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친했던 대학 동창 친구인데,
암세포가 전신에 퍼졌다고 하더군.
작년 봄인가 콩팥에 이상이 있는 듯하여서
사무실 근처에 가기 쉬운 을지병원을 갔었다는데,
혹이 있는 듯하다고 하더라네.
하여 간단히 제거 수술을 하고.
근처에서 같이 業을 하는 친구1가 소식을 듣고 문병을 가봤더니
“나, 나이롱 환자야!” 하며 호탕하게 웃더라는데.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더구만은.
깨끗이 떼어냈다하여도,
정기적으로 병원엘 다니며 약도 먹었을테고, 관리를 받았을 터인데─,
그런데 년말에 주치의가 느닷없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서울 큰병원으로 가야겠다고. 암이 전신에 퍼진 것 같다고,,
헉!
따지고 말고 할 겨를 없이 부랴부랴, 서울 삼성병원엘 갔더니
수술 같은 거 이미 안되고……
이런 덴장!
내가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때가 바로 메르스 창궐할 때여서
누구도 병문안을 갈 상황은 아니었고,
지금은 충남대병원에 있다고 하데.
(뾰족히 할 것이 없으니까 집 가까운 병원으로 가라, 그 뜻일테지.)
아, 척추 쪽으로 전이된 것이 '증상'을 보여서 수술인가를 했다더군.
무릎도 징후를 보여서, 누워서 겨우 일어나는 정도인 모양인데,
간병하는 후배 말에 의하면 ‘머리 쪽이 당장에 시급하다’고,
짧게는 두 세 달, 길게 일 년 넘기기가 힘들 것 같다고......
스위스 다녀와서 친구들 불러 함께 문병 가려고 했었는데,
이것들이 내가 스위스에 있는 중에 문자가 온 거야.
서울서 내려왔다고. 점심 같이 먹자고.
그래서 나 빼고 즈덜 셋이서 가봤다더군.
씩씩하게 이겨내겠다면서 투지를 보이더라데.
저 번에 그 친구1가 갔을 때엔
손잡고 눈물을 보이며 이게 마지막일 지도 모르니 얼굴이나 한번 더 보자고..... 했었다는데......
이번 친구들에게는 심심하다고 하더라는.
나도 곧 가 봐야겠는데,
왜 이리 발걸음이 놓이지가 않냐.
뭔 말을 어떻게 나눠야 할 지.
책이라도 한 권 주고 오고는 싶은데, 뭔 책이 좋을런지.
중국 근대사를 좋아하니 《대장정》을 주고 올까.
‘솔즈베리 무렵’에 서로 아는 척 우쭐하며 중국정세 토론하던......
이럴 때 보면 나도 참 헛살았어.
인생 이만큼 살았으면 이럴 땐 이런 말을, 저럴 땐 저런 말이,
지금 무엇이 필요하고 적절한 지를...
어느 누구고 안 그렇겠냐마는,
지금 죽기엔 많이 억울해 할 친구라네.
돈도 많이 벌어놨고. 그보다도
여식애 둘 뒀는데, 자식들 앞길 탄탄히 닦아놨거던.
딸이 로스쿨 다니는데, 법무법인 물려주면 되거든.
와이프가 늘 그래서 의기양양해 했었는데.
참,, 같은 과 동기로, 대학 1학년때부터 만나 부부가 된 사이라네,
와이프가 친구와 처음 만나던 당시 소녀가장이었지.
아버진 딴살림차려 나가고, 어머닌 치매에 걸려서 ......
그러니까 40년 세월의 유일한 의지처가 친구였던 셈인데,
나이가 육십이 되었다 해도,
지금 학교 선생인데, 제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홀로 된다는 것,
문병 가보니 얼굴이 반쪽이 됐더라데. 차마 못 보겠더라고.
문병 갔던 친구가 그 말을 내게 몇 번을 하더구만.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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