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가 프란치스코와 한국'

2015. 1. 26. 10:21책 · 펌글 · 자료/종교

 

 

 

이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이자 2천 년 교황청의 선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세기의 레오 13세, 20세기의 요한 23세에 이은 세 번째 개혁 교황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를 주창하는 해방신학을 가슴에 품고 있다. 교황은 교황청과 교회의 혁신을 강력히 주장하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그의 선행만이 부각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정통한 한국의 해방신학자 김근수가 쓴 『교황과 나』에서 저자는 교황 개인을 넘어 교황청이란 조직의 개혁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얘기하는 데 있어 특히 중요한 요소로 ‘예수회’를 든다. 교황이 성직에 입문하면서 지금까지 유지해온 신앙적 정체성의 바탕인 예수회는 가톨릭교회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교계 내부에서 쓴 소리를 서슴지 않은 ‘야당’과도 같은 존재로, 가톨릭교회가 혼탁해지려고 할 때마다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위한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프란치스코가 이끄는 지금의 교황청의 모습은 이처럼 개혁적인 예수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책은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자정의 목소리가 안타깝게도 한국 땅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 교회에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을 편드는 교회가 될 것을 제안한다. 또 성직자가 규칙적으로 육체노동을 하고, 교황청과 성직자 중심이 아닌 평신도가 앞장서서 가톨릭을 이끌고 나갈 것을 권하며, 한국 교회가 교황 환영을 뛰어넘어 교황과 교황청의 개혁 메시지를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 : 김근수


저자 김근수는 천주교 신앙을 200여 년 지켜온 가정에서 태어난 김근수는, 외가는 김대건 신부의 남동생 쪽 후손이고, 친가에도 순교자 조상들이 여럿 있다. 가난한 사람을 편드는 신학을 하고, 가난한 교회를 촉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라 생각하며, 이들의 눈으로 역사의 예수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광주가톨릭대학과 독일 마인츠대학에서 신약성서를, 남미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대학(UCA)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성서신학과 해방신학을 함께 전공했다. 저명한 해방신학자 혼 소브리노(Jon Sobrino)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아시아 최초의 제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사상을 잘 알며 교황청 내부 사정에 밝은 평신도 신학자다. 제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SNS를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신학자로, 2013년에 첫 책 ?슬픈 예수?를 내면서 가톨릭계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저서로는 마르코복음 해설서 《슬픈 예수》(2013)와, 마태오복음 해설서 《행동하는 예수》(2014)가 있다.

 

 

 

 

교황과 나

김근수 지음

메디치미디어 | 2014.07.25

 

 

 

 

 

로마 현지 방문 화보
저자 김근수는…
들어가며

 

나는 이 책에서 카톨릭교회 역사의 빛과 어둠을 정직하게 소개하려고 애썼다. 카톨릭교회의 교황제도, 20세기 카톨릭교회의 역사와 신학의 흐름, 20세기 주요 교황들에 대한 평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꿈에 대해 정직하게 소개하고 싶었다. 이 책은 카톨릭 신자들 뿐 아니라 카톨릭교회의 모습을 공정하고 깊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도 안내서가 될 것이다.

 

 


1장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보듬는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추기경 |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 |

사제의 길-아버지의 수긍과 어머니의 낙담
프란치스코 교황의 나침반 하나, 예수회 |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마지막 절차

 

 

서른셋이 된 1969년 12월13일, 아르헨티나에서 두번째로 큰 코르도바 교구의 라몬 호세 카스텔라노 대주교한테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베르골리오의 할머니는 이날 사제가 된 맏손자에게 엽서로 축하인사를 보냈다. 베르골리오는 이 엽서를 교황이 된 지금까지도 성무일도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

 

 

 

호르헤에게

 

거룩히 축성된 손자의 손에 구세주 그리스도의 몸을 모시고

진지한 소명으로 이끄는 길이 활짝 열리는 아름다운 오늘

비록 보잘것없지만 마음으로는 커다란 이 선물을

내 손자에게 바칩니다.

내 심장의 가장 좋은 부분을 기꺼이 내줄 정도로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내 손자가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그러나 어느 날 내 손자가

어려움, 질병,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슬퍼할 때

가장 위대하고 위대하고 고귀한 순교자 예수님이 계신 감실을 보며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의 발 아래에 계신 마리아를 보고 탄식하면서

손자가 받을 상처의 가장 깊고 아픈 그곳에

하느님의 위로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를 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나침반 둘, 프란치스코 성인 |

프란치스코 교황의 나침반 셋, 조국 아르헨티나
베르골리오는 군사정권에 협력했는가? |

인권은 가난 탓에 상처받고 있다
누구나 하느님을 마음에 품을 수 있다 |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교황

2장 266명의 교황 그리고 3번째 개혁 교황의 탄생

개혁 의지가 낳은 산물 |

베네딕토 16세, 아름답게 퇴장하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9년 만에 전임자가 타계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한 교황이고, 비유럽인 출신으로는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73년 만에 선출된 교황이다.

 

 

‘현직’ 교황의 사임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 |

굿 나잇에서 굿 이브닝까지
예수회와 프란치스코회의 공조 |

남미 추기경이 최초로 주목받다
전통을 깨뜨리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

가난한 사람을 잊지 마십시오

3장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의 선택

2천 년 역사를 이어오기까지 |

탄압에 맞선 초기 ‘순교자들’ |

지상의 제국에서 영원의 제국으로
‘칼 두 자루’의 역사 |

새롭고 끝없는 도전 |

노동자들의 교황, 레오 13세-최초의 개혁 교황
제2대 개혁 교황 요한 23세 |

교회 ‘수호’가 아닌 ‘개혁’, 제2차 바티칸공의회
세계 각지에서 2,500명이 모이다 |

마리아를 넘어야 개혁이다 |

교회 일치운동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은 잘 실현되고 있는가 |

이스탄불의 ‘외교가’, 론칼리
현대 교황의 모델이 된 요한 23세 |

그리고 다시 개혁은 후퇴하였다 |

라칭어 추기경의 보수적 행보
남미 해방신학을 억누르다 |

해방신학은 가난한 이들 곁에 있는 ‘현장 신학’
프란치스코 신학의 근본정신 |

프란치스코의 철학 담긴 ‘아파레시다 문헌’ |

해방신학의 해금

4장 한국 사회와 종교에 남은 선택지

왜 가난이 문제인가 |

새로운 도전, 신자유주의 |

인구 감소가 불러온 불평등
가난한 교회를 향한 프란치스코의 기도 |

누구든 신과 독대할 수 있다 |

여성 사제
신자와 함께하는 제3차 공의회 |

종교 간 대화 |

또 다른 과제들 |

한국 천주교회의 과제

후기
참고문헌

 

 

 

 

 

 

 

흔히 화해를 내세우는 사람은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닌 어정쩡한 해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불편부당이나 공정 같은 단어를 강조한다. 이런 사람들은 루가복음에서 배워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사람의 편임을 밝힌다. 지난 5월 교황청의 금고지기들을 전격 교체한 것은 프란치스코가 그의 이름을 내걸고 전쟁을 시작했음을 안팎으로 천명한 것이다.

 

프란치스코의 꿈은 ‘가난한 사람이 살고 교회가 개혁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다. 가난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회가 죽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죽어가는데 교회만 잘 산다면 교회가 잘못하는 것이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가난한 사람이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프란치스코의 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사람을 살리고 교회를 개혁하다가 순교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세속의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교회사에서도 개혁자의 재임 기간이나 수명은 길지 않았다. 링컨과 노무현의 삶은 짧았다. 예수는 서른세해를 살았고, 개혁 교황 요한 23세의 재임 기간은 고작 5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품, 언어, 검소함, 친화력 등 개인적인 매력이 아무리 넘친다고 해도 교회를 이끄는 일은 그것과 전혀 차원이 다르다. 유능한 사람이 형편없는 인품을 가진 경우가 있는 것처럼,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가 때론 무능할 수 있다. 교황 연습은 누구도 해본 적이 없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에외는 아니다. 교황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전부 교체할 수도 없고, 자격 없는 주교와 사제들을 한꺼번에 교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을 빗대어 흔히 중앙정부의 수장, 즉 대통령만 바뀌었다고들 얘기한다. 시˙도지사나 군수, 입법과 사법의 영역은 여전히 다른 기조를 가진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대통령만 개혁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 가톨릭을 보더라도 교황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주교들과 사제들까지 마음을 바꾸고 생활 방식을 고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교회는 물론 교황청 안에도 교황의 정책에 반대하는 고위 성직자들이 여전히 많다.

 

골프라는 운동이 상류층의 교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보자면, 교황이 검소하게 살든 말든 오늘도 버젓이 골프장에 가는 사제들이 수두룩하다. 교황이 <복음의 기쁨> 회칙을 발표하든 말든 여전히 자기 방식대로 교구를 운영하는 주교들이 많다. '교황 따로 교구 따로'도 많고, '교황 따로 주교 따로'도 많다.

 

위기가 프란치스코를 불러냈지만, 프란치스코는 자신의 침몰만을 기다리는, 상어 떼가 득실대는 바다 위에서 떠도는 한 조각 뗏목의 주인 같기도 하다. 과연 그는 세계사적 부름 속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