홍어도 놓는다더구만은.
대체로는 다들 저 비스름 할 겁니다.
밥이랑 탕국이랑.
떡 - 백설기와 술떡.
닭이랑 산적이랑 조기, 북어 (다음부터는 북어는 없애기로)
부침개 다섯 가지.
탕국 세 가지.
나물 다섯 가지.
과질과 약과, 그리고 천안 호두과자.
조율이시랑 제철 과일.
참, 산적용 고기는 어느 부위인지 뻑뻑해서 못 먹겠습디다. 그래서 우린 등심으로 합니다.
음복 안주는 저 닭 한 마리면 충분합디다.
젯상에는 안 올리는데, 형수님이 갈비찜도 따로 하거든요.
그런데 집에서 지내는 젯상에다가 마른 북어를 올리는 건 이핼 못하겠습디다.
실은 그래서 다음부턴 안 올리기로 하였습니다만.
제사라는 게 허례허식이긴 해도 식대로 하는 척이라도 해야 엄숙 경건해지지,
실사구시로 하자고만 들면 나중엔 결국 이 짓을 왜하나?하게 될 겁니다.
그런 문제가 있긴 있어요.
암튼, 앞으로 한 두 세대가 지나면 성묘는 몰라도 제사는 사라질 거라고 봅니다.
우리집 아이들도 세태에 쫒아갈밖에요.
ㅣ
'이런 저런 내 얘기들 > 내 얘기.. 셋'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생교육원에서 나와 함께 그림 그리는 분이 지금 개인전을 하는 중인데 (0) | 2017.05.13 |
---|---|
우리 아파트 벚나무도 꽃이 만개했네요. (0) | 2017.04.07 |
앞으로 또 스키 탈 일이 있으려나? (0) | 2017.02.03 |
이번 건은 잘못한 거 가티여 (0) | 2017.01.24 |
맘은 급해 죽겠는데 진척이 이리 느려서야......ㅠㅠ (0) | 2017.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